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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찍기가 '돈버는 일(직업)'인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한테는 돈을 버느라 사진기를 들 때를 빼놓고는 사진기를 들 때가 따로 없다고들 합니다. 어떤 분들은 일터에서만 사진기를 들고 일터 바깥에서는 사진기를 아예 건드리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책 만드는 일을 돈벌이로만 여기는 이들이, 퇴근한 뒤로는 책을 들지 않는 모습과 마찬가지라 할 텐데, 책이 좋아서 책을 만드는 사람과 돈을 벌려고 책을 만드는 사람은 삶이며 매무새며 삶자락이며 사뭇 다릅니다.

책이 좋아서 책을 만드는 사람은 스스로 일터에 나와 있지 않을 때에도 책을 즐겨읽습니다. 일터로 오는 길에 책을 읽고, 밥을 먹고 쉬면서 책을 읽으며,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책을 읽습니다. 책방마실을 즐기고 책마을 사람들 만나기를 즐깁니다. 퇴근한 뒤이건 쉬는 날이건, 또는 멀리 출장을 가는 길이건 으레 책방마실을 하기 일쑤이고, 내가 몸담은 출판사 책뿐 아니라 다른 출판사 책도 기꺼이 사랑하고 아끼면서 껴안기 마련입니다. 새로 나오는 책소식에 언제나 귀를 기울이고, 판이 끊어진 책을 찾아 읽고자 도서관과 헌책방 찾아가는 일을 번거롭다고 느끼지 않을 뿐더러,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좋아합니다.

 아빠 품에 안겨서 노는 아기는, 아빠가 글을 쓰면 저도 자판을 두들겨 보고 싶어서 몸을 비틉니다. 생각해 보면, 아기로서는 저와 놀아 주어야지, 저를 안아 놓기만 하고 딴짓을 하는 아빠가 마땅하지 않겠구나 싶습니다.
 아빠 품에 안겨서 노는 아기는, 아빠가 글을 쓰면 저도 자판을 두들겨 보고 싶어서 몸을 비틉니다. 생각해 보면, 아기로서는 저와 놀아 주어야지, 저를 안아 놓기만 하고 딴짓을 하는 아빠가 마땅하지 않겠구나 싶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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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려고 책을 만드는 사람은 스스로 일터에 나와 있는 동안에만 책을 생각합니다. 일터에서 밖으로 나간 다음에는 더는 책을 생각하지 않고 들추지 않습니다. 따로 책방마실을 하지 않으며, 퇴근한 다음에는 웬만하면 책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내 출판사 책만으로도 벅차다고 느끼며 다른 출판사 책은 거의 살피지 않습니다. 그저 일감으로만 다룰 뿐이지, 마음밥으로 삼는 책이 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편의점이나 밥집에서 종업원으로 알바를 하는 사람들이 알바 때 말고 제 알바 일을 생각하거나 돌아보거나 살피겠습니까. 여느 공무원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스로 제 일터에 나와 있는 때가 아니고서는 제 일을 더는 생각할 까닭이나 구석이 없기 일쑤입니다. 돈버는 일이 될 때에는 그래요. 대통령이 되든 국회의원이 되든 법관이 되든 의사가 되든, '일거리는 일터에서만 다룬다. 일거리를 집에까지 들고 오지 않는다'는 잣대를 세워 놓기 마련입니다. 또한, 일거리를 집에까지 들고 온다면 집식구 가운데 좋아할 사람이 없으리라 봅니다.

