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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적이 공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성적 조작문제가 시끄럽다. 이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이번 발표를 계기로 학교와 선생님들 사이에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선의의 경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며 '평가결과가 좋은' 학교·교사에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방의 한 도시에 있는 ○○학교. 비평준화 지역의 학교이며, 시내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학교라서 통학도 수월하지 않다. '공부 못하는 학교'라는 이미지가 널리 퍼져 있다. 때문에 매년 입학할 학생들이 가장 기피하는 학교다. 당연히 성적이 지역에서 최하위다.     

 

○○학교도 이번 성취도 평가를 봤다. 다른 시험 때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번 성취도 평가는 내신 성적에도 반영이 되지 않는 시험이다 보니, 시험문제 자체도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교사들이 나서서 문제풀기를 종용해도 허사였다. 당연히 성취도 평가의 결과는 나쁠 수밖에 없었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학생들의 '성적 평가결과'를 보고 학교의 교장이나 교사들을 평가한다면 이 학교 교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보통 학교 교사들은 몇 년 단위로 학교를 옮긴다. ○○학교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비호감인 학교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순위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해당 학교로 발령받은 교사는 천상 '평가결과가 좋지 못한', '선의의 경쟁이 필요한' 교사 신세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원하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그저 하루 빨리 이 학교를 떠나 '성적이 좋은' 학교로 가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면 단지 학교를 옮겼을 뿐인데 '평가 결과가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 테니까. ○○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의 성취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에 대한 평가가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한 교사는 "그런 (교장, 교사) 평가를 하려면 모든 학교를 평준화하고 평가를 시작해야 말이 되지"라며 평가에 앞서 평준화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의 뜻대로 이번 평가 결과 공개를 통해 경쟁을 유발시키면 과연 ○○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좋아질 수 있을까? 반대로 교사나 학생들에게 지금보다 더 천대받는 기피학교로 고착되진 않을까?

     

평준화나 비평준화, 학교급을 막론하고 조금이라도 더 '성적이 높고 착한' 아이들이 다닌다고 알려진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을 선호하는 교사들이 지금도 많은데 앞으로 더욱 이런 현상이 심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태그:#성취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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