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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0월 말에 강동림이란 사람이 월북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참 놀랐달까, 아니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월북을 한 것이다.

강씨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기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독재에 가난하기까지 한 정권으로 자진해서 갈 사람이 있단 것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알아보면, 비슷한 일이 2004년 10월에도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두 사건의 공통분모인 10월이라는 달에 무슨 의미라도있는걸까. 할로윈 데이를 맞이해서 정말 무서운 곳에 가고 싶기라도 했던 걸까? 하지만 그게 '우연'의 재미있는 점이다. 그냥 무작위라는 것.

이에 비하여 북한에서의 끔찍한 생활과 자유의 소중함을 생각해보면, 많은 이들이 남쪽으로 오고 싶어하는 것은 이해하기가 더 쉬운 일일 것이다. 매년 월남하는 탈북자 비율이 27%씩 급격히 상승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KBS World의 기사에 따르면, 작년에만 4500명의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정착하여 남한의 총 월남 인구는 1만3700명이 되었다.

그 중 3분의 2 정도가 서울이나 서울 근교에 살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북한 주민들에게 탈북을 권장하지는 않지만 월남한 이들에게는 시민권을 부여하고, 살 곳을 마련해주고, 특별 적응 프로그램에 참석하도록 하여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그 적응 과정은 핫도그 같은 현대 음식은 커녕, 남한에 오기 전까지는 지하철이나 심지어 자동차도 본 적이 없고, 은행이나 통신 기술같은 현대 서비스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교육과 학위를 아주 중요시 하는 남한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교육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사회 적응을 더욱 더 힘들게 만든다. 그런 이유로 남한에서 직업을 구하기는 탈북자들에게 아주 힘든 일인지라 그들은 얼마간의 정부 보조금으로 살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정부에서 제공하는 기본적 금전, 의료 지원을 받다보면 직업을 가졌을 때 그 후원을 잃게 된다는 두려움이 크게 될 것이다. 월남 인구가 많은 곳에 커뮤니티 센터를 세워 그곳에서 직업을 마련한다는 최근의 시도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엔 너무 부족해 보인다.

미래에는 꾸준히 증가하는 탈북 난민들의 생활비를 커버하기 위한 예산이 전체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 그 예산이 계속 낮게 책정되었던 것이 문제를 확대시켰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원 통합 센터에 따르면 가장 심한 문제는 심리적인 것이라고 한다. 남한으로 올 때 가족을 남기고 와야 했던 대부분의 월남 인구가 그 죄책감 때문에 안전하고 발전된 사회의 소박한 즐거움을 느끼며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끊임없이 감시받는 김정일정권에서 힘들게 살았던 날들이 병적인 편집증의 증상을 남긴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아무도 믿지 않고 자신을 될 수 있는 한 숨기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이었을지도 모르나, 국경을 넘는 즉시 그들을 사회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탈북자들을 내려다보는 남한의 숨겨진 외부자 혐오 감정이 사회 통합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몇 십년 동안 남한이 수백 개의 영어 단어를 어휘에 받아들이거나 하여 두 나라의 언어에 계속 차이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그 결과 젊은 북한인들은 종종 남한에서 혼란스럽고 어찌할 바를 모르며, 아주 외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이쯤에서 이와 정치적, 경제적으로 비슷한 상황과 잠깐 비교를 해보자. 분단된 한국의 상황과, 끔찍한 북한에 갖히게 된사람들을 생각할 때마다, 독일의 오래지 않은 과거사가 떠오른다. 20년 전만 해도 독일 또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분단되어 한 쪽은자본주의의 태양 아래에 번영하고, 한 쪽은 공산주의 독재의 그늘 아래에서 고통받고 있었다.

북한의 경우는 동독보다 엄청나게 상황이 나쁘긴 하지만 특히 인간적 측면에서 봤을 땐 몇 가지 비슷한 점이 있다. 동독에 살던 사람들 역시서독으로 갔을 때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여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에도 과거 동독과 서독 사람들 간의 실업률에는현저한 차이가 난다. 마찬가지로 차별 문제(북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동독 사람들 역시 말씨에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가 아직도존재하는 지역이 있다.

예전 동독을 통합하는 것이 특히 경제적으로 서독에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를 생각해보면, 현재 남한에서 통일 비용을 감당하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국제 단체들에서 지지해주거나 하지 않는 이상에는 말이다. 통일이 느려지면 사회 통합과 이주 문제도 미뤄질 수있겠지만, 위에서 나온 것처럼 늘어만 가는 남한의 탈북자 수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지금 남한에 사는 탈북자 문제는 경제적이기보다는 도덕, 윤리적인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정부에서도 이를 한시적인 반 동정의 보조금 문제 이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다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수출입 사업에 종사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태그:#탈북, #남한, #북한, #통일, #월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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