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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벌민속박물관 1998년 폐교된 범평초등학교를 개조해서 만든 민속박물관으로 4만 5천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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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이와 달리 미치광이는 어떻게 다를까. 어중이떠중이는 무슨 일이든 데면데면한데 비해, 좋게 말해 미치광이는 집념이 강하다. 줏대도 있다. 하나에 빠지면 끝장을 본다. 곁눈질을 하지 않는다. 오직 하나의 일밖에 모른다. 세상에 하고 많은 일 제쳐두고, 정작 남이 하지 않은 일에 죽어라 매달린다. 그래서 우린 그런 '미치광이'를 두고 '장인'이라 한다.

전통공예(일반적으로 전통공예로 인정을 받으려면 80년 이상의 세월과 더불어 예술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에 혼이 빠진 장인들은 의외로 많다. 그만큼 파고들 수 있는 전통공예의 종류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무형문화재 전승공예가(장식공예, 목공예, 자수공예, 매듭공예, 유기, 옷칠, 자개 등 인간문화재)를 만나는 일이 쉽다.

이밖에도 전통 민속공예로는 장승공예, 솟대공예, 박공예, 한지탈공예, 유기(놋쇠)공예, 지승공예(지승공예는 종이를 꼬고 그것을 엮어서 만든 것) 등 전통적 이미지를 담고 있는 공예품이 많은데, 손으로 직접 만드는 공예품이 대부분이다.

전통공예품은 손으로 만든 것이 대부분

그런데 이야기하고자 하는 본말은 딴 데 있다. 이렇듯 옛것을 고집하며 살려내는 데 집요한 장인들이 있는가 하면, 그 누가 시키는 일도 아닌데 방방곡곡을 발품을 팔아가며 이 잡듯이 모으는데 헌신적인 사람들이 있다. 민속공예품 수집가가 바로 그들이다.


이렇듯 우리 것을 지켜내겠다는 '미치광이'들이 만든 민속박물관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 경남 밀양시 초동면에 소재하고 있는 '미리벌민속박물관'이 하나다. 미리벌민속박물관(관장 성재정)은 1998년 7월 남성 공간이 사랑방과 여성 공간인 안방을 채우고 있었던 손때 묻은 가구와 생활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부엌의 살림살이, 그리고 다양한 장신구, 서화 등 3000여 점의 유물로 개관했다. 폐교를 활용한 박물관이다. 2007년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실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귀중한 우리의 전통 민속품들이 사라져가는 것이 못내 아쉬워서 하나, 둘씩 수집하기 시작한 지 어언 40년이 됩니다. 반평생을 이 일을 하는 데 다 보냈습니다. 지금까지 모은 민속자료가 3천여 점에 이르는데 혼자 보고 묵혀두기가 아까워서 박물관으로 개관했지요. 바람이 있다면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이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고,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하는데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근 십 년째 자리를 잡고 있으니 찾는 이들이 많아요. 더구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 문화유산의 산 교육장이 되고 있다는 보람을 느낍니다. 아무튼 박물관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이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는 자리가 되고, 아이들에게는 선조들의 생활모습과 지혜를 몸소 느낄 수 있는 '배움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리벌민속박물관 1998년 개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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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장 성재정 씨 관장 성재정(66)씨는 젊어서부터 민속품 수집에 열정을 다 바쳐 ‘역사의 탯줄’인 민속유물 보물창고를 만들어 냈다. 한 민속유물애호가의 필생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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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한 삶의 연륜을 자그만 체구에 오롯이 담고 있는 성재정 관장의 일갈이다. 현재 박물관은 성 관장과 부인 김순옥(58)씨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을 위한 안내와 설명은 성 관장의 몫이고, 나머지는 부인이 도맡아 하고 있다. 관람 짬짬이 밀양 토종 대추로 달인 대추차를 전통 찻잔에 담아 권내는 부인 김순옥 씨의 따뜻한 배려가 정겹다.

