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SSM(슈퍼슈퍼마켓)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에 전문가 4인을 만나 진단과 해결책을 들어보았습니다. [편집자말]
SSM은 계속해 진출하고 있다. 산발적 대응이 아닌, 지역적, 전국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은 송현동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저지대책위가 홈플러스 공사지 앞에 붙인 선전물.
 SSM은 계속해 진출하고 있다. 산발적 대응이 아닌, 지역적, 전국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은 송현동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저지대책위가 홈플러스 공사지 앞에 붙인 선전물.
ⓒ 자영업자살리기국민운동본부

관련사진보기


[인터뷰1]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SSM 반대' 넘어 '지역경제 살리기'로"

현재 SSM의 문제는 '서울에 거점을 둔 대형자본 대 지역경제'의 문제다. 유통자본 중심의 대자본들이 서울에서 포화상태가 됐지만, 해외로 나갈 역량이 안 됐다. 대신 지방으로 상권을 넓혀 박리다매로 이익을 내려 하면서 지역경제를 위협했다. 그 사이의 대립이 최근의 경제위기 때문에 첨예화되고, 그 선두에 SSM이 있을 뿐이다. 사업조정신청이 수퍼뿐 아니라 서점, 주유소 등 다른 업종에까지 빠르게 확산된 점이 이를 입증한다.

한국에서 '지역경제'란 독자성이 취약하지만, 세 개의 기둥이 있다. 지역상업, 지역건설업, 지역중소제조업이다. 이 중 중요한 축이 상업인데 이것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SSM 저지투쟁을 '지역경제 살리기 운동'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한 차원에서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 소비자 각각의 역할이 있다.

'지역경제 복원' 차원에서 전 구성원이 대응해야

국가 차원에서 지역상인을 살리는 문제는 국가 경제를 살리는 것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법적,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지역상인을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 구도를 만들어줘야 한다. 대자본에 맞서는 싸움은 지역상인과 주민들이 다 뭉쳐도 어렵다. 자유경쟁 원리에도 위반되는 싸움이다. 이번 국회에서 허가제로 유통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자체도 적극 개입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유통대자본이 진출하더라도,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과세, 분담금 부담, 지역경제와 연동되는 상품 구매를 의무화하는 등 다양한 조례제정을 통해 지역상권을 보호해야 한다. 특히 지역 내에서의 자금 순환은 지역경제순환의 측면에서 중요하다. 충북의 한 지자체단체는 대형마트에게 교통부담금을 내게 하는 조례를 제정하려 한다. 시가지에 대형마트가 들어와 주변 교통이 혼잡해지는 데 대한 부담금을 내게 한다는 거다. 마산 등에서는 대형마트 자금 일부를 지역은행에 예치하게끔 하려 한다.

시민사회단체의 핵심 역할은 상인과 지역주민, 소비자가 연대할 수 있도록 적극 설득하는 가교로서의 역할이다. 사실 '지역경제 살리기 운동'의 첫 고비는 지역 소비자와 상인들이 어떻게 호흡을 맞추느냐는 문제다. 서울 유통대자본들은 자신들의 진출이 지역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 한다. 이로 인해 지역 상인과 소비자 사이의 갈등이 유도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 지역상인의 문제, 대형자본의 지역상권 잠식 문제 등을 적극 의제화해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또 상인 역시 지역주민이고, 대부분 지역 내에서 중요한 입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상인들과 함께 하는 지역주민운동을 더욱 활발히 시도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자영업자가 570만 명이다. 한국 사회운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만한 숫자다. 특히 도시지역 정치 성향은 상당 부문 상인들이 어떤 정치 성향을 취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이때까지 선거 경향을 보면 도시지역 자영업자들이 화이트칼라층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경향을 보였다. 이를 바꾸는 문제는 정치 발전 측면에서 봐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상인들의 자주적 단결, 상설적인 상인조직이 필수

가장 중요한 건 당사자, 지역상인들의 활동이다. 최근 2년 동안 전 사회적으로 가장 심각하다고 여겨졌지만 막상 당사자가 움직이지 않았던 부분이 두 군데, 청년과 상인이다. 피해 당사자들이 안 움직이면 사회운동은 원래 존재할 수 없다.

8월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제조업이 14만 명, 건설업이 10만 명 줄어들었는 데 반해 자영업이 몰린 도소매 음식 숙박업은 15만 명 이상이 줄어들었다. 전 업종 중 최대의 감소수치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아도 상용직과 임시직 노동자는 1년 전에 비해 오히려 늘어났고 일용직이 14만 명 줄었지만, 자영업은 함께 일하는 가족을 포함하면 무려 37만 명이 일손을 놓아야 했다.

종사상 지위별/산업별 취업자 증가수
 종사상 지위별/산업별 취업자 증가수
ⓒ 통계청

관련사진보기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에 비하면 지금의 움직임은 결코 크지 않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상인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히 진전된 점이다. 이후 상인들이 자신들의 자주적인 결사체를 만들어야 한다. 자영업자의 처지를 개선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상설화된 회원조직을 통해 공통의 대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후 상인 간의 네트워크화를 통해 내부적 협력을 증진하고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있는 중소기업중앙회나 수퍼마켓협동조합은 그동안 지나치게 상층조직화됐다. 실제 지역상인들의 가입률이나 참여도가 높지 않아 지역 상인들의 목소리를 잘 대변하지 못했다.

