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영화 <즐거운 인생>(2007)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2007) 그리고 <고고70>(2008)을 거쳐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오빠밴드'를 보면 요즘은 락 밴드가 대세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사십 대 남자들이 먼저 밴드에 불을 당긴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중년들이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밴드이기에 영화가 나온 것일까.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 영화들이 중년 남성들이 느끼는 상실감을 음악으로나마 보상해주었고 다수의 남성들이 공감했음에는 이론이 없을 듯하다.

 

개인적으론 특히 이중 '오빠밴드'를 한번 보고는 첫눈에 팬이 되고 말았다. 유영석의 물결 치는 피아노 솜씨, 탁재훈의 깐죽거림, 신동엽의 너무도 버거워 보이는 기타, 그리고 무엇보다 '김정모'라는 처음 보는 젊은 친구의 이 악기 저 악기를 넘나드는 풍경은 단 몇 초만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고 말았다.

 

모르긴 해도 이 프로 대박일세. 하여 일요일 저녁이면 '본방사수'하려고 몇 번이고 주문을 하곤 한다. '오빠밴드 나오면 날 불러 줘.' <베토벤 바이러스> 후 배우 박철민은 그 드라마로 인해 음악이 자신에게 들어왔다고 하던데 나는 '오빠밴드'로 인해 밴드를 새로 이해하게 되었다.

 

나이 마흔 줄, 잊었던 드럼에 다시 손을 대다

 

우리 집 남자는 사실 이미 밴드에 감염되어 있었다. 평소 흘려들었던, '왕년에 밴드 활동 좀 한' 사연은 위에 언급한 영화들로 인해 다시 추억되었다가, 급기야 지난해 가을에는 밴드 동아리에 회원가입을 하였고 지금까지 열심히 다니고 있다. 젊은 날 접은 꿈이 뒤늦게 현재진행형이 된 것이었다.

 

남편은 밴드 중에서도 '드럼'인데, 드럼을 무슨 재미로 치나 했는데 오빠밴드의 김정모의 솜씨를 보고나니 '드럼은 밴드의 척추'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김정모의 반의 반의 반이라도 흉내 내고 싶은 게 고소원이나 그게 안 되니 중년의 드러머는 한숨이 절로 나오나 보았다.

 

한숨이 나올 법도 한 게 드럼도 알고 보니 그냥 무작정 두드리면 되는 게 아니었다. 책 한권 가득한 리듬들에는 쉬운 것들도 있었지만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까다로운 리듬도 상당히 많아 보였다.

 

그러하기에 드럼도 잘하려면 10대나 20대 초반부터 해야 제대로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피아노의 경우 지 아무리 복잡해도 왼손 오른손의 주고받음일 뿐이지만 드럼의 경우 두 손 두 발 즉, 때론 네 개가 따로 놀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배우는 입장에서는 머리에 쥐가 나는 게 당연하였고, 왼손의 힘을 기른다며 오른손잡이인 남편은 밴드 동아리 가입 후 지금까지 줄곧 왼손으로 수저질을 하고 있다.

 

직장인으로서 밴드 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을 텐데…. 무엇보다 나잇살이나 먹은 사람들이 하나의 곡을 향하여 서로의 개성을 죽이고 화합한다는 것이 신기하여 음악보다 그게 더 놀랍다고 하였더니.

 

"곡목 선정을 함에 있어 드럼 치는 사람은 이왕이면 드럼이 튀는 곡을 하고 싶고,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가 튀는 곡을, 기타 치는 사람은 기타가 튀는 곡을 하고 싶어 하지."

 

"그럼 최종적으로는 어떻게 해?"

 

"서로 타협을 하는 거지. 그리고 서로의 이해를 두루두루 충족 시켜줄 수 있는 곡을 선정하기도 하고… 아무튼, 노래 한곡 무대에 올리는 일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야."

 

아닌 게 아니라 남편의 경우 곡하나 무대에 올리는데 얼추 일 년이 걸린다 하겠다. 다음 달에야 첫 무대에 선다고 하니. 남편이 속한 밴드가 연습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보면서 나는 새삼스레 송골매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그 노래가 그렇게 어려울 줄이야. 송골매뿐만 아니라 밴드 음악 하는 사람들 전부 다 대단하게 보였다. 어렵다해도 대중음악이니 만큼 클래식 음악보다는 훨씬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들 나름 경지에 올라야 그렇게 칠 수 있는 것이었구나.

 

아무튼, 오빠밴드도 남편밴드도 잘 되길 빈다. 때론 프로보다 아마추어들이 자기만족을 더 느낄 수도 있으니 늦었다 생각말고 이참에 밴드에 관심이 있는 중년들은 저마다 한번 시도해 보심은 어떨지.


태그:#드럼, #오빠밴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