미리벌민속박물관은 1971년에 개교를 하여 1998년을 마지막으로, 총 1401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가 된 범평초등학교의 건물로써, 밀양시의 지원을 받아 그해 7월에 민속품을 주제로 한 민속박물관으로 탈바꿈하였다. 교육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던 초등학교의 뒤를 이어, 폐교 이후에도 이 건물이 교육의 장으로써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위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초동면사무소로 가는 길옆 대밭 울타리 너머에 다소곳한 자태로 앉은 이곳이 바로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민속문화공간 미리벌박물관은 친숙하게 다가서진다. 마치 정든 초등학교, 모교를 찾는 기분이 든다. 왜냐? 폐교를 있는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 박물관 이름값을 한다고 그다지 생색을 내지 않았다. 성 관장의 말에 따르면 예전의 학교 그 모습대로 나무 하나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전시실로 들어가 보면 또 다른 반향을 느낄 수 있다. 전시실을 만든 손길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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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입구 초동면사무소로 가는 길옆 대밭 울타리 너머에 다소곳한 자태로 앉은 이곳이 바로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민속문화공간 미리벌박물관은 친숙하게 다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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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입구 박물관은 마치 정든 초등학교, 모교를 찾는 기분이 든다. 왜냐? 폐교를 있는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 박물관 이름값을 한다고 그다지 생색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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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 성재정(66)씨는 젊어서부터 민속품 수집에 열정을 다 바쳐 '역사의 탯줄'인 민속유물 보물창고를 만들어 냈다. 한 민속유물애호가의 필생 사업이다. 성 관장은 지난 70년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수집한 민속품 2000여 점, 유물의 수집은 기회가 될 때마다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방법은 구입을 하거나 기증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지 1000여 점 등 5000여 점을 분야별로 전시해 일반인은 물론 학생들의 현장 체험학습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미리벌민속박물관, 4만5천여 점의 유물 소장

교실을 개조해 만든 5개 테마별 전시실에는 조선시대 고관대작에서부터 평민들이 일상에서 사용했던 사랑방과 안방, 주방가구를 비롯해 각종 생활용품 3000여 점이 조상의 숨결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실제 미리벌민속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은 4만5000여 점. 민속품은 3000여 점이지만 고서와 고문서 등 서지유물만 2만여 점이고, 집안에서 물려받은 간찰(편지글)만 해도 3000여 점에 이른다. 여기에 조선시대 복식과 비단, 조각보 등도 2만점이 훌쩍 넘는다. 이들 대부분은 아직 전시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대부분 수장고에 잠들어 있다.

"미리벌민속박물관에서 선조들의 삶과 지혜를 느끼고 배워 보세요."
"전통문화 속에는 삶에 대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으며, 그것이 바로 새로운 문화 창조의 기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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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농 장농은 안방문화의 대표적인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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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그릇 사기그릇은 부엌문화의 대표적인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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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기름틀 반질반질하게 손때가 묻어나는 참기름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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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리벌민속박물관이 존재하는 의미다. 박물관은 크게 네 개의 전시실과 특별기획 전시실, 그리고 전통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사회교육프로그램으로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한 '도자기 만들기'를 비롯하여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박물관의 전시공간은 사랑방전시실, 안방전시실, 부엌 전시실, 농경문화 전시실, 특별전시실 등 모두 5개 전시실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특별전시실을 제외하고는 4개의 전시실의 유물이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실물을 그대로 관람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유물이 공기에 맞닿아 있고, 관람객들의 손길에 유물이 손상될 우려가 있습니다. 유물을 관람할 때 각별히 주위를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본다. 일행은 여덟 명, 성 관장이 직접 안내를 맡았다. 제1전시실 '사랑방'. 가장 먼저 소개하는 것은 '반닫이'였다. '윗닫이'와 '미닫이'를 견주어 가며. 예로부터 사랑방은 남성의 공간이자 손님을 접대한은 장소다. 옛 남성들의 유교이념을 삶의 가치관으로 삼았기 때문에 사랑방 가구 도한 그러한 생활 태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간결하고 소박하게 만들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사랑방 전시실에는 반닫이, 윗닫이, 사방탁자, 문갑, 경상, 책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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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방문화를 설명하고 있는 성재정 관장 우리 문화 유물에 관한 그의 사랑은 유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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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들린 곳은 제2전시실 '안방'. 이곳에서 성 관장의 설명은 녹록찮다. 특히 내훈을 얘로 들면서 생활용품 하나하나에 스며 있는 선조들의 지혜를 알음알음으로 얘기해 준다. 안방은 여성의 공간이자 아이를 돌보는 육아 장소. 그렇기에 단아함과 정갈함이 돋보이는 안방 가구에는 미적 감각과 실용성이 고루 담겨 있다. 특히 안방의 생활용품에는 다산을 상징하는 박쥐 장식과 수복강녕을 기원하는 글자문 장석이 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단아함과 정갈함이 돋보이는 '안방' 전시실

