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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진돗개. 국가의 보조를 받으며 국가견으로서 지위를 굳건히 지켜오고 있지만 실제는 과도한 국가장려와 산업화의 추세에 밀려 수많은 개들이 불량견으로 낙인찍혀 도태되었다. 개식용문화가 잔존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순종이 아닌 개들은 손쉽게 개식용산업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으며 진돗개의 일부가 개고기용으로 쓰인다는 사실은 진도 내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진돗개의 실태를 파악하고자 2009년 3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진도를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말]
1993년 대전으로 팔려갔다가 7개월 만에 300km 떨어진 진도로 돌아온 진돗개 백구의 이야기는 진돗개의 충성심과 귀소성을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일화이다. 진돗개의 보호지역이며 삼별초의 최후 항쟁지이기도 한 진도 역시 외세의 침략을 수시로 받아온 우리나라의 역사적 경험에서 순혈성을 지키는 보루처럼 이미지화되어 왔다.

진돗개는 196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1967년 진도견 보호육성법이 만들어지면서 국가견으로서 지위를 굳건히 이어왔다. 최근 진도군의 명견화사업은 애견산업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2008 진도에서 열린 진돗개 축제 월드 도그쇼는 그 행사취지가 세계적인 명견 진돗개 바로 알기인 동시에 애견 문화 보급차원으로 개최되었다.

진돗개축산사업소의 예산은 2008(2,148,818,000원)년에 비해 2009년(5,924,699,000)에 증가했으며 2009년에는 전년도에 없는 새로운 예산항목도 추가되었다. (진돗개 테마파크조성사업, 진돗개사육관리센터 건립, 진돗개 홍보관 건립 등) 그러나 어느 사회나 애견산업의 확장은 소위 종견의 스탠다드를 만들고 이 기준에서 벗어나는 개들을 도태시키는 작업이 수반된다.

1990년대 이후 애견문화의 확산으로 수많은 개들이 거리로 쏟아지고 방치되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개식용문화가 잔존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 도태된 개들이 개식용산업으로 흘러가고 있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진도에서 만난 진도개들. 무의미한 순혈논쟁과 국가적 지원, 무분별한 애견산업의 확장으로 도태의 위기에 처해있다.
 진도에서 만난 진도개들. 무의미한 순혈논쟁과 국가적 지원, 무분별한 애견산업의 확장으로 도태의 위기에 처해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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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의 식용화, 공공연한 비밀

그간 반려견이 개고기로 넘겨진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2007년 한 지방의 전직유기견 보호소장이 공무원들의 요구로 유기견을 식용으로 제공해왔다고 고백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연합신문> 2007년 7월 19일자 기사)

또한 한 방송프로그램은 재래시장, 경매장 등에서 소위 애견들이 식용으로 팔려가는 현장을 포착하기도 했다. ( KBS <이영돈의 소비자고발> 2007년 7월 11일자 "당신은 애완견을 먹고 있습니다." 편)

2004년에는 호주에서 경견사업으로 인해 남아도는 개들을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한 일도 있었고 이들 중 한국으로 수출된 개들의 대부분이 보신탕으로 쓰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연합뉴스> 2004년 11월 3일자 기사)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의 마이크로칩 관련 협의회에서 한 공무원 관계자는 "개고기를 먹는 우리 식문화의 현실을 감안할 때 취사과정에서 마이크로칩의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자신문> 2008년 4월 16일자 기사)

이는 애견이 개고기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의혹이 '의혹'이 아닌 '공공연한 진실'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500km를 달려 진도로 돌아온 실화로 인기를 얻은 백구. 이 일화가 알려지면서 백구는 무분별하게 번식되었다.
 500km를 달려 진도로 돌아온 실화로 인기를 얻은 백구. 이 일화가 알려지면서 백구는 무분별하게 번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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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에서 개고기용으로 팔리고 있는 백구. 진도에서 본 백구와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재래시장에서 개고기용으로 팔리고 있는 백구. 진도에서 본 백구와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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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 : 스탠다드 없는 진돗개의 스탠다드

소위 불량견의 도태에는 순혈을 가리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수반된다. 이는 순종을 가려내 잡종을 차별화하는 것으로 상업화를 위해 순종견의 가격을 올리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다. 진돗개는 민족의 순혈성을 상징한다는 의식이 더해져 그간 수많은 순혈논쟁이 있었다. 전국에 있는 진돗개 관련 단체들은 각각 자신들이 정한 기준으로 품평회를 개최한다. 따라서 이 품평회에서는 종종 심사결과에 불복해 항의하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되기도 한다. (<진도신문> 2008년 10월 30일자 기사 "폭력 욕설 불만 진도개 품평회 아수라장")

이는 진짜 진돗개의 기준을 잡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넘어 진돗개의 스탠다드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진돗개를 심사하는 것이 애매모호한 기준과 주관적 판단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진도군의 진돗개 심사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진돗개 공인심사와 도태과정

한국진도개 보호육성법과 진도군 조례에 따라 보호지구인 진도 안에서 개를 소유한 자는 일 년에 두 차례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규정에 따른 표준체형을 갖추지 못하다고 판단된 개를 등록하고 칩을 주입하며 그렇지 않은 개는 도태할 수 있다.

