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토요일(17일) 밤. 아내와, 곧 결혼할 불알친구와 함께 소래포구에 다녀왔다. 친구가 청첩장을 돌리면서 한 턱 쏜다는 것이 급회동 명목이었지만, 어쩌다 우리 부부의 어시장 나들이가 되어버린 짧은 여행이었다.

 

친구와 만나기는 늦은 9시, 소래포구까지 가기에는 조금 부담된 시간이었지만 이왕 말이 나온 거, 무조건 차를 소래포구로 몰아갔다. 그래도 몇 년 동안 출퇴근하고 있는 인천인데 지름길로 30~40분이면 소래포구까지 도착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였다. 게다가 요즘 소래포구는 축제를 하고 있다지 않은가.

 

화곡역에서 소래포구까지 가는 길.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은 터라 우리는 1시간 만에 소래포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비록 늦은 시각이었지만 축제 기간이어선지 소래포구 입구부터 많은 사람들과 차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얼마 만에 가는 소래포구인가. 개불 먹겠다고 아버지를 따라 왔던 게 어언 10년 전. 당시 내게 소래포구는 참으로 낯선 풍경이었다. 도시 끝자락에 자리해서 도시라고 하기에도, 도시가 아니라고 하기에도 어색했던 그 공간. 물이 빠진 뻘에 널려져 있던 어선의 모습이 왜 그리도 신기했던지.

 

혹자들은 소래포구에서 마냥 회만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잃어버린 고향을 찾고 있었고, 또 다른 이들은 아련한 옛 추억을 상기하고 있었다. 소래포구는 복잡다단한 인천의 끝머리에서 지친 도시인의 감성을 어루만져주는 일종의 해방구였던 것이다.

 

 

그러나 10여년 만에 다시 찾은 소래포구는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그 자리의 소래포구는 그대로였지만 소래포구 건너편의 월곶포구 등 소래포구 주변이 그야말로 상전벽해였다. 도심의 확장이 한적했던 항구를 아파트 숲 사이의 작은 공원으로 만든 것이다. 예전과 같은 정취를 느끼기에는 너무도 삭막해진 소래포구. 아파트를 올리겠다고 결정한 이들은 그와 같은 풍경에 어떠한 미련도 가지지 않았던 것일까?

 

끝도 없는 아파트 행렬을 보고 있자니 속이 갑갑해졌다. 과연 우리의 후예들은 무조건 아파트를 지어 올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부디 과도한 삽질이 제어되어 그나마 보존되고 있는 이 강산이 그대로 물려지길 바랄 뿐이다. 현재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이 우리의 것이 아니라 그 다음 세대로부터 임차했음을 모든 사람들이 인지하기를.

 

 

소래포구의 어시장은 역시나 인산인해였다. 늦은 시간에 떨이를 해서라도 하루 마감을 하려는 상인들과 어떻게든 싱싱하고 싼 수산물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얽히고설켜 활기찬 어시장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살아 있다는 느낌. 언제나 그렇지만 재래시장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제발 사회 전체가 이 느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절실히 깨닫고 이를 보존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간장게장을 담을 꽃게와 자반용 고등어 등을 산 뒤 어시장을 나서는 우리의 발걸음은 사뭇 가벼웠다. 싱싱한 해산물을 동네 시장보다 훨씬 싼 가격에 샀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아내는 이제 해산물 살 일 있으면 이곳 소래포구까지 오면 되겠다고 연신 노래를 불렀다. 어렸을 때 지리산 밑에서 자란 터라 집 가까운 곳에 이렇게 항구가 있으니 신가하다는 그녀. 부디 그녀의 바람대로 소래포구가 본연의 모습을 지킬 수 있기를.

 

 

늦은 시각이었지만 집에 가기 전 전어회와 전어구이를 먹기로 했다. 그래도 가을하면 전어.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우리는 전어가 싱싱하게 헤엄쳐 다니는 횟집을 찾아 들어가 주문을 했고, 뒤이어 나온 음식에 1년 전 오서산에서 먹었던 전어의 추억을 곁들여 함께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2009년 가을 밤은 깊어져가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소래포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