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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19일(토~일) 양일간 친구들이랑 경북 안동시에 다녀왔다. 안동하면 흔히 양반문화와 한국인의 정신문화를 이끄는 곳이라는 느낌이 드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퇴계 선생의 도산서원과 서애 선생의 고향으로 유명한 하회마을, 학봉 선생의 종택 등 느끼고 보고 배울 것이 많아 '공자와 맹자의 고향 같다'고 하여 '추로지향(鄒魯之鄕)의 고장'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기는 안동소주, 최고의 여름 옷 가운데 하나인 안동포, 해산물임에도 안동 시내를 관통하며 흐르는 낙동강에 사는 것으로 착각을 하게 하는 안동 간고등어와 안동문어, 농 특산물인 안동사과, 안동한우 등등. 하회별신굿탈놀이, 차전놀이, 놋다리밟기 등 먹을거리, 입을 거리, 볼거리가 넘쳐나는 곳이다. 나는 친구들과 한국 고유의 유교 문화와 전통을 배우며 느끼고자 안동으로 갔다.    

 

장마가 아직 끝이 나지 않아 전날의 큰 비가 몇 사람들을 고민 속에 빠트린 듯하다. 두어 명이 비가 온다는 이유로 취소를 했지만, 일행은 종로 세종문화회관 뒤에 아침 8시에 집결하여 안동 가는 관광버스를 탔다. 다행히 이틀 간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았다. 나는 며칠간 피곤이 누적되어 있어 버스를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안동 안동민속박물관

오전 11시를 조금 넘겨 서안동 나들목을 통과했다. 곧 바로 간 곳은 안동시 성곡동에 위치하고 있는 안동민속박물관(安東民俗博物館)이다. 지난 1992년 개관한 박물관은 안동문화권의 민속을 조사, 연구, 보존, 전시하는 곳으로 안동지역의 역사와 관혼상제(冠婚喪祭)나 전통놀이 등 생활풍습에 관한 자료를 주로 전시하고 있다.

          

안동 안동민속박물관 내부

실내의 3개 전시실이 있고, 제1전시실은 아기 점지부터 성장까지 서민들의 생활문화, 제2전시실에는 관례부터 제례까지 양반들의 생활문화가 전시되어 있으며, 제3전시실에는 안동문화권의 민속놀이가 모형으로 연출되어 있다.

 

또한 안동댐 수몰지역의 고가, 문화재 등을 전시하는 야외박물관에는 보물 305호인 안동 석빙고와 경상북도유형문화재 제29호인 선성현객사(宣城縣客舍), 경상북도유형문화재 제14호인 안동 사월동 초가토담집 등도 펼쳐져 있다.

      

안동 안동민속박물관 내부

본관 입구 우측의 박물관 현판과 건물 앞면의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라는 벽면 간판의 위치가 바뀐 것 같아 의아하기는 했지만, 문화해설사의 도움으로 안동의 민속 문화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박물관을 둘러 본 다음 일행은 박물관 인근의 안동 헛제사밥을 파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헛제사밥은 경상도의 전통 요리이며 흔히 쓰이는 고추장 대신 간장과 함께 대접하는 비빔밥이다. 말 그대로 '헛제사를 위한 밥'을 뜻한다. 수많은 나물을 흰 밥 위에 놓아 구성하며, 불에 구운 고기와 전 몇 개도 함께 준비되어 있다.

 

식량과 음식에 부족했던 조선시대 안동에 살던 몇 명의 학자들이 헛제사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여 헛제사를 열어 맛있는 제사음식을 즐겼다는 기원설이 있기도 하고, 일반 사람들이 헛제사를 열어 풍부한 제사 음식을 즐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종가가 아닌 식당에서 먹는 밥이라 그런지, 헛제사밥에 간단한 음복(飮福)주 한잔이 빠진 게 흠이었다.

    

헛제사밥에 안동 간고등어, 조기구이를 곁들여 정말 배불리 먹었다. 후식으로 나온 안동식혜도 세 그릇이나 먹었다. 안동식혜는 안동지역의 전통 음료로 엿기름물로 밥알을 당화시켜 단맛이 나고 밥알이 동동 뜨게 만든 음료이다.

 

만드는 방법은 찹쌀을 씻어 불려서 찌고, 엿기름 가루를 물에 담가 주물러서 체에 받치고 가라앉힌다. 쪄낸 찹쌀이 뜨거울 때 엿기름의 맑은 물과 버무리고 나박썰은 무와 채썬 생강, 고춧가루를 섞고 따뜻한 곳에서 삭힌다. 식후 소화 작용 강화에 도움을 주며, 먹을 때는 사발에 담아 잣을 얹어 대접한다.