 따로 어떤 모습을 사람들한테 바라면서 찍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눈여겨보거나 지켜보는 가운데 그때그때 놓치지 않고 한 장 두 장 담아낼 수도 있습니다.
 따로 어떤 모습을 사람들한테 바라면서 찍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눈여겨보거나 지켜보는 가운데 그때그때 놓치지 않고 한 장 두 장 담아낼 수도 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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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상업사진을 딱히 싫어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한 가지, 사진을 오로지 돈버는 일로만 여긴다 할 때에는 사진찍는 매무새가 그리 달갑거나 반갑다고 느끼기 어려워요. 예술사진이나 다큐사진이나 만듦사진을 볼 때에도 같은 생각입니다. 따로 더 좋아하거나 굳이 싫어하지 않습니다. 다만, 오로지 제 우물에만 갇힌 채 이웃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진이 된다 하면 반갑지 않습니다. 좋아하기 어렵습니다. 사진찍는 사람이기 앞서 가슴 따뜻한 사람이지 않다면, 이이가 상업사진을 하건 예술사진을 하건 다큐사진을 하건 만듦사진을 하건 달갑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진 한 장을 찍으면서 반드시 '그럴싸하게 잘 나오는 모습'이 되도록 해야 하지는 않으니까요. '빈틈 하나 없이 멋진 사진'만 찍어야 하지 않으니까요. 내 아이를 찍건, 내 아버지 어머니를 찍건, 내 형이나 누나나 언니를 찍건 마찬가지입니다. 내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랑하는 그대로 찍을 뿐이지, 모델처럼 찍는다든지 그럴듯하게 찍는다든지 해야 할 까닭이 따로 없습니다. 그런데 상업사진을 하는 분들은 으레 '당신이 돈버는 일을 하는 일터(사진관, 또는 스튜디오)에서만 사진기를 들고', 일터 밖으로 나올 때에는 빈손이곤 합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하고, 일터 밖에서는 웬만하면 사진을 잊으려 하기 일쑤입니다. 이런 눈길이나 매무새는 예술사진이나 다큐사진이나 만듦사진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다고 느낍니다. 왜 사진을 '어떤 틀로 찍어야 한다'고 스스로 못을 박고 바라보아야 할까요. 스스로 더 좋아하는 갈래가 있거나 스스로 한결 마음 끌리는 모습이 있어 남달리 즐겨 찍을 수 있겠습니다마는, '(무슨) 사진은 이러해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품을 때에는 '(무슨) 사진'은커녕 '사진'조차 될 수 없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 곱고 아름답다 싶은 모습만 사진으로 담습니다. 곱거나 아름답지 못한다 할지라도 제 마음이 ‘이런 모습은 담아야겠다’ 싶을 때 사진기를 듭니다.
 제가 보기에 곱고 아름답다 싶은 모습만 사진으로 담습니다. 곱거나 아름답지 못한다 할지라도 제 마음이 ‘이런 모습은 담아야겠다’ 싶을 때 사진기를 듭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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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를 그리 배웠기에 배운 대로 따른다 할 터이나, 사람마다 삶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몸과 마음이 다른데, 다 똑같이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같은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든 글을 쓰든 저마다 제 느낌과 생각과 마음을 담아야지, 어떤 주어진 틀에 맞추어 기계처럼 뽑아낸다면, 이를 놓고 그림이나 글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같은 자리에서 찍은 사진이라 하여도 모든 사람이 다 다르게 찍어낼 수 있어야 비로소 사진이라 말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마다 제 삶을 담는 사진이니까요. 제 삶을 담는 그림이요 제 삶을 담는 글이니까요.

모르긴 모르지만, 직업시인 직업소설가 직업정치인 직업화가 직업만화가 직업교사 직업출판인 직업사진가가 될 때에는, '직업 아닌 다른 즐거움'으로 내 삶을 채우거나 가꾸려는 마음이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전업작가'가 되는 일은 그 사람한테 참으로 좋겠구나 싶지만 '직업작가'가 된다면 '좋아하는 일'이 아닌 '돈을 벌어 식구들 먹여살려야 하는 일'이 되면서 고단함과 괴로움과 짜증과 힘겨움을 느끼도록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전업작가'가 되면서 돈을 제법 만지는 분이 어느 만큼 있기는 있습니다만, 전업작가로 돌아서는 가운데 돈구멍을 키우는 분은 몹시 드뭅니다. 그러나 전업작가로 있을 때만큼 즐겁고 기쁘며 뿌듯할 때가 없다고들 입을 모읍니다. 벌이는 밑바닥이지만 온마음과 온몸을, 그러니까 온삶을 '내가 좋아하는 시나 소설이나 사진이나 그림이나 수필이나 연극이나 영화나 책이나 춤이나 노래'에 바칠 수 있어 '살맛이 난다'고 이야기합니다.

