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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철도파업 6일차에 정부와 철도공사는 전방위적인 공세를 취했다. 먼저 새벽부터 철도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오전에는 주무부처장관회의를 열더니 오후에는 경제부처 장관들의 담화발표가 있었고 곧이어 철도공사는 다음 아고라에 KORAIL이라는 아이디로 철도파업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융단폭격에 가까운 이러한 정부와 철도공사의 공세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한마디로 엄청난 역풍에 직면했다고 할 수 있다.

 

 

옹색한 정부담화문

 

먼저 오후 2시에 있었던 정부 담화발표와 기자회견을 살펴보자. 애초 정부는 법무, 노동, 행안, 국토 4개부처 장관 합동담화문을 이날 오전에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이들 4개부처 장관이 나서는 이유는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이 '불법'이며 그것을 엄단할 것이니 노조원들은 복귀하라는 식의 내용과 형식을 갖추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정부담화발표는 오후로 미루어졌고 2시에 있었던 발표에는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을 비롯한 경제부처 장관들이 참석했다. 담화문 내용은 당사자인 철도조합원들의 표현을 빌리면 '밋밋'했다. 그간 여러차례 파업을 겪었던 철도노조원들은 나름대로의 경험과 기준으로 정부 입장을 판단한다. 이미 대통령의 '비타협적인 언행'을 보도를 통해 알고 있던 터라 초강경 입장으로 예상했으나 '불법규정'의 근거도 불명확하고 '엄단'하겠다고 하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도 애매했기 때문이다.

 

특히 법적 판단의 최고책임자라 할 법무부장관과 '엄단'의 최고책임자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철도파업의 합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는 것, 파업 6일이 지난 뒤에야 뒤늦게 불법 딱지를 붙이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철도공사 측은 정부 담화발표가 있으면 파업조합원의 절반 정도가 대오에서 이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탈은커녕 미참여 노조원들이 파업에 합류하는 등 파업대오는 더욱 늘어나 버렸다.

 

철도공사의 글이 아고라 베스트에 올랐다, 반대추천수 최다로

 

 

오후 5시 11분에 다음 아고라에는 KORAIL이라는 아이디로 '철도노조의 파업은 불법 파업이며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한 파업'이라는 철도공사의 공식입장이 올라왔다. 철도파업에 대한 네티즌 여론은 압도적으로 친노조적이다. '국민불편초래' 운운이란 공격조차도 작년 촛불의 학습효과로 노동조합 요구가 무엇인지, 이번 파업이 어떻게 촉발되었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다음 아고라에는 26일부터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글이 수십개씩 '베스트'에 오르고 수십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을 의식해서인지 철도공사가 직접 '공식입장'이라며 아고라에 글을 올린 것이다.

 

이글은 당당히 베스트에 올랐다. 12월 2일 오전 현재 조회수 1만7000건을 넘긴 것이다. 찬성 250, 반대 1300. 철도파업을 격렬하게 비난한 이 글은 네티즌들에게 호된 비판을 받았다. 700개 이상 댓글과 수십개 답글에서 네티즌들은 때로는 조목조목, 때로는 촌철살인의 반박을 쏟아냈다. 철도공사 홍보팀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글을 올렸는지 모르겠으나 파업을 막기 위해 공사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또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내용은 하나도 없고 '특정이념에 사로잡힌' '강성지도부' 탓으로 모든 것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결과는 KORAIL의 참패. 회사 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압도적으로 많은 네티즌들이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현했다면 스스로 표현대로 '국민여론'에 따라 태도변화를 보여야 마땅하지 않을까?

 

정부와 공사의 태도변화가 사태해결의 열쇠

 

정부 담화문이 철도조합원들을 분노하게 하여 단결력을 더 높여주었고, 철도공사의 어설픈 해명이 네티즌들 반발을 사는 것이 객관적 현실이다. 정부와 공사의 논리는 누구에게도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판명된 것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도 앞다투어 철도파업의 불법규정에 대해 정부를 비난하고 있고 법조계에서도 무리한 해석이라는 주장이 대세이다.

 

철도파업의 장기화는 국가적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루빨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매도와 압박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 노조는 이미 여러차례 '합리적이고 성실한 대화'가 보장되면 파업을 종료하겠다고 표명한 바 있다.

 

이제 정부와 공사가 답해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정호희 기자는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입니다.


태그:#운수노조, #철도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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