3월 11일 일 년에 두 차례 실시하는 공인심사 자리에 참관했다. 심사는 군에서 미리 선정한 심사위원과 진돗개 사업소의 직원, 수의사가 동행한 가운데 마을을 돌며 실시된다. 마을회관에서 방송을 통해 주민들을 부르면 주민들은 자율적으로 개를 데리고 나오는 방법으로 실시되며 심사위원이 체형과 성격 외모 이빨 등을 보고 육안으로 판단, 좋은 진돗개로 판정이 되면 현장에서 목에 칩을 주입한다.

채점의 기준은 일반외모 28점, 체구 25점, 두부 30점, 혈연 7점, 기타 10점으로 총 100점 중 60점 이상이면 합격선이다. 그런데 진돗개 표준체형고시에 따른 진돗개의 표준체형은 사실 매우 주관적이다. 예를 들어 머리와 얼굴의 경우, "정면에서 볼 때 이마는 넓고 귀 사이는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귀의 경우, "삼각 형태로 머리와 알맞은 조화를 이루고 운동이 극히 활발하고 앞쪽으로 숙여 서 있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현장에서 심사위원 역시 좋은 진돗개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든 일반인들도 알 수 있는 기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 기준은 다름 아닌 더 건강하고 잘생긴 외모에 불과한 것이었다.

기준에 적합하다고 판명된 개들은 등록에 필요한 칩이 주입된다.
 기준에 적합하다고 판명된 개들은 등록에 필요한 칩이 주입된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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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에서 합격되지 못한 개는 도태하거나 방출하는 것이 법적 원칙이나 실지로 불합격 처리되었다고 해서 바로 도태명령서를 주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 심사에 다시 나와 보라는 식으로 권유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었고 또한 불합격 처리되었다고 해서 바로 일괄 개들을 처리하는 것도 아니었다. 심사는 군에서 하지만 개의 소유자는 모두 주민들로, 처리는 전적으로 주민들 몫이었다.

그렇다면 소위 불량견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자신의 개가 불량견이라고 해도 반려견이라고 생각하며 평생을 함께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진도군의 상징이며 나중에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정부와 군의 선전에 키우기 시작한 개가 귀찮아지고 병에 걸리거나 등록되지 못한 불량한 개라는 판단이 서면 어떻게 할까. 주민들은 모두 같은 대답을 하고 있었다. "내다 판다"는 것이다.

기준에 맞지 않는, 못생기고 상업성이 없는 개들을 누가 사가는 것일까. 심사과정에서 만난 주민들은 간혹 마을을 지나는 업자가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주민들은 그 업자가 식용목적의 개를 키우는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한 마을의 주민은 그 업자가 여름 복날을 즈음해 더 자주 마을을 돌며 3-4일에 한 번은 반드시 온다고 답해 주었다. 우리는 현장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진도 내의 개들은 대부분 혼자 묶여 살고 있다. 이런 생활은 활발한 진도개의 스트레스와 공격성을 발전시키고 사람들과의 친화성을 막는다. 경제적 심리적으로 개들을 감당할 수 없는 주민들은 이런 개들을 업자에게 팔고 있다.
 진도 내의 개들은 대부분 혼자 묶여 살고 있다. 이런 생활은 활발한 진도개의 스트레스와 공격성을 발전시키고 사람들과의 친화성을 막는다. 경제적 심리적으로 개들을 감당할 수 없는 주민들은 이런 개들을 업자에게 팔고 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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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에서 9일까지 한 마을에서 업자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7월 9일 마을을 돌며 개를 사는 업자를 목격할 수 있었다. 그가 타고 있는 트럭 위에는 조금 전까지 어느 집에서 키웠을 것으로 짐작되는 개가 목줄을 하고 이동장 안에 들어 있었다. 업자는 개의 상태에 따라 10만원에서 20만원의 가격으로 주민들과 거래하고 있었다.

진도 마을을 돌며 개를 사는 업자의 트럭. 이 개들의 목에는 목줄이 달려있어 바로전까지 누군가의 반려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진도 마을을 돌며 개를 사는 업자의 트럭. 이 개들의 목에는 목줄이 달려있어 바로전까지 누군가의 반려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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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불량견을 개고기업자에게 넘기는 것은 진도 내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주민들은 이에 대해 속시원히 털어놓지 못하지만 모두 사실임을 인정하고 있었고 특별히 도덕적인 죄책감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주민들의 부도덕함이 아니라 오랫동안 관행화된 일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재래시장 진열장에서 발견한 개들. 진도개와 다르지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한 재래시장 진열장에서 발견한 개들. 진도개와 다르지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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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재래시장의 진열장 안에서 진도 내에서 본 불량 진돗개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개들을 목격한다. 의미 없는 순혈논쟁과 민족견의 자존심을 세운다는 명분 아래 수많은 개들이 도태되고 누군가가 먹고 있는 보신탕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우리의 민족견은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도태되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 국민의 세금이 쓰이고 있다. 정부는 민족자존심을 세운다는 의미없는 명분을 세우고 일부의 사람들만이 산업확장으로 인해 이익을 얻고 있다.


태그:#진도개, #애견산업, #개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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