 "점봉산에는 산장이 없었다. 이곳에 산장을 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로소 사방을 둘러보았다. 아름다웠다. 너무 좋았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이었다. 카메라를 꺼냈다. 하지만 카메라는 작동을 거부했다. 기온이 낮아서 셔터가 얼어버렸나 보다. 이 멋진 풍경을 남길 수 없다니, 내 눈과 내 가슴에 담아야지. 나중에 생각날 때 난 무얼 볼까? 내 눈을 볼까? 내 가슴을 꺼내 볼까? 내 눈은 얼마나 맑아졌을까?"(239쪽)

남난희라고 하는 분이 스물을 살짝 넘겼을 때 태맥산맥을 한겨울에 홀몸으로 가로지르던 일을 돌이켜보며 쓴 《하얀 능선에 서면》(수문출판사,1990)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헌책방마실을 하면 이 책이 곧잘 보이는데 여태까지는 눈여겨보지 않다가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자주 보이는 책인데 나는 왜 한 번도 살짝이나마 들춰보려고 안 했을까?' 하고 생각하며 집어들었는데, 뜻밖에도 깊고 너른 이야기가 담겨 아주 흐뭇하게 읽고 있습니다.

 아파트 꽃밭을 함께 거닐고 바람을 쐬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옆지기나 아기는 사진에 찍히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꽃내음을 즐기고, 저는 한두 걸음 뒤에 떨어져서 거닐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사이 사진기 단추를 누릅니다.
 아파트 꽃밭을 함께 거닐고 바람을 쐬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옆지기나 아기는 사진에 찍히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고 꽃내음을 즐기고, 저는 한두 걸음 뒤에 떨어져서 거닐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사이 사진기 단추를 누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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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홀몸으로 높고낮은 산을 무거운 베낭을 짊어지고 누비면서, 때때로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려고 하는데, 때는 마침 한겨울이고 몹시 추울 때라 사진기가 먹통이 될 때가 잦았다고 합니다. 너무 힘들고 고단하여 사진기를 꺼낼 엄두를 못 내기도 했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이처럼 먹통이 된 사진기를 들고 너털웃음을 웃다가 "내 눈과 내 가슴에 담아야지" 하고 생각하는군요. 그러면서 이 아름다운 모습을 눈과 가슴에 담고 난 먼 뒷날 "내 눈은 얼마나 맑아"지게 될는지를 헤아리는군요.

책을 덮고 제 사진기를 매만져 봅니다. 아기를 품에 안고 가까스로 한 글자 두 글자 또닥거리며 글을 쓰는 내 몸을 가만히 곱씹어 봅니다. 아기가 사진기를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나한테 사진기가 두 대 있다면 아기가 사진기를 갖고 노는 모습을 찍었을 테지 하고 생각하다가, 하기는, 나한테는 사진기가 한 대뿐이니 이 한 대로 아기 사진을 담고, 더 담지 못할 모습은 내 눈에 담거나 내 마음에 담거나 내 가슴에 담거나 내 머리에 담으면 될 노릇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둘레에서 저보고 '이제 돈 되는 책도 내야지' 하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 '이제 돈 되는 사진도 찍어야지' 하고 말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도서관에서 수익사업도 해야 하지 않나' 하고 걱정해 주는 소리 또한 듣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제가 꼭 먹고살 만큼, 그리고 여기에 이웃사랑을 할 수 있는 만큼만 돈을 벌 뿐입니다. 더 벌어들인다고 해서 나쁘지 않으나, 돈을 더 벌어들이는 일에 마음을 빼앗기고 싶지 않습니다. 돈에 지나치게 제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지도 않고, 돈에 섣불리 제 몸을 바치고 싶지도 않습니다. 한 번 주어진 제 삶을 제 깜냥과 슬기로 일구는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면서 아끼고 돌볼 수 있는 일과 놀이를 찾고 싶습니다.

