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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홍천군 내면과 평창군 용평면 경계에 위치한 계방산(1,577m).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 덕유산(1,614m)에 이어 우리

나라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산이라고 하지만 운두령(1,089m)에서 오르는 까닭에 그

높이를 전부 다 실감하지는 못했다. 한창 가을 단풍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운두령이

비좁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마치 호젓한 오솔길을 연상하게 한다. 가을 아침 햇살을

받아 투명한 듯 빛나는 나무와 풀들과 단풍잎들이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다.

 

 

  등산로 옆의 수풀 사이로 빨간색 열매가 보였다. 앵두보다 작은 열매들이 가을 햇살

가득 안고 영글어가고 있었다. 풍성한 가을 잔치가 익어가고 있었다.

 

  붉게 익어 오그라드는 잎새를 보며 가을의 절정을 확인했다. 높은 해발고도로 인해

일찍 서리가 내리기 때문인지 돌돌 말린 단풍도 보였다. 한폭의 유화를 보는 듯 했다.

 

 

  가을 단풍의 절정은 붉게 흐드러져 꽃잎 같은 뜨거운 나뭇잎들의 향연이 아닐까. 작게 틈입한 가을 하늘의 푸르름을 뜨겁게 익혀버리는 가을 단풍의 숨가쁜 단말마를 마음의 귀로 조용히 들어보았다. 여름 내내 참아내고 버틴 마지막 호흡을 이젠 맘껏 터뜨리고 있었다.

 

  다 익어서 너무 많이 영글어서 터져버린 열매의 외침이 가슴에 날아와 박힌다.

 

 

  2009년의 가을은 작년과 다르게 주말마다 산에서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계방산이 벌써 열번째 산행이다. 매주 토요일 산에 오른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지만 다른 것들에 우선하는 중요한 일정으로 못박아두고 열심히 실천하다 보니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 단풍도 한아름 품을 수 있었다.

 

  올해를 돌아보면 거친 파도처럼 힘들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늘 그자리에 서있는 산처럼 제 모습을 유지하려고 애를 쓰고 노력했던 기억들이 있어서 지금 이리 버티고 있는 것 같다.

 

파아란 가을 하늘에 한덩어리 또 한덩어리 구름들이 줄지어 헤엄치고 있다. 땅 위의 온갖 사연들과 심지어 달구어진 가을 단풍산들을 무심하게 내려다 보며 그렇게 자꾸만 흘러가고 있다. 계방산의 정상을 조금 앞둔 곳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먼 산들 위로 가을

하늘과 가을 단풍을 경계짓기라도 하려는 듯 그렇게 줄지어 흐르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발견한 노란꽃은 색다른 가을산의 정취를 선사했다. 일그러져 있는 가을 낙엽들 틈에서 환하게 피어난 꽃 한송이가 가을 이슬을 머금고 밝은 가을 햇살을 받고 있었다.

 

  계방산은 1500m가 넘는 우리나라의 다섯번째 높이의 큰 산이지만 운두령에서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오를 수 있었다. 초보자들도 큰 무리없이 산행을 할 수 있어서 관광버스를 타고 운두령을 통해 올라 오시는 나이 드신 등산객들도 많았다. 물푸레나무 군락지로도 유명하고 곳곳에 자생하고 있는 주목들과 함께 철쭉나무들도 군락을 이루고 있기도 해서 산림청 선정 '우리나라의 100 명산'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불타는 가을 단풍들과 파란 가을 하늘의 구름떼와 터져버린 열매들 아래로 다시 노랗게 피어나는 꽃들과 부지런한 날갯짓의 벌까지 계방산의 조각들을 하나로 완성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퍼즐을 다 맞추고 내려온 기분은 구수한 가을 맛이었다.  

 

이제 다시 도시 한복판으로 돌아가도 한동안 가을의 힘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덧붙이는 글 | 2년 100산의 일행들과 함께 강원도의 계방산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산이고,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꼽히는 계방산의 가을 정취를 풍경을 담아보았다.


태그:#계방산, #100대 명산, #운두령, #홍천, #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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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곳들을 다닌 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서 비슷한 삶의 느낌을 가지고 여행을 갈만한 곳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살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사회적 문제점들이나 기분 좋은 풍경들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각하고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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