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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 서울여대 패션강연 취재기자 모집!

여러 매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 그 중 <캠퍼스라이프>에서 급하게 담당기자를 모집했다. 바로 <캠퍼스라이프>와 후원을 맺고 있는 <코스모폴리탄>에서 패션강연을 연다는 소식이다. 19일에 열릴 예정이라는 메시지다. 이 공지사항은 행사 하루 전에 전달됐다. 마침 19일은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뭔가 특별한 취재가 없을까 고심하다가 얻은 취재거리가 바로 이 강연. 집에 그냥 있는 것보다 색다른 취재 경험을 위해 사진취재 지원신청을 냈다.

여대를 들어가기 전, "잡힐까봐 두려워" 

서울여대 남문 입구
▲ 드디어 서울여대 입성 서울여대 남문 입구
ⓒ 조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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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대는 나에게 특별하다. 우선 어머니의 모교가 바로 이곳 서울여대다. 그리고 사촌누나까지 다니고 있으며, 현재 영화제 홍보단 팀원도 전부다 서울여대생이다. 그만큼 서울여대는 내게 친근한 곳이다.

사진취재가 확정된 후, 나에겐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행여나 외부인 남자가 서울여대 교문진입을 하면 제재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공포심이다. 서울여대에 재학중인 주변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때 외부인 남성이 맘놓고 서울여대 교문에 들어갔다가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은 단지 루머일 뿐이다. 그러나 이 루머가 실제로 나에게 적용될까 두려웠다. 그래서 같이 갈 친구가 필요했다. 다행히도 영화제 홍보단 팀원 중 한명이 참석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그 친구덕분에 심적 안정이 됐다.

이렇게 6호선 화랑대역을 거쳐 도착한 서울여대는 조용하고 예쁜 캠퍼스를 가지고 있었다. 광활한 오솔길과 고른 잔디밭 등은 남학생인 나에게 자주 오고 싶은 곳으로 인식됐다. 그리고 멋진 신축건물이 캠퍼스의 멋을 한층 드높였다. 

강연회장 도착, 남학생은 '제로' 

남학생 대신, 서울여대 학생들이 대기하고 있는 행사장 바로 앞
▲ 어떤 강연일까? 남학생 대신, 서울여대 학생들이 대기하고 있는 행사장 바로 앞
ⓒ 조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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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회장에 도착하자마자, 기대를 건 것이 있다. "제발 내가 유일한 남학생 참가자가 되지 말자"는 희망이다. 그러나 이 바람은 휴짓조각에 불과했다. 강연의 대다수 참석자는 서울여대 학생이었던 것. 물론 남자도 있었지만 이들은 행사를 진행하는 스테프들이었다. 이 학교 학생의 남자친구도 없을까라는 기대도 물거품이었다.

이 행사는 서울여대 총학생회에서 "진짜 여대생 되기 프로젝트" 1탄으로 준비됐다. 올 봄과 여름에 유행할 패션 아이템에 대한 강연이다.

강연회장 내부, 인사랑관에서 열렸다. 정말로 남학생들은 없었다
▲ 남학생은 정말 없었다 강연회장 내부, 인사랑관에서 열렸다. 정말로 남학생들은 없었다
ⓒ 조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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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강연의 연사는 정윤기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는 최근 패션브랜드 '쿠아'와 손을 잡아 콜레보레이션(협작)라인을 맺었다. 그래서 자신이 스타일링한 패션아이템을 강연자리에서 선보이는 자리기도 했다.

정윤기 스타일리스트는 남자인 나에게도 익숙했다. 같은 남자로서 익숙한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종영한 예능 프로그램 <하이파이브> '패션 디자이너'편에 출연해 현영, 조혜련, 채연 등의 스타일을 조언해준 모습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그는 육중한 몸에 볼살있는 얼굴을 가졌다. 흔히 마르고 체형이 좋아보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개념과 다르다. 하지만 여성패션을 보는 안목은 흔한 여성들보다 수준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TV에서 봤던 그의 모습, 실제로 봐도 신기했다. TV에서 유명 연예인의 스타일링을 지도한 사람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는 남자들도 알아들을 수 있는 패션아이템 강연을 선보일까? 계속되는 아쉬움과 부끄러움 이후에 가진 새로운 기대다.

