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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벚꽃 축제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여의도 윤중로에 모였다.
 12일 벚꽃 축제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여의도 윤중로에 모였다.
ⓒ 김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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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주말, 큰 도전을 하기로 했다. 바로 '벚꽃 축제 즉석 사진 아르바이트'!

대학생인 내가 아르바이트로 해본 것이라곤 조용한 과외나 도서관 근무가 고작이었다. 과연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을까 조금 걱정됐다. 하지만 벚꽃도 보고 돈도 벌고, 이보다 좋은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생각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 거리로 나섰다.

봄기운이 한창인 여의도는 지하철역부터 사람들로 가득했다. 집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사진 촬영 홍보판'에 조금이라도 흠집이 날까 조심조심 거리로 향했다. 한낮에 도착한 윤중로는 흐드러진 벚꽃과 사람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손에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큼지막한 DSLR 카메라를 든 사람들도 꽤 됐다. 사진기를 하나씩 꼭 챙겨 다니는 요즘, 과연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을 할 사람이 있을까?

시작도 하기 전부터 괜히 주눅 들었다. 하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확실한 성공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탐색전] 탁월한 '위치 선정'에 이은 날카로운 '호객 행위'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리 선택'이었다. 아무 데서나 찍을 순 없었다. 어떤 곳은 이미 벚꽃이 졌고, 어떤 곳은 공연으로 너무 떠들썩했고, 또 어떤 곳은 나무들 사이로 신호등과 같은 인공구조물이 너무 많이 보였다.

게다가 경찰들이 윤중로의 노점상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나도 쫓겨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홍보판을 품 안에 꼭 숨겼다. 소심한 마음 부여잡고 걷던 중 '훈훈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단속을 하던 경찰들도 거리의 사진사에게 사진 찍고 있었다.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가장 화사하고 아름다운 장소를 찾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벚꽃이 만개한 어느 길가에 자리를 잡았다. 다른 곳보다는 전문 사진사가 비교적 적은 편이었고, 놓치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장소였다.

 12일 벚꽃 축제가 열린 여의도 윤중로에서 사진을 찍고있는 경찰들. 단속에 걸릴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이 장면을 보고 안심했다.
 12일 벚꽃 축제가 열린 여의도 윤중로에서 사진을 찍고있는 경찰들. 단속에 걸릴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이 장면을 보고 안심했다.
ⓒ 김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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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가격 산정'이었다. 폴라로이드 필름 자체 가격이 비싼 편이어도, 대학생 등 젊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잡았기에 가격을 크게 올릴 수 없었다.

결국 1장에 2000원으로 정했다. 디지털 사진을 찍어 즉석에서 인화해주는 곳(5000원)보다 상당히 저렴한 편이었지만, 미니 폴라로이드와 디지털 사진의 가격이 같을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초짜로 보이는 내가 사진 값을 비싸게 받는다면 무척 불리할 것 같았다. 어쨌든, 이렇게 두 번째 단계도 통과했다.

마지막은 '호객 행위'였다. 우선 예시로 찍은 사진과 함께, 사람들이 지나가는 대로변에서 홍보판을 들고 서 있기로 했다. 환한 미소, 밝은 목소리와 함께.

"예쁜 즉석 사진 한 장 찍고 가세요! 한 장에 2000원, 2000원 입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소릴 지르는 게 처음엔 상당히 민망했다. 목소리는 기어들어갔다. 하지만 하다보니 용기가 생겼고 얼굴에 두께 10mm 정도의 철판을 깔고 나니 소린 점점 커졌다. 또 홍보판 자체가 색깔이 화려해서인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젊은 여학생이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니 호기심에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왠지, 예감이 좋았다.

"아 민망해라" 12일 벚꽃 축제가 열리는 여의도 윤중로에서 사진 촬영 홍보판을 들고 있는 이지수 기자.
▲ "아 민망해라" 12일 벚꽃 축제가 열리는 여의도 윤중로에서 사진 촬영 홍보판을 들고 있는 이지수 기자.
ⓒ 김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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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사람들이 "사진 한 장에 얼마냐"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가격을 말하자 대부분 사진을 찍겠다고 했다. 한 커플이 찍기 시작하자, 또 다른 사람들도 다가와 가격을 물었다. 스무 살 남짓의 여학생 4명은 한꺼번에 4장을 찍겠다고 했다. '큰 손'이이자 '우수 고객'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일리지카드라도 만들어 올 걸 그랬다. 

