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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28일 밤 9시 45분]
 
2010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 평행선을 달리던 여야 원내대표가 4대강 예산과 그 외 일반예산을 분리해 심의하기로 하면서 여야 대타협의 물꼬를 텄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저녁 6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식당에서 회담하면서 일명 '투트랙'으로 불리는 '4대강-일반 예산 분리심의'에 합의했다. 4대강 사업 예산과 관련해선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박병석 민주당 예결위원장이, 그 외의 일반적인 예산은 김광림(한나라당), 이시종(민주당) 예결위 간사가 각각 1:1로 심의를 맡기로 한 것.
 
'4대강-일반 예산 분리심의'를 마치면 여야 원내대표가 최종적인 조율을 하기로 했다. 이 '분리 심의'에서 여야 합의가 잘 될 경우는 더 이상의 의견조율이 필요 없지만, 여야 합의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원내대표 간 협상으로 타결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29일과 30일 본회의에서는 각각 60여 건과 40여 건의 밀린 법안들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본회의 뒤 점거와 농성은 일절 하지 않고 곧바로 퇴장하기로 합의했다.
 
'분리 심의'는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제안한 것으로, 제안 당시 안 원내대표는 '예결특위 점거를 먼저 풀고, 예산안 처리시한을 못박으라'고 역제안하면서 이 원내대표의 제안을 거부하는 듯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만나 안 원내대표가 두 가지 조건을 거둬들이고 '분리심의'에 합의한 것. 처리시한과 점거해제 등 여타의 조건들은 이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안 원내대표는 "준예산 편성으로는 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합의한 것이다. 31일을 넘길 거면 협상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밝혀 사실상 31일이 처리시한임을 강조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1신 : 28일 저녁 8시 30분]
 
갈림길 선 국회, 몸싸움·직권상정·막판 대타협?
 

2010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이 3일 남짓 남은 28일 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소속 의원들에게 언제든 국회로 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여당의 단독 예산안 처리와 이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지만, 거꾸로 보면 여야 대타협이 이뤄질 경우 언제든지 이를 추인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올해 안에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3가지다. 하나는 민주당과 대타협을 이뤄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원론적인 방법이고, 두번째는 한나라당 단독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자체 심사한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이를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은 김형오 의장이 정부 예산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면, 한나라당 소속 의원 50명의 찬성을 받아 자체 심사한 안을 수정동의안으로 제출, 본회의 표결을 통해 한나라당 예산안을 본회의 통과시키는 방법이다.

 

몸싸움으로 예결특위·본회의 통과? "그걸 또 해? 그런 상황 피해야"

 

한나라당 단독으로 예결특위를 소집해 예산안을 처리할 경우, 한나라당으로선 두 번의 무리수를 둬야 한다. 예결특위 위원장석을 확보하기 위해 점거 중인 민주당 의원들을 물리력으로 끌어내야 하고, 이어질 본회의에서도 그와 같은 상황은 반복될 것이 뻔하다.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이 거듭 결렬되는 현재 상황에서 유력한 시나리오지만, 막상 현실화될 때 몸소 나서야 하는 의원들의 마음가짐은 예전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작년 연말 상황과 비교해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연말·연초 쟁점법안 처리 당시 협상파인 홍준표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을 점거 중인 야당과의 협상안을 의원총회에 거듭 제시하면서 '인내'를 주문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밀고 들어가자", "야당 의원들을 끌어내자", "단수 단전 조치를 하자"는 등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강경한 자세로 민주당과 협상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조차 "당장 예결특위 회의장으로 들어가 야당 의원들을 끌어내자"는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거나 전화 통화한 5명의 한나라당 의원들도 하나같이 '물리력 동원'에는 고개를 저었다. 이들은 "몸싸움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몸싸움을 해서야 되겠느냐"고 손사래를 쳤다.

 

한 초선의원은 "미디어법 처리 때 몸싸움을 해보니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것도 문제지만, 정치권에 대한 비난 여론이 엄청났는데 그것을 이번에 또 할 수 있느냐,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몸싸움을 동원한 법안처리에는 의원 개개인의 적극성이 담보돼야 하는 만큼 한나라당 내의 이런 분위기는 원내지도부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직권상정 안 한다, 물밑 작업중"... 준예산 압박에 조금씩 움직이는 여야 지도부

 

본회의 직권상정 뒤 한나라당의 수정동의안을 통과시키는 방법은 몸싸움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단시간 내에 예산안 처리를 끝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김형오 국회의장의 '의지'에 가로막혀 있다.

 

김 의장은 2010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여야 합의를 우선하면서 '직권상정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국회의장실 관계도 "김 의장이 직권상정 안 한다고 했으면 안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 "국회의장의 의지는 어떻게든 여야 합의를 이루는 데 있고 현재도 물밑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몸싸움을 벌여 예결특위 전체회의를 열기도 어렵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야는 공히 '준예산 편성만은 막아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디.

 

전날 "보의 개수와 높이, 준설 깊이를 줄이자, 4대강 사업 중 수자원공사 담당 부분을 국가재정 사업으로 돌리면 2월까지 예산을 심사해 추경예산으로 처리해주겠다"고 양보안을 낸 바 있는 이강래 원내대표는 다시 하루 만에 "4대강 사업 예산과 그 외 예산에 대해 별도의 협상팀을 만들어 타협안을 만들자"는 '투트랙 협상안'을 제시했다.

 

비록 안상수 원내대표가 "먼저 예결특위 점거를 풀고 처리 시한을 못 박으라"고 조건을 제시하면서 여야 원내대표 회담 성사가 무산됐지만, 야당이 하루 만에 수정제안을 제시한 것은 그만큼 '준예산 편성'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직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한나라당도 한 발짝 물러난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앞으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대국민선언을 채택하면서 민주당과 국민의 '4대강 사업=대운하 전초'라는 의심을 희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강 대 강'이 맞붙어 협상은 거듭 결렬되고 있지만 '반보(半步)의 진전'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후 4시 현재 여야 원내 수석부대표들이 만나 29일 열릴 본회의 의사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원내대표들도 공식적으로는 회동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협상테이블은 아직 놓여 있다.


태그:#여야합의, #예산안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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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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