정윤기 스타일리스트
▲ S/S 룩의 특징을 알려드릴게요 정윤기 스타일리스트
ⓒ 조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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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드룩', 'it아이템'.....이게 다 무슨 말?

 "S/S룩은 어떤 시대적 상황과 유사할까요?"
"바로 80년대 룩입니다"

정윤기씨가 학생들에게 퀴즈를 건네자, 손을 번떡 든 서울여대 학생이 맞춘 내용이다. 올해 봄과 여름 시즌에 유행할 옷이 80년대 스타일이라니...맞춘 사람이 마치 대단해보였다. 남자인 나에게 정말로 어려운 정보인데, 여학생들은 이미 다 꿰고 있다는 것이다.

강연은 상체와 하체의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주로 이뤄졌다. 상체가 뚱뚱하면 자신의 체형을 알고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모습이 필요하며, 하체가 통통하면 하의가 넓어야 하고 레이어 룩이 필요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남자들도 쉽게 알 수 있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갑자기 '볼드룩', 'it아이템' 등 점차적으로 처음 듣는 용어가 나오자 당황스러웠다. 혹시 저 말을 다 알아듣고 있을까? 서울여대 재학중인 친구와 <캠퍼스라이프> 취재담당기자에게 물어봤다. 이들은 거의 다 알아듣고 있다는 것. 바로 여기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을 느꼈다.

남성도 물론 패션에 대해 관심이 크다. 하지만 더 예뻐보이고 싶은 여자보다 패션에 대한 관점은 조금 뒤쳐지는 것이 사실.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용어지만, 여학생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용어들이었다.  

거의 못 알아듣는, 나에게는 마치 외계어같이 느껴지는 강연이다. 그러나 정윤기 스타일리스트는 남자들도 쉽게 알 수 있는 스타일링의 팁을 알려줬다.

"상체가 뚱뚱하면 여유있고 밑이 부드러운 소재를 입어야 하며 노란색은 상체가 크신 분에게 피해야 합니다. 하체가 통통하면 넓게 입으세요. 그리고 하체를 커버할 수 있는 롱티를 입으세요."

또 그는 자신같이 통통한 사람들이 옷을 입을 때 바보같은 사람에 대해 유쾌하게 알려줬다.

"뚱뚱하다고 널널한 것을 입으면 연애의 추억이 너무 없어보이는 여자일겁니다. 저도 통통합니다. 그럴수록 더 타이트하고 자신감있게 보이세요."

심지어 통통한 자신에게 어울리는 패션이 바로 짧은 머리와 큼지막한 액세서리라고 밝혔다. 이같은 그의 재치가 남자인 나에게 더욱 더 친근감 있었다. 행여나 남자만을 위한 아이템을 못 듣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짧은 조언 한마디가 남자패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 셈이다.

한달에 무려 패션잡지만 30권 이상을 읽는 그의 모습...."감탄"

정윤기 스타일리스트(오른쪽 아래)가 이날 참석한 학생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다.
▲ 사인해주세요! 정윤기 스타일리스트(오른쪽 아래)가 이날 참석한 학생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다.
ⓒ 조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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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궁금증이 있다. 과연 그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여성패션에 대한 안목이 높을까? 또 웬만한 여성이 알지 못하는 패션아이템을 어찌 다 꿰고 있을까? 이런 두가지 궁금증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느낀 것이다. 비결은 바로 '정보력'이었다. 무려 30권 이상의 책을 한달에 보면서 패션을 연구한다고 했다. 잡지를 통해 여성의 패션심리까지 분석을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그는 마지막으로 조언을 건넸다. "패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며 자기 자신에 투자를 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라는 조언이다.

이렇게 그는 실제 모델을 활용한 패션 스타일링 강연을 1시간동안 펼쳤다. 물론 남학생들에게 도움이 안되는 강연이다. 서울여대에서 열려 여학생들만 위한 스타일이었으니까. 그러나 남학생도 들으면 좋은 강연이다. 만일 패션때문에 고민이 있는 여자친구를 둔 남자라면 꼭 들어야 할 강연이 바로 스타일 강연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캠퍼스라이프, SBS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정윤기, #서울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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