이렇게 해서 첫 10장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이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좀 더 일찍 시작할 걸 하는 후회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를 예견하지 못한 단순한 착각이었다. 바로 각종 시련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돌발상황 ① - 결제 오류] "200원밖에 없는데... 카드는 안 되나요?"

 벚꽃 축제가 열리는 여의도 윤중로에서 즉석 사진을 찍고 있는 이지수 기자.
 벚꽃 축제가 열리는 여의도 윤중로에서 즉석 사진을 찍고 있는 이지수 기자.
ⓒ 김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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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을 때쯤, 한 젊은 커플이 다가왔다. 사진을 찍은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지갑을 뒤적이던 남자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불길한 기운이 엄습해왔다. 그는 여자 친구에게 다급히 물었다.

"혹시 돈 가진 거 있어?"

여자 친구는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찬란하게 빛나는 은빛 동전 두 개를 꺼냈다. 200원이었다.

"200원밖에 없는데… 아, 어쩌죠? 현금이 없는데…, 카드는 안 받죠?"

난감했다. 이미 찍은 사진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었다. 아마추어인 나보다 더 당황해 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나도 안타까웠다. 근처에는 현금자동지급기가 없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지?

"저, 죄송하지만 이거라도 받으세요."

남자가 지갑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5000원짜리 문화상품권.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사실 현금을 받든 문화상품권을 받든 상관이 없었다. 영화 볼 때 쓰면 되니 5000원짜리 상품권은 오히려 더 이익이었다.

그들은 거스름돈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적잖이 미안하고 민망했나 보다. 그래서 다음에 현금으로 가져오면 교환해주겠다고 했다. 그 커플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돌발상황 ② - 절도] 누가 내 '홍보판'을 옮겼을까?

 집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사진 촬영 홍보판'.
 집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사진 촬영 홍보판'.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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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상품권 사건은 그다음에 겪은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문제가 일어난 것은 두 여학생의 사진을 찍는 도중이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준비하는 사이 잠시 뒤를 돌아보았는데, 땅에 놓아두었던 소중한 '사진 촬영 홍보판'이 없어진 것이다.

앞에 손님이 있는데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지금 당장 판을 찾으러 갈 것이냐', 아니면 '손님의 사진 촬영을 끝낼 것이냐'의 딜레마에 빠졌다. 판을 못 찾는다면, 사진 촬영은 여기서 접어야 했다. 도저히 말로만 호객행위를 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손님을 우선하기로 했다. 두 여학생 손님은 자신들 때문에 판이 없어진 것이 아니냐며 미안해했다. 아니라고 말하며, 돈을 받는 순간까지 '침착한 척' 하려고 많은 애를 썼다. 마음은 엉엉 울고 있었다.

판을 찾기 위해 우선은 근처 사진사 아저씨에게 누가 판을 가져가는 것을 보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깃발 단' 아저씨가 가져갔다며 방향을 가리켰다. 깃발을 달았다면, 왠지 또 다른 사진사의 소행일 것 같았다. 

 벚꽃 축제를 찾은 어린이들.
 벚꽃 축제를 찾은 어린이들.
ⓒ 김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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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살펴보며 걸음을 재촉했다. 이미 판이 사라진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파손됐을 수도 있고, 아니면 쓰레기통에 버려졌을 수도 있었다. 걱정스럽고 화가 났다.

그러나 다행히 얼마 가지 않아, 사진사들이 밀집된 지역에서 홍보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사진사가 자신의 사진 촬영 홍보용으로 땅에 세워둔 것이었다. 그것을 본 순간 속이 탔지만 침착하게 말했다.

"아저씨, 이거 제 건데요?"
"아니, 땅에 떨어져 있어서 가지고 왔지. 그러니까 그런 걸 왜 함부로 버려."

