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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 정확, 시침 뚝!"

시험 부정행위(커닝)의 3원칙이다. 신속하게 진행하되, 정보는 정확해야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시치미를 떼어야 하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학교에 다니면서 자신이나 주변에서 시험 부정행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학창 시절을 마무리한 사람들에게는 시험시간에 앞뒤 혹은 좌우에 앉은 학급 친구들과 모의해서 서로 정답을 작은 종이에 적어 감독하는 교사 몰래 넘겨주거나, 책상, 벽, 의자 등에 내용을 적어놓는 방법들이 시험 부정행위에 사용된 보통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진화한 부정행위 방법

시험 부정행위에 자주 쓰이는 시계
 시험 부정행위에 자주 쓰이는 시계
ⓒ 이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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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것들이 진화했듯이, 시험 부정행위 방법도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해왔다.

▶초치기

공부 잘하는 학생을 정답 제공자로 미리 섭외해 놓는다. 제공자와 수혜 학생들은 동시에 시계의 시간을 똑같이 맞춰놓고, 정해진 시간부터 1분 혹은 수분 단위로 정답을 알려줄 것으로 약속한다. 제공자는 1명이지만 수혜자는 여럿일 수 있다.

시험이 시작된 후, 정답을 제공할 학생이 문제를 모두 풀고 약속된 시간이 되면, 5초 단위로 번호를 부여한 시간에 헛기침과 같은 정해진 신호를 보내 정답을 전달한다. 단시간 내에 많은 인원에게 정답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사용되는 부정행위 방법이다.   

▶동작

이 방법은 수혜자가 교실의 뒷자리에 앉았을 때 사용되는 방법이다. 자신보다 앞에 앉아 있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정답을 제공할 대상으로 섭외한다. 1번은 누구, 2번은 누구, 3번은 누구의 방식이다.

1번을 맡은 학생은 특정시간에 미리 약속된 동작을 통해 정답을 알려준다. 예를 들면, 왼손으로 귀를 만지고 있으면 1번,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으면 2번을 의미하는 식이다. 시간대별로 수혜자 학생은 제공자 학생들을 쳐다 보기만 하면 답을 알 수 있게 된다.

▶휴대폰 문자

많이 알려진 사례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먼저 문제를 모두 풀고 답안지를 제출하고 교실 밖으로 나간다. 교실을 나간 학생은 안에서 애타게 정답을 기다리는 미리 약속된 학생에게 휴대폰 문자를 통하여 정답을 제공하고 교실 안의 학생은 그것을 보고 정답을 해결한다.

▶사인펜 빌려주기

답안지를 작성하기 위해서 컴퓨터용 사인펜이 필요하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다. 정답이 적힌 종이를 건네주는 것은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그것보다 더욱 진화된 형태다. 정답 제공자는 정답이 조그맣게 적힌 종이를 컴퓨터용 사인펜 뚜껑에 넣는다. 

정답을 제공받기로 되어있는 학생이, 그 상황을 지켜보다가 컴퓨터용 사인펜을 지참하지 않았다며 펜을 빌려도 되겠느냐고 교사에게 묻는다. 정답을 제공하려는 학생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은 시험문제를 모두 풀었다며 펜을 빌려줄 의사를 표시한다.

백이면 백, 교사들은 정답이 적힌 종이가 들어있는 펜을 배달해준다. 친절하게도.

따라서 진화한 부정행위 방지 방법

학생들의 시험 부정행위 방법도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했듯이, 시험 부정행위 방지 방법도 그에 맞춰 진화했다.

▶OMR 카드 형태 바꾸기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주어진 문제의 정답에 해당되는 답안을 답안지에 숫자로 쓰는 방식이 많이 씌였지만,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OMR을 통해 정답을 기입하는 방식이 일반화되었고, 현재는 대부분의 시험에서 OMR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숫자를 수기로 작성하는 예전에는 다른 사람이 옆 혹은 대각선 위치에서 답을 쉽게 볼 수 있도록, 답에 해당하는 숫자를 일부러 크게 작성하는 경우가 있었다.

