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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계룡산

대자암으로 가는 길

누가 금족령이라도 내린 걸까 

가는 길 내내

산새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

 

눈 쌓인 산길을 

허위허위 걸어  

대자암 경내로 들어서자

전에 보지 못한

전각 한 채가 버티고 있다

침묵으로 벽체를 삼고

정적으로 기둥을 세운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전각이다 

 

문득

법당 마당가 토굴

무문관을 바라보니

문고리엔

낡은 자물쇠만 홀로 대롱거리누나  

 

새삼스러워라

그 폐문정진(閉門精進)이 

이미

눈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큰 자물쇠가

山門을 완강하게 폐쇄하고 있음이여

 

*무문관(無門關) : 원래 중국 송나라 선승인 무문 혜개(無門慧開)가 지은 책 이름인데 지금은 수행자가 문을 걸어 잠근 채 용맹정진하는 폐문정진(閉門精進)을 이르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태그:#무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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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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