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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할아비바위 주변 100m를 문화재 구역으로 지정하면 방포항 개발에 차질이 생긴다. 방포항 개발사업을 착수할 때까지 문화재 지정을 미루어야 한다"

 

안면읍 사무소 2층 대회의실. 문화재청 관계자의 '할미·할아비바위' 명승지정 추진경과 보고회가 끝나고 주민들의 질의시간이 되자 고성이 흘러나왔다.

 

23일 안면읍 사무소에서는 문화재청 이인규 문화재위원장을 비롯한 분과위원과 태안군 관계자, 지역주민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안면도 꽃지 할미·할아비바위 명승지정을 위한 주민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문화재청 관계자는 경과보고를 통해 할미·할아비바위 명승지정과 관련해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경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해수욕장의 모래사구와 바다 등과 어우러져 바위 뒤로 넘어가는 일몰 경관이 뛰어나 우리나라 서해안 낙조 감상의 대표적 명소"라고 강조하며 "할미·할아비바위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 등 민속적 가치가 큰 경승지로 명승지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정 사유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2007년도부터 전국의 명승 우수자원을 지정해 정밀조사를 벌이고 문화재 위원들의 지정조사 등을 통해 지난 2008년 2월 문화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명승지정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같은 해 3~4월간 태안군의 의견을 수렴해 5월 명승지정 예고를 했지만, 6월 태안군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방포항 개발 기본계획이 추진 중이니 개발사업 완료 후에 명승 지정을 추진해 줄 것 등에 대한 반대의견을 문화재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리를 함께 한 문화재청 김학범 명승담당은 경과보고가 끝난 뒤 "우리나라는 지난 1970년도부터 명승지정을 추진해왔는데 30여년 동안 불과 7건만 지정된 상태"라고 운을 뗀 뒤, "인근 일본과 북한은 300여 건, 중국은 680여 건에 이를 정도로 명승이 지정되어 있다"며 "2003년 이후 정부에서 명승지정을 적극 추진해 6년여에 걸쳐 순천만 등 50여 건의 명승을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또 "순천만이 명승지정 이후 관광객이 대폭 증가해 주민들의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할미·할아비바위도 명승으로 지정해 국가가 인정하는 아름다운 명소로 조성해 나갈 예정이며, 명승으로 지정되면 국가에서 홍보를 해 주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더 이득이 될 것이며 브랜드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주민설명회에서 문화재청은 방포항 개발과 연계해 지정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반대의견을 배제한 채 명승 지정과 관련한 배경 설명과 추진계획 설명으로 일관해 주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방포어촌계 소속의 한 어민은 "문화재 지정보다 인근의 방포항이 항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2종항으로 개발을 추진 예정인데 문화재로 지정되면 개발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며 "방포항 개발과 관련해서는 이미 주민설명회를 마쳤고 기본설계도면까지 나와 있는데 그러한 계획을 보고 공청회에 나온 것이냐"며 흥분했다.

 

또 다른 어민은 "방포항 개발에 가장 걸림돌이 할미·할아비바위였다. 명승지로 지정되면 항 개발이 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주민의견이다"라며 "어민들이 먹고 살 길을 먼저 마련해 놓고 명승지정을 해도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에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보호법상 500m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검토해 100m로 지정한 것이다"라며 "이는 상징적인 것으로 주민들이 원하면 50m로 축소 지정할 수도 있는 문제다. 방포항 개발 이후 지정하든지 문화재 지정구역을 축소 설정하든의 문제는 태안군과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덧붙여 이인규 문화재위원장은 "방포항을 개발하는데 할미·할아비바위를 파괴하면서까지 개발할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보호구역을)100m, 50m로 지정하면 어떠냐. (할미·할아비바위는)고장의 자랑거리이고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명승인 만큼 국가에서 지정해서 보존도 하고 관광객들도 유치해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또 "바위 50m 주변으로 지정계획을 수정해서 다시 고시를 하고 주민들이 검토 후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이 내려지면 지정을 취소하겠다"며 "이번 기회에 명승으로 지정되지 못하면 또다시 언제 기회가 다시 올지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현지 주민들이 반대하면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 문화재청에서 말하는 문화재 지정구역 100m, 50m는 상징적인 것이다. 주민들이 100m로 구역을 지정했을 경우 생업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50m로 축소해 지정할 수도 있다. 할미·할아비바위를 보존하는 것이 문화재청의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명승 지정과 관련해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려는 문화재청 관계자들의 설명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거센 항의는 계속됐다.

 

한 어민은 "우리는 국가를 믿지 못한다. 방포항 개발을 우선시하고 난 뒤에 문화재 지정을 하라"며 이것이 주민 대다수의 의견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주민과 문화재청간의 옥신각신 논쟁이 계속되면서 이날 주민공청회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미완의 설명회로 끝이 났다.

 

방포항 개발계획과 연계해 주민들의 생계보장을 위해 보호구역 50m까지 축소 지정하면서까지 할미·할아비바위를 명승으로 지정하겠다는 문화재청. 국가를 믿지 못하겠다며 보호구역 100m, 50m를 떠나 어민들의 생계를 위해 방포항을 먼저 개발한 뒤에 명승으로 지정하라는 주민들.

 

이들 간의 팽팽한 기득권 싸움이 계속되고 타협점이 도출되지 않는 한 안면도의 명소인 할미·할아비바위의 명승 지정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민들의 생존권도 보장받고 지역의 명승지인 할미·할아비바위도 명승으로 지정돼 브랜드 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 타협점이 하루빨리 나오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명승 지정, #할미할아비바위, #안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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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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