OMR방식으로 답안을 작성하는 최근의 부정행위에는 상대방의 답안지에 써있는 글자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답이 몇 번에 색칠해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부정행위 방지 답안지'다. 답안이 기록될 칸에 미리 카드리더기가 반응하지 않는 물질로 답안이 기록될 모든 칸에 까맣게 색을 칠해놓은 답안지다. 부정행위를 시도하려는 학생들이 쉽게 상대방 답안을 보기 힘들도록 장애 요소를 추가해 놓은 것이다. 조금만 떨어져서 답안지를 바라보면 답이 어디에 기록되어있는지 구분하기가 상당히 힘들게 만들어져 있다.

▶휴대폰 수거, 퇴실시간 지키기

휴대폰을 통한 시험 부정행위는 시험시작 전 휴대폰을 반납하도록 해서 예방한다. 휴대폰을 미리 수거하면, 휴대폰을 사용한 시험 부정행위를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

퇴실시간 지키기는 시험문제를 미리 푼 학생들이 밖으로 나가 휴대폰 등을 이용한 부정행위를 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서, 모든 학생들이 시험을 완료하기 이전에는 시험실 밖으로 퇴실을 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교실 시계치우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적용되는 방법으로, 학생들이 교실에 걸린 시계를 이용하여 시험 부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아예 시계를 치워놓는 방법이다. 감독자는 주기적으로 시험시간에 대해 안내를 해준다.

시험부정행위 예방을 위해 앉은 자리를 앞쪽이 아닌 뒤쪽으로 돌려 놓고 시험을 치른다.
 시험부정행위 예방을 위해 앉은 자리를 앞쪽이 아닌 뒤쪽으로 돌려 놓고 시험을 치른다.
ⓒ 이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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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돌려 앉기

특정 동작을 통해서 부정행위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동작을 이용하여 이루어지는 부정행위는 답안 제공 학생이 제공을 받는 학생보다 앞쪽에 위치할 수 밖에 없다.

이점을 이용하여 감독자는 수험자들이 평상시 칠판을 보고 앉아 시험을 보는 상황을 바꿔, 교실 뒤쪽을 바라보고 자리를 돌려 앉도록 한 다음 시험을 치르게 한다. 이때 당황하는 학생들은 미리 동작을 통한 부정행위를 준비한 학생들인 경우가 많다.

▶감독 수 늘리기

평소 수업은  한 교실에 한 교사가 들어가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시험기간에는 한명이 아닌 두 명 이상의 교사가 동시에 감독을 한다. 한 교사가 시험 감독을 할 경우, 항상 '뒤'라는 허점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해당 학교에 자녀가 다니고 있는 가정의 부모들이 시험 감독으로 같이 참여하는 학교도 있다.

▶반 이동하기

시험 부정행위가 일어나는 경우 중, 옆 사람과 이루어지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 고안된 방법이다. 한 반의 절반 정도 인원을 다른 학년, 다른 반으로 옮겨서 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다. 1-1반은 2-1반으로, 2-1반은 3-1반으로, 3-1반은 1-1반으로 절반 정도의 학생을 자리를 옮겨 시험에 응시하는 식이다.

자리를 옮긴 학생들은 원래 그 반에 위치해있는 학생들이 위치한 줄 사이에 앉아서 시험을 치르게 된다. 같은 종류의 시험을 보는 학생은 바로 옆줄이 아닌 한줄 너머에 있으므로 부정행위가 수월하지 않게 된다.

이밖에도 자격증 시험처럼 시험문제 유형을 2가지로 출제한다든지, 감독으로 입실한 후, 자리를 임의로 바꾸도록 하는 등의 여러 가지 시험 부정행위 방지 방법들이 있다.

부정행위는 진화하는 필요악, 영원히 창이 앞설 듯

시험 부정행위는 자신의 노력의 결과보다, 좀 더 나은 결과를 추구하고자 하는데서 나타나는 필요악적 행동이다. 그러나 부정행위는 다른 사람의 노력을 헛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용인되어선 안된다.

수험생들의 시험 부정행위 시도와 그를 막으려는 제도는 마치 공격과 방어로 상징되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쉬지 않고 진화하고 있는. 

시험 부정행위에 있어서 창과 방패의 싸움은 앞으로도 창이 한걸음 앞서고, 방패가 그 뒤를 따르는 규칙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태그:#부정행위, #커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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