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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들>겉표지
 <돌연변이들>겉표지
ⓒ 생각과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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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로 따지면 고등학교 3학년인 소녀 미나, 그녀의 학교생활은 갑작스럽게 뒤틀어졌다. 카프카의 <변신>같다고 해야 할까. 가장 친한 친구들이 그녀를 싫어하고 미워하며 욕을 한다. 따돌리기 시작하는 건 어떤가. 마치 '돌연변이'가 된 것만 같다.

미나가 무슨 일을 했기에 그런 것일까? 그녀는 잘못한 것이 없다. '옳은' 일을 하려 했는데 그게 문제가 된 것이다. 옳은 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미나는 교회에서 쫓겨났고 함께 교회를 다니던 친구들에게 버림받았다. 학교에서만 그럴까.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미나의 어떤 행동 때문에 보험 일을 하는 부모님은 영업에 치명적인 일을 당했다. 교회 신도들이 보험을 해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제 미나가 할 수 있는 건 기도하는 것뿐이다. 아무 일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해달라고 할 뿐인데 그게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일단 학교에서 아이들이 미나를 괴롭히는 일이 점점 심해지기에 그런 것도 있지만 미나가 좋아하는 과학 선생님을 향해 미나의 옛 친구들이 집단적으로 저항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들은 왜 저항하는가. 진화론 때문이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믿는 그들은 과학 선생님 셰퍼드가 진화론을 이야기하려 하자 의자를 돌려 등을 보인다. 저항이다. 그래도 셰퍼드 선생님이 진화론 수업을 계속하자 목사님까지 불러 그것을 저지하려 한다. 그 가운데 있는 미나는 어찌해야 할까. 조용히 지내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창조론을 믿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으며 이제는 진화론에 서 있는 사람이었기에 그 대결의 가운데에 등장하고 만 것이다. 미나는 정말 어찌해야 할까. 미나의 학교 생활은 점점 더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로빈 브랜드의 <돌연변이들>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임에도 의미심장한 대목들이 많다. 고민하게 만드는 구석이 많다고 해야 할까. 첫 번째는 옳은 일을 했음에도 그 때문에 왕따 당하는 모습에 관한 것이다. 미나는 자신이 옳은 일을 외면했다면, 편히 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마음의 죄책감을 모른 척 하면 될 뿐이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일까? 미나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옳은 일을 했고 그 결과 왕따를 당하게 된다.

미나의 행동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옳은 것 대신에 강한 것을 따르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미나의 행동은 어떤 '답'을 제시해주는 것이 아닐까. 비록 몸이 고단해지더라도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 미나의 행동은 교과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하나의 답이 될 것이다.

진화론과 창조론이 대립하는 가운데, 종교를 바라보는 입장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어떤가. 미나의 옛 친구들과 셰퍼드 과학 선생님이 대립하는 가운데, 미나는 진화론도 믿고 하느님도 믿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의미에서 관대한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려 한 것인데 이 또한 의미심장하다. 이제 막 종교를 접하는 청소년은 물론이거니와 하느님을 안 믿으면 무조건 지옥 간다고 말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어떤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소설이 재밌다. 소재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청소년의 구미에 맞게 쓰였다. 동시에 이제 막 가치관이 생겨나는 청소년들에게 여러 모로 생각할 것들을 만들어주고 있다. 즐거움과 유익함 모두를 잡았다고 해야 할까. 로빈 브랜디의 <돌연변이들>, 소설이 여러 모로 '쓰임새'있다.


돌연변이들

로빈 브랜디 지음, 이수영 옮김, 생각과느낌(2009)


태그:#청소년 소설, #창조론, #진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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