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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은 아직 개념이 생소한 '관광 컨설턴트'이다. 여행사들이 가야 할 코스를 정하고 추천하는 일을 한다. 요즘 난 돈 안되는 일에 빠져 있다. 한 사람 때문에 완전히 코가 꿰였다.

 

"응 서팀장 왔어? 오늘 내가 코스를 뽑아 놨지."

"아직 안보여 주신데가 있으세요?

"아직 많어~~ 내가 부여의 알프스를 보여주지."

"그건 별로 믿음이 안가는데요.."

 

부여군청 문화관광과 이병현 계장이다. 농촌소득이 되는 관광이 목표인데다 작년부터 시작한 관광업무를 너무 좋아하신다.

 

"여행사에서 알프스보다 방울 토마토 농장 체험하게 해달라고 하네요." 

"그랴? 방울토마토 하면 부여세도조합이지."

"세도에서는 밭 망가진다고 안한다는데요."

"그러면 구룡작목반으로 가보자고."

"밥이라도 먹고 천천히 좀.."

"밥이야 가면서 내가 사줄께~~~"

 

그리하여 시작된 부여농가에서 딸기체험. 방울 토마토 체험이 4월부터 지금까지 한달여 동안 1200명을 넘어섰다. 그냥 무료 체험이 아니라 일인당 체험비를 6000원에서 8000원을 내고 참여한다. 딸기잼 같은 가공식품도 상당히 팔린다. 농가소득과 브랜드 홍보효과를 함께 얻고 있다.

 

처음부터 다들 좋아했다면 이건 도전기도 아니다. 일단 공무원과 하는 일에 대해서 뿌리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는 농민들을 설득하고 서비스 정신을 주입시키기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딸기 하우스의 경우 외지인들이 손을 댈 경우 밭이 망가질 수 있다. 방울토마토 역시 다른 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여간해서 공개하려는 농민들이 많지 않다. 농민 한분 한분 접촉하면서 설득하고 설명하고 부탁하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었다.

 

이렇게 부여군에서 진행된 '과일체험' '외국인 투어'에 든 마케팅 비용과 관광객 지원 비용은 '0'원이다. 없는 화장실은 근처 면사무소에서 열고 탁자를 그늘에 폈다. 거리가 멀어서 아이가 걷기 힘든 하우스까지는 트럭뒤에 태워서 논길을 달렸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진행을 해보니 사실 관광이란 건 시설이 좋다고 감동하는 게 아니란 걸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딸기와 방울토마토 작목반장님이 대뜸 이야기 한다.

 

"우리가 농협에도 이야기하고 작목반에서도 그렇게 체험 관광을 할려고 했는디 몇 년을

되덜 않다가 이제 처음 된겨~~"

"이계장님이 진행했으니까 앞으로도 함께 하세요."

"몇 년이여 몇 년을...참내..인자 군에서도 일같이 하는구만.."

 

높은 언성에서 그간 시골분이 농사지으랴 체험 관광하랴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셨던 경험이 들리는 듯했다. 

 

 

농민들이 투박한 손으로 시식하라고 빵도 사고 과자도 사서 내왔다. 그리고 마을이 외지인으로 시끌시끌하자 동네 주민들도 나와서 한마디씩 하고 간다.

 

"우리동네 뭐 볼게 있다고 서울서 이리 내려와주니 영광이여~~"

"마을이 어뜩하든 발전이 되는겨~~수고했구만."

 

농민들의 반응과 관광객들이 해준 수많은 칭찬에 고무된 이계장이 저녁에 맥주를 한잔 하면서 물어본다.

 

"서팀장 앞으로는 뭐가 더 필요할거 같여?"

"당나귀요."

"당나귀? 건 뭐 할라고?"

"도시애들은 그냥 당나귀 밭에 묶어서 세워만 놔도 좋아 죽어요."

"아~~그려~~? 당나귀"

 

수첩을 꺼내 '당나귀 구입'을 적은 이병현 계장이 한 마리 얼마인지 값을 캐고 다니고 있다.


태그:#부여관광, #농촌체험관광, #부여군청, #이병현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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