 아기는 엄마 손짓과 눈짓과 말결에 따라 손짓을 하고 눈짓을 하고 옹알이를 합니다. 옆에서 이 모습을 함께 지켜보기에 이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습니다.
 아기는 엄마 손짓과 눈짓과 말결에 따라 손짓을 하고 눈짓을 하고 옹알이를 합니다. 옆에서 이 모습을 함께 지켜보기에 이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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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걱정해 주듯, 돈도 벌면서 책을 내면 살림이 느긋하면서 더 나은 글을 쓰며 더 나은 책을 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돈을 제법 두둑히 만질 수 있는 사진길을 걸으면, 제가 꿈에도 그리는 파노라마사진기를 장만하여 이제까지 이룬 사진 열매보다 한결 무르익고 훌륭한 사진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돈을 버는 글을 쓰고 돈을 생각하는 책을 내면, 자꾸자꾸 이와 같은 글과 책으로 치닫습니다. 돈 한 푼은 돈 두 푼을 부르고, 돈 두 푼은 돈 네 푼을 부릅니다. 돈 한 푼이 사랑 한 자락과 돈 한 푼을 함께 부르는 일은 보지 못했습니다. 돈 두 푼이 사랑 한 자락과 믿음 한 자락에다가 나눔 한 자락을 곁들이며 돈 한 푼을 부르는 일 또한 보지 못했습니다.

지난주에 헌책방마실을 할 때입니다. 서울 홍제동에 있는 〈대양서점〉으로 마실을 갔습니다. 헌책방 〈대양서점〉 2매장에는 언제나 라디오가 흐릅니다. 2매장 아저씨는 라디오를 벗삼아 일을 하십니다. 한창 책을 살피고 읽고 하던 무렵인데, 라디오 풀그림을 맡은 분이 불쑥 "집에 가면 아내가 '당신도 돈이 되는 노래를 좀 지어요' 하고 말합니다. 그런데, 다른 분도 그렇지만, 돈을 잘 버는 노래가 따로 있습니까? 그리고, 저도 느끼지만, 많이 팔릴 것처럼 노래를 지으면, 그때로서는 사람들이 부르고 들을지 모르지만 세월이 지나면 아무도 듣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래가 좋아서 노래를 지어 부르면, 이런 노래는 세월이 지날수록 맛이 있고 자꾸 듣게 됩니다." 하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분 이름이 무엇인지 모르고, 얼마나 이름난 분인지도 모릅니다. 노래를 얼마나 잘 알고, 노래를 얼마나 좋아하거나 사랑하거나 즐기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이 말은 이분 참마음이라고 느낍니다. 참생각이요 참삶이라고 느낍니다. 예전에도 이렇게 노래를 해 오셨는지 모르고, 예전에는 돈 되는 노래를 생각하다가 나중에 깨닫고 '돈 되는 노래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노래'를 지으면서 살아가는지 모릅니다.

 예쁘기에 바라보는 꽃이라기보다 있는 그대로가 좋아서 바라보고, 살며시 쓰다듬기도 하는 꽃입니다.
 예쁘기에 바라보는 꽃이라기보다 있는 그대로가 좋아서 바라보고, 살며시 쓰다듬기도 하는 꽃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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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때마다 언제나 되뇌고 되새깁니다. 저 스스로 제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되뇌고 되새깁니다. 저 스스로 제 글을 두 번 세 번 열 번 백 번 되읽을 수 있을 만큼 써야 한다고 되뇌고 되새깁니다. 다른 분들이 제 글을 많이 읽어 주신다면 그 또한 보람일 테지만, 다른 분들만 제 글을 읽고 정작 저는 제 글을 읽지 않는다면 무슨 쓸모가 있으랴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제 글을 좋아한달지라도 우리 식구들이 제 글을 거들떠보지 않는다면 무슨 보람이 있으랴 싶습니다. 제가 이름난 글쟁이가 되거나 사진쟁이가 되어 본들, 사람들이 제 책이나 사진을 많이 사 준다 한들, 저 스스로 제가 책에 담는 이야기대로 삶을 거듭 일깨우거나 북돋우지 못한다면 한낱 부질없는 겉껍데기나 겉치레가 아닌가 싶습니다.

