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또다시 '친박 입당'을 놓고 고심에 빠지게 됐다. 친박 성향의 정수성 의원(무소속)이 17일 한나라당에 입당을 신청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 4·29 재·보선에서 '친박' 간판을 내걸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친이' 후보인 정종복 전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대선후보 경선 때는 박근혜 전 대표의 안보특보를 맡은 바 있다.

"경주 시민들 입당 원해... 선거 때도 약속"

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한나라당에 입당을 신청한다"며 "당 지도부가 입당을 승인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또 "선거 이후 한달 보름가량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경주 시민들이 본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입당 신청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선거 과정에서도 수차례 한나라당 입당을 약속했다"며 "본 의원의 정치적 신념과 지향점은 한나라당 정체성과도 상통한다"고 주장했다.

'사전에 당 지도부나 박근혜 전 대표 등 친박 의원들과 의견 교환을 했느냐'는 물음에는 "하지 않았다"며 "당 지도부가 현명하게 판단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경북도당에 입당신청서를 냈다. 입당 허가는 일단 도당에서 당원자격심사를 거쳐 결정하게 되지만 당 지도부의 의중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현재로선 당장 정 의원의 입당 여부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입당 신청을 하겠다니 말리지는 못하겠으나 어떻게 될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정 의원의 입당 신청에 대해선 미리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입당' 2차전?... 당장 결정하긴 어려울 듯

친박 진영도 지난 '복당 파동' 때처럼 입당을 적극 주장하기는 어렵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선거 때 당에 공천 신청을 했던 분도 아니고 원래 당 소속도 아니었던 터라 '복당 친박' 의원들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정 의원이 입당하게 되더라도 '2차전'이 기다린다. 당협위원장 자리를 놓고 원외인 정종복 위원장과 담판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계파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원외인사와 복당한 친박 현역의원들 사이의 당협위원장 교체 문제를 놓고 해를 넘기며 갈등을 빚은 끝에 지난 15일 친박 의원들로 당협조직위원장 임명을 의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