당황스러웠다. 아주 잠깐 놓아둔 것이었는데. 게다가 판매 목적으로 만든 홍보판을 함부로 버릴 리가 없었다. 아저씨의 변명에 한 번 더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도 사람에게 기쁨 주는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계속 얼굴을 찡그리고 있을 순 없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하며 마음을 추슬렀다.

'직접 만든 홍보판이 너무 예뻐서 가져갈 수밖에 없었겠지? 흥!'

[돌발상황 ③ - 텃세] "남자라면 욕하며 쫒아냈겠지만, 아가씨라 봐주는 거야"

 여의도 윤중로 벚꽃 축제 현장. 뒤쪽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진사 아저씨들의 눈빛이 매섭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 축제 현장. 뒤쪽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진사 아저씨들의 눈빛이 매섭다.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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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제 막 30장의 사진을 찍고 마지막 10장의 필름을 넣기 위해 기다릴 때였다. 한 아저씨가 오더니 말을 걸었다.

"아가씨, 사진 얼마에 찍어?"

처음에는 이 아저씨도 사진을 찍으러 온 것이라고 착각했다. 한데 자세히 보니 내 옆에서 사진을 촬영하던 사진사 아저씨였다. 내가 가격을 말하자, 아저씨는 나에게 설득 반 위협 반의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가씨가 너무 싸게 파니까, 다른 사람들이 장사가 안 되잖아. 보아하니 대학생인 거 같고 할아버지 말을 알아들을 것 같은데, 상도를 지켜야지. 할아버지들이 나와서 먹고 살려고 장사하는데 그렇게 팔아서야 되겠어? 남자였다면 욕을 하면서 쫓아냈겠지만, 아가씨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야. 저기 가면 사진사들 없는데, 거기 가서 팔아."

황당했다. 아저씨가 가리킨 곳은 이미 벚꽃이 져 있었다. 아저씨의 상황을 이해 못 한 것은 아니지만, 물러설 입장은 아니었다. 어차피 우리 손님은 대부분 젊은 커플들이었고, 사진사 아저씨의 손님은 중장년층이었다. 괜한 시샘 같아 보였다.

너무 무섭게 얘기해 조금 겁이 나기도 했지만, 아저씨와 타협을 시도할 생각으로 "가격을 올리면 되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저씨는 계속 다른 장소에 가서 팔라며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저씨도 쉽게 지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아저씨에게 "필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찍고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면서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막상 말을 해놓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러 오지 않았다. 그러자 아저씨는 다른 아저씨와 협공을 벌이며 다른 곳으로 가라고 명령했다. 이에 강하게 맞섰지만,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었다.

다행히도 몇 분 뒤 우르르 몰려온 사람들 덕분에 아저씨들과의 다툼에서 벗어나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마무리를 하자 그때서야 팔과 다리가 욱신거렸다. 잔뜩 긴장했었나 보다.

 이날 번 돈. 차비과 식비, 필름 원가를 빼니 몇 천 원과 문화상품권만 남았다.
 이날 번 돈. 차비과 식비, 필름 원가를 빼니 몇 천 원과 문화상품권만 남았다.
ⓒ 김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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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보다 예쁜 '웃음꽃', 오래도록 간직하세요!

촬영은 2시간 만에, 생각보다 성공적으로 끝났다. 다만 사진사 아저씨들에게 방해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사진 촬영이 누군가에게는 아르바이트지만, 사진사 아저씨들에게는 생업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겠다'고, '책임감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사진 촬영하면서 누군가를 웃게 할 수 있어 뿌듯했다. 사진을 찍을 때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하나같이 예쁜 미소를 활짝 지었다.

벚꽃은 빨리 지겠지만, 사진 속의 웃음꽃은 영원히 지지 않는다. 우리 고객(?)들이 사진 한 장에 담긴 '추억'과 '웃음'을 영원히 간직하길 바란다. 사진을 찍어줬던 한 어린아이의 귀여운 목소리가 생각난다.

"와~ 고맙습니다. 이거 오늘 일기장에 꼭 붙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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