돈이란 스스로 벌고자 나서면서 벌 수 있습니다. 사진관에 도움이나 심부름꾼으로 들어가 일과 재주를 배우며 돈을 벌고 사진 솜씨를 익힐 수 있습니다. 사진 일감을 척척 따내어 날짜에 맞추어 착착 찍어서 갖다 바칠 수 있습니다. 은행계좌에 꼬박꼬박 일삯이 쌓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진을 얼마나 사진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겉모양은 어김없이 사진이지만, 겉모양이 사진이라 하여 사진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되나 모르겠습니다. 교사라 하여 모두 교사가 아니요, 어버이라 하여 모두 어버이가 아니지 않습니까. 사랑과 믿음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몸가짐이 아니고서는 교사라고 말할 수 없다고 느낍니다. 사랑과 믿음을 온통 나누고 쏟고 함께하는 마음가짐이 아니고서는 어버이라 할 수 없다고 느낍니다. 교사이든 어버이이든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재주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솜씨쟁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꽃잎과 나뭇잎을 잡아당기지 말고 살짝 만져 보라고 하니, 아기는 이 말을 알아들었는지 손바닥으로 살짝 대어 보기만 합니다.
 엄마가 꽃잎과 나뭇잎을 잡아당기지 말고 살짝 만져 보라고 하니, 아기는 이 말을 알아들었는지 손바닥으로 살짝 대어 보기만 합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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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값 조리개값 빛값 감도 화각 구도 불빛 들을 착착착 생각하며 네모진 틀에 그림을 앉히는 일에 머물 때에는, 그저 기술이요 재주요 솜씨일 뿐입니다. 사진쟁이 온마음이 깃들어야 비로소 사진이라 말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기저귀는 어떻게 갈고 밥물은 어떻게 맞추며 반찬은 어떤 차례대로 마련한다 하며 살림을 꾸리고 아이들한테 용돈은 얼마씩 주며 몇 살이 되면 스스로 제금나서 살아야 한다고 머리속으로 틀잡은 대로 키운다 하는 데에 머물면, 한낱 이론에 지나지 않다고 느낍니다. 온사랑이 스며들며 따순 가슴을 내밀어야 비로소 어버이라 말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저는 제 사진을 좋아합니다. 저는 제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짓고 웃음을 짓습니다. 제 셈틀 바탕그림에는 제가 손수 찍은 사진을 깔아 놓습니다. 한 가지 사진을 여러 날 두기도 하지만, 으레 새로 찍은 사진으로 하루나 이틀마다 갈아 깔곤 합니다. 이 사진을 다른 이들이 좋아해 주면 고맙고, 좋아해 주지 않아도 섭섭하지 않습니다.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이려는 생각으로 찍은 사진이 아니요, 사람들한테 더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자는 생각으로 찍은 사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을 더 따뜻하게 가꾸고 싶어서 찍는 사진입니다. 그럴싸하거나 대단하거나 돋보여지는 사진이 못 되더라도 괜찮습니다. 찍는 제가 찍는 자리에서 빙그레 웃거나 안타까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될 때에 비로소 사진기를 들고, 이처럼 찍은 사진은 언제나 제 셈틀을 아름다이 채웁니다.

마음을 벌려고 찍는 사진입니다. 나 스스로 내 마음을 벌려고 찍는 사진입니다. 내가 먼저 내 마음에 사랑과 믿음을 담아 내 마음이 차츰차츰 너그럽고 넉넉하고 다소곳하게 거듭나기를 바라면서 찍는 사진입니다. 이러는 가운데 이 사진들이 돈을 얻고 팔릴 수 있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고 돈 한 푼 못 얻고 안 팔리더라도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은 그때에나 이때에나 좋은 마음밥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골목길 꽃밭이 한결 싱그럽다고 느끼지만, 아파트 꽃밭이라고 나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어디이든 흙이 있고 푸나무가 있으면 반가운 노릇이 아니랴 느낍니다. 그래서 아파트 꽃밭을 함께 거닐면서도 사진찍는 느낌이 즐겁고 좋습니다.
 저로서는 골목길 꽃밭이 한결 싱그럽다고 느끼지만, 아파트 꽃밭이라고 나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어디이든 흙이 있고 푸나무가 있으면 반가운 노릇이 아니랴 느낍니다. 그래서 아파트 꽃밭을 함께 거닐면서도 사진찍는 느낌이 즐겁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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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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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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