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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내몰기까지 국세청이 단초를 제공했다."

 

어느 세무공무원이 "나는 지난 여름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서거에 대한 한상률 책임론을 제기하였다. 노무현 표적수사의 중심에 있었던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관할 국세청이 아닌 서울국세청 조사4국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그것을 한상률 청장이 진두 지휘하였으며 조사상황은 그대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되었다는 것이다.

 

정치보복이나 권력형 비리의 양대 축은 검찰과 국세청이다. 그동안 검찰이 누구를 수사하고 있는지는 언론의 조명을 받아왔지만, 국세청이 하는 일은 국민의 시야에서 비켜서 있었으며, 그런 점에서 박연차 세무조사에 대한 문제제기는 중요한 지적이다.

 

6월 3일 새벽 MB의 최측근인 천신일씨에 대한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되자, 급기야 민주당은 '천신일 특검'을 주장하고 나섰다. 천신일 특검은 곧 한상률 특검이다. 오늘의 이 사태에 이르기까지 국세청은 과연 어떤 일을 했는지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국세청이 한 일'이 아니다. 국세청은 세금을 부과하는 기관이다. 그것도 독점적인 부과권을 국민으로부터 부여받고 있다. 부과권의 과도한 행사 또는 남용으로 정치보복을 해왔다면, 반대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으로 기득권자들에게 막대한 특혜를 부여하여 왔다.

 

5월 29일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 날, 대법원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무죄 판결로 다시 한번 삼성에 면죄부를 부여하였다. 유전무죄. 그러나 어찌하랴. 대법원은 이 나라 사법정의의 최후의 보루가 아닌가! 힘없는 국민들로서는 절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MB정권과 부패재벌의 '희망사항'이다. 대법원 선고가 나오자, 매판언론들은 가다렸다는 듯이 족쇄가 풀렸다느니, 후계체제가 가속화된다느니 야단법석이다. 그러나 이건희의 족쇄는 풀리지 않았다. 국세청은 얼마든지 세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4월, 삼성특검은 "이건희 회장이 상속받은 재산임을 인정하므로" 삼성생명주식 등 9조원대의 비자금은 상속재산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전제하에 상속세는 소멸되었다고 하였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차명재산의 원천에 관하여 명백히 입증하지 않는 이상 그것은 증여세 과세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눈을 감았다. 차명재산 중 일부는 98년 말 이건희 등의 명의로 변경되었고, 2009년 초 나머지 재산들 역시 실명전환(?)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시효는 각각 5년, 15년 남아있다.

 

이것이 지난 여름 한상률 국세청장이 '하지 않은 일'이다. 무려 9조원대의 비자금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자금(차명재산)에 대한 4~5조원대의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은 것이다. 삼성특검은 피의자 이건희의 진술만으로 9조원의 비자금에 면죄부를 주었다. 그리고는 1년동안이나 국민들의 시선을 법원으로 유인했다. 마땅히 세금을 부과하여야 할 국세청은 특검의 등 뒤에 숨어 부정한 재벌의 돈을 지키기 위하여 전전긍긍할 뿐, 세금부과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핵심인물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미국으로 보내놓고 이메일로 조사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냐?"(6월 2일자,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

 

모처럼 민주당이 핵심을 짚었다. 박연차 사건에서 천신일 게이트가 불거져 나왔을 때, 검찰은 한상률에 대한 '이메일조사'로 도마뱀의 꼬리를 잘라버리고는 노무현에게만 칼날을 겨누었다. 이메일 조사로 얻은 결론은 무엇인가? "실패한 로비"― 천신일은 로비를 시도하였지만, 한상률은 결백하다는 것이다. 좋은 세상이다. 범죄자가 '나는 무죄다'라고 대답하면, 모든 혐의를 벗을 수 있다니. 그런데 어디선가 들어본 수법이 아닌가! 바로 대국민사기극이라는 삼성특검의 방식이다.

 

대법원까지 삼성에 면죄부를 주었다고 하지만, 무서운 것은 그 무대의 뒤에서 세금도둑의 손을 잡고 불쌍한 국민들에게 "세금 내라!"라고 명령하는 국세청이다. 김근태 전 의원이 지적하였듯이, 국민을 부엉이 바위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한상률 이메일조사는 곧 삼성특검의 방식이며, 그런 뻔뻔스런 방식이 통하는 철면피 사회에서 국민들은 더 이상 모욕적인 삶을 부지하고 싶지 않다. 한상률 방식, 삼성특검의 방식은 BBK동영상을 지워버린 BBK특검의 방식과도 무관치 않음을 MB정권은 명심하라.

 

-공인회계사-


태그:#노무현, #삼성 무죄, #천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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