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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서울시 중구 중림동에 위치한 'OOOOO자동차정비공업사'. 일주일에 한 번씩 정비 VCR(제 직업은 프리랜서 PD 입니다)을 만들기 위해 오는 곳이다. 소규모 자본으로 동네 구석구석에서 자신의 사업을 하는 사람들, 소위 자영업을 하는 분들을 만나고 삶을 지속적으로 엿본 건 이 곳이 처음이었다.

 

꼼꼼하지만 소탈하고 인간적인 천만기 사장
 

늘 말없이 성실하게 일하는 정비 주임
 
성격은 급하지만, 일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정비 직원
 

재미있는 건, 세 명 밖에 안 되는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 곳에 친형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사장인 동생(앞)과 정비 직원인 형(뒤). 먼저 근무했던 직원이 그만둔 뒤, 이런 저런 사정과 경기 불황이 겹쳐 한동안 직원을 못 구했는데, 다행히 늦은 나이에 정비를 배운 형이 자존심을 꺾고 동생의 정비공업사에 들어온 것이다. 
 
때로는, 정비에서만큼은 경험 많은 동생이 형에게 싫은 소리를 할 때도 있지만, 그래서 옆에서 봤을 때 안쓰러울 때가 몇 번 있었지만, 그래도 어려운 상황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친해진다. 경기 불황이 만든 재미있지만, 조금은 씁쓸한 풍경이다.
 

한가할 때는 정말 한가하고, 바쁠 때는 정말 바쁜 것이 자동차정비공업사의 일! 그러나, 고유가와 경기 불황으로 때때로 한가한 날이 며칠씩 이어질 때는 한구석 쓰레기통에 담배 꽁초가 수북이 쌓인다.   
 

 
이 분들이 일하는 곳은 깔끔함과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손에는 늘 기름때가 끼어 있고, 은근히 무거운 장비를 들고 계속해서 차량을 정비해야 하는, 또한, 까다로운 고객의 비위를 맞춰줘야만 하는 곳. 이 분들이 일하는 걸, 1년 간 우연찮게 지켜보면서 중국의 영화감독 지아장커가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건 노동자들(혹은 한국적으로는 자영업자들)이라고, 지식인들은 그저 변명만 늘어놓을 뿐이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내 피상적인 관찰만으로 이 분들의 삶을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경제 불황이라지만 그들의 삶에 어떠한 행복과 자유와 꿈이 있는지는 진심으로 소통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다. 
 

단지,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보이지 않게 묵묵히 땀을 흘리며 살아가는 이 분들의 삶이 유지될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태그:#자영업, #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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