이제는 지역상권별로 많은 상인들이 충분히 참여하고, 그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들이 필요하다.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현 협동조합법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사실 자영업자 문제에는 한국의 모든 문제가 집중돼 있다. 미국, 유럽의 2배가 넘는, 전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숫자다. 거기에 노동시장에서 탈락한 정리해고자, 청년실업자, 업종변경한 자영업자도 모두 뛰어들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수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이해관계 역시 대단히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려면 최대한 많은 이들이 이해관계를 같이 할 수 있는 '공동의제'를 찾아내 최대한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SSM 문제도 업종과 규모를 넘은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크게 확장될 수 있었다.그 과정을 통해 단결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축적해가야 한다. 이 외에 다른 비법은 없다.

농민 역시 부농, 중농, 소작농 등 다양하게 분포하다 보니 누가 중심이 되어 어떻게 연대할것인지 어려움이 컸다. 이는 100년이 넘도록 진보적 농민운동의 숙제였다. 그러나 복잡하다고 해서 단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님을 농민운동은 입증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나 진보정당이 상인들 단결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대책위원회'는 사안별 공조는 가능하나 근본적 연대와 힘을 갖기는 어렵다. '넘어야 할 산'을 '한계'로 인식하고 상인 전체의 단결에 회의적인 태도를 갖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가장 마지막으로 남는 문제는 '소비자의 인식'이다. 바로 옆에 신뢰도 높은 마트가 있는데 후줄근한 동네 수퍼를 끝까지 이용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다. 그러나 마트가 들어올수록 지역상인들이 더 영세해지고 그럴수록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여력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일정한 '보호'를 통해 지역 상인들이 대기업보다 훨씬 더 나은 서비스와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그간 지역상점이 '현대화'되는 방법은 대자본이 아래로 상권을 넓혀 프랜차이즈화하는 것밖에 없었다. 이제는 지역상인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위로 성장해가며 현대화하는 방식이 실현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공동구매, 지역화폐나 쿠폰 등을 도입하고, 정부가 초기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면 지역경제도 살리고 지역상인의 영세성을 극복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대자본보다 더 다양하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가는 데에도 상인들의 자주적 단결은 필수적이다.

[인터뷰2] 신규철 대형마트규제와소상공인살리기 인천대책위 집행위원장
"인천의 성과를 새로운 소상공인운동으로"

신규철 대형마트규제와소상공인살리기 인천대책위 집행위원장
 신규철 대형마트규제와소상공인살리기 인천대책위 집행위원장
ⓒ 자영업자살리기국민운동본부

관련사진보기


- 옥련동이 최초로 '입점정지'를 이끌어냈는데
"처음에는 상인들이 자포자기 상태였다. 그러나 슈퍼 사장님 두 분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함께 동네를 돌며 대책위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그래서 인근 상인들과 비상대책위를 꾸렸다. 여기에 연수구 시민네트워크라고, 지역시민단체들과 민주노조 등의 지역연대조직이 또 결합했다. 재래시장-슈퍼마켓-인천대책위-지역시민네트워크 이렇게 4자 체제의 비대위를 결성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소상공인살리기 인천대책위(이하 인천대책위)가 바탕이 되었다고 본다. 상인 및 인천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등이 참여한 단체다. 작년부터 시장을 돌며 간담회를 하고, 시장 상인 및 다양한 자영업자들을 회원으로 받았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과 함께 유통법 개정안도 준비했다. 상인들의 단결을 만드는 건 어렵다. 그러나 작년부터 꾸준히 이 의제를 설명해 왔고, 다양한 상인들과 함께 하고 있었기에 비교적 수월했던 것 같다."

- 옥련동 주민들의 지지는 어떻게 얻었나
"일단 상인 분들이 그 동네 주민이셨고, 동네에서 인심을 얻고 있었다. 그런데다 워낙 가게 코앞에 SSM이 들어오니 '저건 너무하다'는 주민 정서가 강했다. 주위 아파트 부녀회에서도 홈플러스 공사에 소음 문제를 제기하거나, 홈플러스 측이 주민과 접촉해 접대를 하는 사실을 알려주는 등 도움을 주셨다.

주민들에게는 '지금처럼 고용이 불안한 시대에 지역 자영업은 미래의 우리 일터다. 잘리면 할 수 있는 건 구멍가게 내는 것뿐 아니냐'고 설득했다. 두 번째는 독과점 문제를 들었다. 70년대 프랑스에서 대형마트가 가격담합으로 주요 생필품 가격을 40% 올린 사례를 말했다. 이런 부분에 많은 주민들이 공감했다."