안방의 주된 가구는 장과 농이다. 성 관장의 설명에 따르면 "장은 전체가 하나로 붙박이가 되어 있고, 농은 따로 분리가 가능하고, 사계절에 따라 많은 의복과 옷감 등을 보관, 정리 하는 데 사용되었고, 평면형인 우리 옷을 보관하기에 매우 적합한 구조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또 벽 쪽으로 낮고 긴 문갑을 놓았으며, 의복과 관모를 보관하는 상자와 각종 함 역시 이 곳에 보관하였다. 더불어 여성의 몸단장을 위한 좌경과 빗접 역시 안방의 필수품이었다. 인방 전시실에는 장과 농을 비롯하여 좌경과 빗접, 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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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문향장석 장농의 나비문향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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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극문향자물쇠 장농의 태극문향자물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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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쥐문항장석 장농의 박쥐문향 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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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어 모양의 자물쇠 뒤주에 사용된 잉어 모양의 자물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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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간 곳은 제3전시실 '부엌'. 부엌 전시실에는 뒤주, 유기, 사기, 참기름 틀, 소반, 떡살 등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다. 일상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유물들이다. 부엌은 주부의 공간이며, 음식재료를 다듬어 음식을 조리하고 난방을 책임지는 곳이다. 지역에 따라 정지, 정주간 등으로 불렸으며, 부엌의 가구는 유기나 사기와 같은 무거운 그릇을 수납하기에 알맞은 단단한 나무를 사용하여 제작한 것이 특징. 부엌의 아궁이는 불을 지펴 밥을 짓는 용도 외에도 방안의 구들과 연결되어 추운 겨울날 방안을 데우는 데에도 이용되었다. 또 집안에서 유일하게 불을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부엌을 관장하는 조왕신을 모시기도 하였다. 

제4전시실 '농경문화'에는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의 기반이 된 농사와 관련된 모든 유물이 전시된 공간이다.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파종에서부터 생육의 과정, 수확과 탈곡, 도정의 마무리 과정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농기구가 전시되어 있다. 요즘과 같이 이야기와 콤바인으로 농사의 전과정을 마무리 짓는 비해 그네(홀대), 탈곡기, 매통, 절구, 지게를 비롯한 농사지구들이 새롭게 보였다.

미리벌민속박문관, 매년 특별기획전 열어

이밖에도 특별기회 전시실에는 미리벌박물관의 3천여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가지 테마를 선정하여 매년 특별 기획전을 열고 있다. 현재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목가구 특별전', '고문서로 본 옛 삶의 흔적' 등의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옛것이 아름답다. 우리 것이 아름답다'를 주제로 한 목가구 특별기획전은 가구의 문향까지도 집안의 안녕과 풍요로움을 기원하며 정성스럽게 만들던 선조들의 삶과 자혜를 일반인에게 알리기 위해 기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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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자기 체험교실 유치원 어린이들이 도자기 체험교실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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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획전 특별기회 전시실에는 미리벌박물관의 3천여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가지 테마를 선정하여 매년 특별 기획전을 열고 있다. 현재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목가구 특별전’, ‘고문서로 본 옛 삶의 흔적’ 등의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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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미리벌민속박물관은 '도자기 만들기 체험학습프로그램'을 통하여 선조들의 문화를 느껴봄과 동시에 참가자의 창의력을 함양시킬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전통문양에 깃들여 있는 의미에 대하여 알아보고 직접 문양이 찍힌 손수건을 제작해 보는 '전통문양염색하기 체험학습프로그램' 도 실시하고 있다.

'작은 것은 아름답다'고 했듯이 미리벌민속박물관은 한 문화애호가에 의한 우리 문화재의 보고다. 성 관장은 이미 20대 후반에 문명이기들에 의해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지금 그의 나이는 일흔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성 관장의 의지는 결연했다. 앞으로 전시관 몇 동을 더 마련해서 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유물들을 세상에 드러내놓는 것이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주어서 고맙기 한량없습니다. 이 사업을 평생 계속 추진해야지요. 필경 우리 부부가 다 못하면 아들 내외가 대를 이을 거고, 그것이 여의치 못할 경우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이어갈 것입니다. 지난 40년 동안 오직 이 일에만 매진한 탓에 세월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 이와 같은 민속박물관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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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문화교육 39사단 장병들에게 우리문화교육 특강을 하고 있는 성재정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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