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 표준영정이 새로 지정된 지 2년여가 경과했지만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외면받고 있다.

저작권자가 교육과학기술부이고 편찬자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인 초등학교 국어 4학년 1학기 교과서에는 6쪽에 걸쳐 유관순 열사의 전기글이 실려 있다. 유 열사의 출생과 성장, 만세운동, 그리고 순국까지의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전기글의 한쪽에는 열사에 대한 이해를 돕느라 유관순 열사의 전신좌상 영정이 수록되어 있다.

초등 교과서 속 유관순 열사 영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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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국어 4학년 1학기 교과서에 실려 있는 유관순 열사 영정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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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초등 국어 교과서에 실린 유관순 열사의 전신좌상 영정은, 지난 2007년 2월 문화관광부가 표준영정으로 지정한 뒤 천안시 병천면에 소재한 유관순 열사 추모각에 봉안된 유 열사의 새 영정과는 다른 모습의 영정이다.

천안시는 지난 1986년 유 열사의 표준영정으로 지정되어 추모각에 봉안된 고 장우성 화백의 작품이 유 열사의 실제 모습과 다른 이미지로 제작됐고 화가의 친일논란이 불거지자 영정 교체를 추진, 윤여환 화백의 작품으로 새 영정을 완성해 2007년 2월 28일 추모각에 봉안했다.

항일 민족 소녀의 모습을 더 분명히 하며 새 영정이 만들어진 지 2년이 지났지만 전국의 초등학생들에게 유 열사의 행적과 인상을 소개하는 전기글에는 정작 정부 지정의 새 영정과는 전혀 다른 유 열사의 영정이 소개되어 있는 상황.

더욱이 초등 국어 4학년 1학기 교과서에 수록된 유관순 열사의 영정은 제작자도 불분명하다.

초등 국어 교과서 편찬자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과교육연구부 관계자는 "현행 초등 국어 4학년 1학기 교과서는 2001년에 첫 출판됐다"며 "수정사항이 있으면 반영해 매년 새로 출판하고 있지만 첫 출판이 오래되어 교과서 속 유 열사의 영정이 누구의 작품인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일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천안의 한 초등학교 현직 교사는 "4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등장하는 유관순 열사 영정에 대한 설명은 교사용 지도서에서도 전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출처와 정체가 불분명한 영정보다는 새로 만들어진 정부 지정 유 열사의 표준영정이 교과서에 수록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열사 추모단체, 교과서 수정시 표준영정 수록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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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국사 교과서에 실려있는 유관순 열사의 새 표준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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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의견은 유관순 열사 관련 단체들에서도 개진됐다.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유근창 회장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유관순 열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교과서에는 표준영정이 실려야 한다"며 "기념사업회 차원에서 교과서 수정 요구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유관순 열사의 표준영정이 수록된 초등학교 교과서를 볼 수 있을까? 장담할 수는 없다. 8차 교육과정 시행으로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는 2010년에 3~4학년, 2011년 5~6학년 교과서가 새로 출판된다.

새로 편찬되는 초등학교 국어 3~4학년 교과서의 집필을 맡고 있는 이경화(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4학년 국어 교과서의 전기문은 5학년 국어 교과서의 것으로 조정될 것 같다"며 "지금처럼 유관순 열사의 전기문이 별도의 장으로 계속 실릴지 여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교수는 "유 열사의 전기문이 교과서에 게재될 경우 표준영정 수록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관순 열사의 새 영정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지 않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학교 국사교과서는 이미 새 영정을 수록하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국정도서편찬위원회가 펴낸 중학교 국사 교과서의 3.1운동 단락에는 유관순 열사의 새 영정 모습이 열사의 생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