- 00동에서는 아파트 부녀회가 입점찬성 서명을 받았다던데
"00동은 좀 특별한 경우다. SSM이 들어오려 한 아파트 1단지는 인근 대형마트 때문에 상가가 망한 곳이었다. 그래서 불편하던 중에 SSM이 들어온다니 1동 부녀회는 좋아했던 거다. 또 그분들 얘기는 '아파트 값도 오르고 (홈플러스가) 아파트 페인트칠도 해준다는데 왜 입점을 반대하느냐'였다. 즉 소비자 권리보다는 동네 이기주의적 측면이 있었다. 이에 대해 주변 아파트들이 비난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결국 1단지 400세대 중에서도 200세대만 입점에 찬성하고, 100세대와 나머지 1100여 주민들은 반대 서명을 했다."

- 인천에서 얻어낸 성과는 무엇이라 보나
"일단 '희망'이 보이니 수동적이던 상인들이 능동적으로 바뀐 점이다. 두 번째는 '지역경제', '지역 공동체'라는 커다란 명제에 대해 시민사회진영과 상인들이 공통의 인식을 하게 된 점이다. 또 이로 인해 상호결합력이 높아졌다. 시민사회는 상인들이 지역경제에 있어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됐다. 상인들은 내 밥줄을 지키려면 지역공동체와 함께 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겼다. 앞으로 상인들의 이런 변화는 지역운동에 있어 커다란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세 번째로 지역 상인조직이 강화되었다. 인천의 경우 인천대책위에 지역별 SSM저지 비대위, 인천 상인연합회, 인천 슈퍼연합회 등이 함께 하게 됐다. 인천 소상공인의 대표적 모임이 된 셈이다. 또 이번 과정을 통해 각 지역별, 전국적 상인 네트워크의 틀이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앞으로 소상공인을 살리는 의제를 더욱 발굴하고 확장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인터뷰3] 이화열 SSM저지 강동대책위 집행위원
             안상구 SSM저지 강동대책위 소속 상인
"상인과 주민, 지역에서 눈을 맞추다"

이화열  SSM저지 강동대책위 집행위원
 이화열 SSM저지 강동대책위 집행위원
ⓒ 윤성희

관련사진보기


(이하 이화열)

- 강동 SSM대책위를 구성한 과정을 소개해달라.
"강동구 양지, 암사, 둔촌시장 앞에 SSM이 들어오려 해 사업조정신청을 했다. 처음에 SSM이 들어온다는 것은 지역신문에 난 구인광고를 통해 알았다. 이를 상인들에게 알렸고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

원래 강동구 전통시장 상인연합이 있었고 상인 간 단합이 잘 되는 편이었다. 또 슈퍼 상인들 중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슈퍼마켓 상인 대표, 전통시장 대표, 강동시민연대, 민주노동당 강동구위원회가 공동대표를 맡아 대책위를 꾸렸다. 거기에 강동촛불시민모임, 공무원노조, 진보신당 등이 가세했다. 그 결과 100여 개 슈퍼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번 과정을 통해 강동구 내 슈퍼마켓 연합회를 정식으로 구성하기로 했고,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상인회가 있고 전통시장이 많다고 싸움이 잘 되는 건 아니다. 다른 지역을 봐도 상인들이 들고 일어서 연합하고, 또 시민단체가 적극 연대해 상승효과를 내는 곳이 성과를 거두는 것 같다." 

- 상인단체와 시민단체가 연대하며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
"상인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상인들이, 서류작성이나 집회, 협상 및 캠페인 전략 생산 등은 당과 시민단체가 적극 나서 보조했다. 그런 공동행동을 통해 상인과 시민단체 간의 연대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시민단체로서는 '자영업자'라는 지역 주민을 깊이 사귈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는 주민과 상인, 직능조직 간의 관계설정의 한 사례이기도 하다.

또 이번 과정을 통해 상인들도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못하는 것'을 해보자는 거다. 정책지원 요구뿐 아니라 슈퍼들이 연합해 공동 시설정비나 공동구매 통한 경쟁력 확보, 지역공동체에 기여하는 활동 등도 고민하고 있다. 단 여기서 자금력이 떨어지는 영세 점포에 대한 배려가 꼭 필요하다. 또 자신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있고, 상인 간 경쟁에 의한 긴장관계도 존재한다. 이는 꾸준히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이하 안상구)

- 상인들의 SSM저지투쟁이 소비자들에게는 멀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소비자들이 왜 상인들을 외면하는가. 그건 우리가 그간 되돌려준 게 없었던 탓이다. 우리도 지역사회에 기여하면서 소비자들과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인천에 어떤 곳은 영수증을 모아오면 포인트를 적립해서 그 금액만큼 지역 저소득층에 기부한다고 한다. 그런 게 상생이다. 그런 변화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요전에는 구청에 쌀을 모아서 갖다 주자는 제안도 했다."

- SSM대책위의 활동은 어디까지라고 보나.
"우리 지역만 해결된다고 다른 지역을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가 본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가 SSM도 제일 많고, 앞으로 서울시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칠 거다. 지금 서울지역 SSM입점저지대책위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는데, 참여한 사람들은 적어도 이에 대한 최소한의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적 대응과 동시에 현재 관료화된 중앙회의 대안적 역할, 지역 상인들을 위한 정책적 싱크탱크로서의 역할도 연석회의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노동세상 10월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대형마트, #SSM, #자영업, #노동세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