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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정 입구에 있는 들바람꽃 찻집
 환산정 입구에 있는 들바람꽃 찻집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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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저수지 돌아가는 길

화순읍을 지나 22번 구 국도를 따라가다 환산정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천변을 거슬러 올라간다. 도로변에서 멀지 않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길은 한참을 이어진다. 마을을 지나고 산비탈을 타고 넘어서니 커다란 저수지를 만난다.

저수지 옆으로 바위를 깨서 만든 길은 차가 겨우 비껴가야 할 정도로 힘들다. 하지만 경치가 너무나 좋다. 건너편으로 깎아지른 절벽이 소나무 사이로 비껴간다. 자꾸 차장 밖으로 눈길을 준다. 차는 구불거리는 저수지 가장자리를 타고 내려가다 작은 표지판이 안내하는 찻집 마당으로 내려선다.

찻집 화단에서 웃고 있는 마가렛
 찻집 화단에서 웃고 있는 마가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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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정 입구는 아주 운치 있는 찻집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 화단에 마가렛이 환하게 하늘을 보고 웃고 있다.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이 맑아진다.

물 위에 섬이 된 환산정

환산정은 저수지 위에 작은 섬으로 되어 있다. 정자에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로 가는 길은 작은 쇠창살문이 달려있다.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았을까? 왠지 은밀한 곳으로 들어서는 기분이다.

환산정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
 환산정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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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로 꽃창포가 새순을 내밀고 있다.
 물위로 꽃창포가 새순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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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아래로 물빛이 짙다. 버드나무는 새순을 피워내고 있다. 꽃창포도 뾰족한 새순을 물위로 올려놓고서 따스한 봄볕을 즐긴다. 싱그럽다. 새싹이 피어나는 푸른빛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양옆으로 물에 잠긴 버드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다리를 걸어서 들어간다.

작은 섬에는 늙은 벚나무가 꽃을 가득 피우고서 환영하듯 반긴다. 200년 되었다는 소나무는 거북이 등껍질 같은 무늬를 자랑하며 비스듬히 서있다. 넓은 품을 자랑하는 듯…. 아니나 다를까 소나무 아래는 가족들끼리 자리를 펴고 봄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봄날 싱그러운 햇살을 즐기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어디 있으랴.

환산정 마당에는 늙은 벗나무와 200년된 소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환산정 마당에는 늙은 벗나무와 200년된 소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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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정 풍경
 환산정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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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싸고 있는 것은 모두 산이요

정자를 가로막고 담이 없는 문을 만들어 놓았다. 정자에 들어가려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할까? 울이 없는 작은 정자이지만 들어가고 나가는 문을 만들어 놓은 옛사람의 풍류가 엿보인다.

환산정(環山亭)은 백천 류함(百泉 柳涵)이 병자호란 때 화순의병과 함께 청주까지 진군하였으나, 청(淸) 태종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통곡하며 돌아와, 이곳에 정자를 짓고 은거 생활을 한 정자라고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환산정이라는 이름은 송대의 구양수(歐陽脩 1007-1072)가 저주태수로 있을 때 지은 취옹정기(醉翁亭記)의 시작부인 환저개산야(環滁皆山也-저주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모두 산이다)에서 따왔다고 한다.

봄을 즐기는 환산정 풍경
 봄을 즐기는 환산정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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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정 현판 글씨. 마치 그림같다.
 환산정 현판 글씨. 마치 그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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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정 현판 글씨가 참 아름답다. 어쩌면 저렇게 간략하면서도 주변풍경과 어울린 글씨를 만들었을까? 현판 뒤로 류함이 환산정을 짓고서 쓴 원운(原韻)이라는 시가 걸렸다. 마루건물 천장에는 중수기를 비롯한 시 등이 빼곡히 걸려있다.

원운(原韻) - 백천 류함(百泉 柳涵)

뜰엔 소나무 섬돌엔 국화 있으니
윤리에 도연명을 배웠더라.
나라 어지러워 처음 먹었던 마음 사라지고
산수 깊고 고요하니 노년 의탁할만하여라.
나무 잎에 봄가을이 있건만 세월을 망각하고
마음 가운데 명나라 일월을 간직하련다.
송죽같이 굳은 지조 그 뉘가 알리오.
간간히 구봉과 더불어 불평을 화답하노라.

세월이 흘러 산은 물로 변하고...

류함은 처음 정자를 만들 때는 깊은 산중에 숨어살고자 만들었는데, 1960년대 서성저수지가 만들어지면서 환산정은 호수위의 섬이 되었다. 이제는 물로 둘러싸인 호수위의 작은 정원.

환산정 뒤에서 본 풍경
 환산정 뒤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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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정에서 본 맞은편 서암절벽
 환산정에서 본 맞은편 서암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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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정을 한 바퀴 돌고서 마루에 앉아 물빛을 바라본다. 류함이 지금 살아서 이 자리에 있으면 어떤 생각을 할까? '깊숙이 산수 좋은 곳에 만년을 의지하며, 피고 지는 봄가을 모두 잊고 싶다고 했다는데….' 화사한 봄날. 많은 사람들은 부르지 않아도 이곳을 찾아와 봄을 즐기고 있다. 그렇게 봄은 깊어만 간다.

덧붙이는 글 | 가는 길 : 환산정은 전라남도 화순군 동면에 있습니다. 화순읍내에서 22번 국도 구)도로를 타고 동면 쪽으로 내려 오다보면 왼쪽으로 천변을 따라 올라가는 길을 만납니다. 그 길을 따라 4.5㎞정도 들어가면 ‘들바람꽃’이라는 찻집이 나옵니다.



태그:#환산정, #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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