 

일행들 대부분이 안동 식혜를 처음 맛보는지 좀처럼 입을 대지 않아, 생각보다 많이 남아 내가 거의 반은 마셨다. 안동에서 성장한 형수님 덕분에 영주 본가에서 안동식혜를 자주 맛볼 수 있었기에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안동 월영교

식사를 마치고 인근의 월영교(月映橋)를 잠시 둘러보았다. 월영교는 안동호에 6년 전에 놓인 목책교로, 한 부부의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이 간직되어 있는 나무다리이다. 먼저 간 남편을 위해 머리카락을 뽑아 한 켤레의 미투리를 지은 지어미의 애절하고 숭고한 사랑을 기념하고자 미투리 모양을 담아 다리를 지었다.

 

길이 387m, 너비 3.6m로 국내에서는 가장 긴 목책 인도교로 다리 한가운데에는 월영정(月映亭)이 있어 보기에 좋았다. 아쉽게도 부실공사로 인해 최근에 보수공사를 했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으로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은 곳이다.

         

안동 묵계서원

월영교 산책을 마친 일행은 길안면 묵계리 위치한 안동김씨(엄밀히 말하자면 장동김씨)들의 묵계종택(默溪宗宅)과 묵계서원(書院)으로 이동했다. 묵계서원은 조선전기의 학자인 응계 옥고(玉沽, 1382∼1436)선생과 보백당(寶白堂) 김계행(金係行, 1431~1521)선생을 모시고 제사지내는 서원으로 안동지역 유림들의 노력으로 숙종13년(1687)에 지어졌다.

 

하지만 고종 6년(1869) 서원철폐령으로 사당은 없어지고 강당만 남아 있다가, 1998년 후손들의 노력으로 복원되었다.  

 

응계 옥고 선생은 조선 초기 안동, 대구군수를 역임한 청백리로 선정된 학자로 성리학에 조예가 깊었다. 보백당 김계행 선생은 조선전기 고령현감, 부수찬 등을 역임하였으며, 고향인 안동 풍산읍 소산으로 낙향한 후 집 옆에 작은 정자를 짓고 보백당이라 이름 짓고 학생들을 모아 가르쳐서 보백 선생이라 불린 청백리였다.

 

특히 보백당 선생은 " 내 집엔 보물이 없다, 보물이 있다면 오직 청백뿐이다." 라는 유훈을 남기기도 했으며, 말년에 길안면으로 이사와 집 근처 계곡에 만휴정(晩休亭)을 지어 공부하기도 했다.  

       

안동 묵계종택 종손

서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묵계종택에서 만난 대구, 경북에서 오랫동안 교육감 등을 지낸 종손 김주현(金冑顯) 선생은 "안동에 50군데 정도 있는 불천(지)위(不遷(之)位) 종가 가운데 하나인 이곳 묵계종택은 청백리이며 안동 학문의 뿌리였던 보백당 김계행 선생의 뜻을 이어받기 위해 후손들이 서원을 재건하여 운영하고 있고, 1993년부터 장학회도 만들었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아 많은 분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안동  만휴정 앞 개울

종손의 말씀을 듣고 일행들은 서원을 둘러 본 다음, 안동에서 가장 가볼 만한 곳 가운데 하나인 보백당 선생이 지은 만휴정으로 이동했다. 만휴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이루어져 있는 작은 정자이다. 정면은 누마루 형식으로 개방하여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고, 양쪽에는 온돌방을 두어 학문 공간으로 활용하였다. 계곡 옆 바위 위에 지어진 정자로 주변경관이 아름답고 폭포소리가 장관이다. 1986년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173호로 지정되었다.

       

안동 폭포 아래에서 올려다 본 만휴정

정자 앞 바위에 보백당만휴정천석(寶白堂晩休亭泉石)이라는 글씨가 음각되어 있고, 정자 뒷면은 절벽으로 바위산이 둘러치고 있고, 앞은 조그만 개울이다. 개울 상하로 폭포가 있어 아름답고, 묵계서원에서 오가는 길이 정막하고 고요한 것이 일품이다.

      

안동  만휴정

그래서 인지 호사가들은 안동의 숨겨진 삼품으로 1번이 묵계종택에서 묵계서원을 거쳐 만휴정으로 가는 길, 2번이 서원건축의 백미로 손꼽히는 서애 선생을 향사한 병산서원(屛山書院)가는 길과 서원 뒤편에 위치한 하회마을의 진산(鎭山)인 화산을 둘러보는 것, 3번이 퇴계 선생의 도산서원을 둘러 본 후 낙동강 물길을 따라 올라 청량산(淸凉山)의 청량사를 둘러보는 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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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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