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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영산 지리산에 철탑을 꽂지 마라."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를 외치며 천왕봉·반야봉·노고단에서 무기한 농성이 벌어진다. 지리산권시민사회단체협의회와 민족성지지리산을위한불교연대는 12일부터 무기한으로 3곳에서 농성에 들어간다.

 

이번 농성에는 지리산생명연대, 남원생협,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섬진강과지리산사람들, 함양시민연대와 화엄사, 쌍계사, 벽송사, 대원사, 실상사 등 구례·하동·함양·산청·남원에 위치한 5개 사찰이 참여한다.

 

이들 단체는 12일 오전 노고단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자연공원법 개정안 철회'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이날 "제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에까지 케이블카가 올라가도록 자연공원법이 개정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힌다.

 

만약 환경부안대로 자연공원법이 개정된다면, 지리산에 인접한 구례, 남원, 함양, 산청 등 4개 지자체는 지리산 3대 주봉(천왕봉-제석봉, 반야봉, 노고단)에 케이블카를 건설할 예정이다. 전남 구례군은 산동온천~노고단 4.5km, 전북 남원시는 뱀사골~반야봉 6.7km와 정령치~반야봉 6.0km, 경남 산청군은 중산리~제석봉 5.0km, 함양군운 백무동~정령치 구간에 걸쳐 케이블카를 건설할 계획이다.

 

환경부에서 입법예고한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보면, 자연보존지구 안 케이블카 거리규정을 2km에서 5km로(시행령안 제14조의2), 케이블카 정류장 높이를 9m에서 15m로(시행규칙안 제14조제2호) 완화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병관 대장(산악인, 전 연하천대피소 소장, 천왕봉 농성자 대표), 법인 스님(민족성지지리산을위한불교연대 공동대표, 반야봉 농성자 대표), 최화연 지리산생명연대 사무처장(노고단 농성자 대표)와 노재화 지리산기독교환경연대 사무국장 등이 참석한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천왕봉, 반야봉, 노고단으로 이동해 각자 농성을 시작한다. 천왕봉 농성은 산악인이 중심으로 되어 여는데, 남난희(여성산악인), 류정자(지리산산악인), 송영호 (전 뱀사골대피소 구조대장)씨 등이 참여한다.

 

반야봉 농성에는 화엄사, 쌍계사, 벽송사, 대원사, 실상사 등 불교연대 소속 스님들이 참여하고, 노고단 농성에는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참여한다.

 

노재화 사무국장, 김광철 운영위원(지리산사람들), 조계종 운영위원장(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최화연 사무처장(지리산생명연대), 안상현 이사장(남원생협), 박두규 대표(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원성재 교사(전교조 남원지회) 등이 참여한다.

 

"지리산을 그대로 놔두라"

 

지리산권시민사회단체협의회와 민족성지지리산을위한불교연대(준)는 미리 낸 기자회견문을 통해 "환경부는 케이블카 건설을 위한 자연공원법 개정 시도를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들 단체는 "이명박 정부는 지리산을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개발정책을 포기할 것"과 "이명박 정부는 국립공원에 들이대는 삽날을 당장 거둘 것", "영산(靈山) 지리산에 철탑을 꽂지 말 것", "지리산을 그대로 놔 둘 것"을 요구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지리산은 그냥 '산'이 아니다. 지리산은 생명평화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이며, 우리나라 첫 번째 국립공원이다. 지리산국립공원에는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수많은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으며, 천왕봉·반야봉·노고단 등 지리산 곳곳에는 역사·문화적 전통이 녹아있다. 지리산을 온전히 보전하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우리 모두의 일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성장제일, 묻지마 개발, 규제완화 정책은 지리산까지도 흔들고 있다. 환경부의 자연공원법 개정 움직임에 구례, 남원, 함양, 산청 등 4개 지자체는 지리산 3대 주봉을 향하는 케이블카를 건설하려 한다.

 

많은 국민들은 케이블카가 우리 산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국립공원 케이블카에 반대하고 있으며, 더더욱 지리산 케이블카는 불경스러운 일이라며 입에 올리지도 말라 한다.

 

이런 와중에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를 탄 후 '환경을 보전한 성공적인 견본사업'이라 하였고, 환경부 관계자는 공개 토론회에서 지리산, 설악산에 가장 먼저 케이블카가 놓여야 한다고 발언하였다.

 

환경부는 국립공원을 보전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조직이다.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덕유산, 내장산, 설악산 권금성에서 운영되는 케이블카로 인한 훼손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가? 내장산 케이블카는 천연기념물 제91호인 굴거리나무 군락지를 양분시켰고, 설악산 권금성은 케이블카로 인하여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헐벗은 산으로 변해버렸다.

 

오늘, 우리는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자연공원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며 지리산 3대 주봉인 천왕봉, 반야봉, 노고단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다. 이번 농성은 '국립공원 보전과 케이블카 건설 반대에 대한 환경부장관의 대국민 약속'이 표명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지리산 자락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지리산 케이블카를 온몸으로 거부한다. 일본제국주의가 민족정기를 말살하려고 박아놓은 쇠못을 뽑은 게 엊그제인데, 정부가 나서서 민족의 영산에 철탑을 박으려 하려는가! 이명박 정부는 영산 지리산에 철탑을 꽂지 마라! 지리산을 그대로 두라!   

 

우리는 지리산의 정신과 국립공원의 가치를 위해, 자연 안에 살아 숨 쉬는 생명들의 평화를 위해, 역사와 미래 세대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을 꼭 지켜나갈 것이다.


태그:#지리산, #케이블카, #천왕봉, #반야봉, #노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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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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