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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민주노총이 제출한 집회신고서에 대해 '금지통고' 하자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와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3일 오전 대전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자 대회 폭력진압에 집회금지라는 헌법유린까지 서슴없이 자행하는 대전지방경찰청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당초 이날 오전 11시 대전지방경찰청 앞에서 100여명이 모여 '5·16노동자대회 폭력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연 뒤, 장소를 옮겨 오후 2시에는 대전역광장에서 300여명 규모의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집회신고서를 경찰에 제출했으나, 대전경찰청은 22일 대전역 집회에 대해 "(불법·폭력집회를 주도한 전력이 있어) 공공질서 위협에 해당 돼 금지통고한다"고 밝혔다. 대전경찰청 앞 집회에 대해서는 "같은 시간 다른 단체에서 먼저 집회신고가 접수돼 불허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은 23일 오전 기자회견으로 집회를 대체하고 "경찰이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을 유린하고 있다"며 규탄하고 나선 것.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23일 집회는 민주노총이 전국 15개 시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집회로, 인원도 소수이고 거리행진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집회였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만 유일하게 '금지통고'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집시법의 위헌적 부분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처럼 동일한 주체와 동일한 사안의 집회에 대해 특정지역만 불허하는 경우는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도대체 대전경찰청의 이 같은 초헌법적이고, 거침없는 노동탄압과 민주주의 유린은 무슨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이들은 또 "경찰의 이번 집회금지 통고는 80만 민주노총 조합원을 범죄자로 규정한 것이며, 민주노총을 범죄자 집단으로 규정한 것"이라면서 "집회에서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책임은 사후에 물으면 될 일인데, 어떻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근거로 사전적 차단을 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번 대전경찰청의 집회금지로 인해 정부와 경찰은 스스로 정권에 반대하는 어떤 행위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독재적 발상으로 노동탄압과 민주주의를 압살하겠다는 자신들의 의도를 만천하에 스스로 증명했다"면서 "대전경찰청은 이러한 국민에 대한 도발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경찰의 불법적인 집회금지와 공권력 남용에 대해 ▲불복종 운동 ▲인권위 제소 ▲헌법소원 ▲직권남용 등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대응 등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끝으로 "27일 건설노동자의 파업과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시작으로 민주노총의 투쟁의 봉화가 치솟아 오를 것"이라며 "정부와 자본이 민주노총과 1500만 노동자의 요구를 거부하고 탄압으로만 일관한다면 노동자뿐만 아니라 인내의 극한에 다다른 전 민중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규탄발언에 나선 이명식 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대한통운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경찰에 맞서 고 박종태 열사는 죽음으로 저항했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그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하는 추모집회마저도 경찰이 '불허'하고 있다, 열사의 시신이 아직도 영안실에 누워있는데 자숙하기는커녕 더욱 탄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대전경찰에 대해 우리는 모든 것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운복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위원장도 "경찰청 현관을 보니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이라는 표어가 붙어있다"면서 "국민에게 정성을 다하겠다는 경찰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집회를 불법적으로 금지하는 게 정성을 다하는 것이냐, 노동자들은 국민이 아니라는 말이냐"고 분개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문제다, 이미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문제는 10년 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고, 지금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것은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왜, 경찰이 특수고용노동자 문제의 중심이 서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의 과잉대응은 사회갈등만 부추길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집회와 기자회견 사이의 규정을 놓고 경찰과 주최 측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주최 측이 준비한 방송차량은 집회도구로 간주, 만일 이를 사용할 시 기자회견을 불법집회로 보고 참가자를 모두 연행하겠다는 뜻을 주최 측에 전달했다. 이로 인해 주최 측은 소형앰프를 급히 구하느라 기자회견이 20분 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또한 경찰은 '구호'를 외치는 행위는 집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언제부터 경찰이 국민의 집회 물품을 지정하고, 의사표현 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정해 줬느냐"면서 "이는 경찰이 국민에 대한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주최 측은 이러한 경찰의 태도에 대해 분개하면서 "헌법유린 폭력진압 대전경찰 규탄한다", "강제연행 집회금지 대전경찰 규탄한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경찰의 물리적 제지는 일어나지 않았다.


태그:#집회금지, #민주노총, #대전경찰, #헌법유린, #박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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