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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외선 센서와 광학 카메라, 첨단 통신설비를 갖춘 RC-135S 정찰기는 탄도 미사일 발사 징후와 궤적, 낙하지점까지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 RC-135S '코브라 볼' 정찰기 적외선 센서와 광학 카메라, 첨단 통신설비를 갖춘 RC-135S 정찰기는 탄도 미사일 발사 징후와 궤적, 낙하지점까지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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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대포동 2호' 발사에 대비해 미사일 감시기인 'RC-135S'(코브라 볼) 정찰기를 오키나와의 '가데나' 공군 기지에 긴급 배치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15일 보도했다.

RC-135S 정찰기는 적외선 센서와 광학 카메라, 첨단 통신설비를 갖추고 탄도 미사일의 발사 징후와 궤적, 낙하지점까지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냉전 시기, 전면 핵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던 미국 정부는 소련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 공격을 사전에 경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소련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실험을 할 때 3곳의 우주 기지인 아르한겔스크 지방의 '플레세스크'와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카푸스틴야르'에서 발사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수천 Km를 날아 떨어지는 곳은 극동지역 캄차카 반도의 '쿠라' 시험장이었다. 이 사실을 일찌감치 간파한 미국은 이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알라스카 주 세미야 섬에 강력한 위상배열 레이더를 설치했다.

언덕위에 사다리꼴 모양의 구조물이 미국 정부가 세미야 섬에 설치한 위상배열 레이더인 '코브라 데인'이다.
▲ 알라스카 州 세미야 섬에 설치된 고성능 레이더 시설 언덕위에 사다리꼴 모양의 구조물이 미국 정부가 세미야 섬에 설치한 위상배열 레이더인 '코브라 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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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소련 내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쿠라 시험장에 탄착할 때까지 미사일의 비행 궤도 전체를 관찰하기에 가장 알맞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레이더를 '코브라 데인'(Cobra Dane)이라고 불렀다.

미국 정부는 또 S-밴드 위상배열 레이더와 X-밴드 레이더를 탑재한 탄도 미사일 추적용 선박을 북태평양 상에 항시 배치하고 이 배에 '코브라 쥬디'(Cobra Judy)라는 암호명을 부여했다.

코브라 쥬디는 S 밴드 위상배열 레이더와 X 밴드 레이더를 탑재한 탄도 미사일 추적용 선박이다
▲ 미국 정부의 탄도 미사일 추적용 선박 '코브라 쥬디' 코브라 쥬디는 S 밴드 위상배열 레이더와 X 밴드 레이더를 탑재한 탄도 미사일 추적용 선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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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지상과 해상의 고성능 레이더, 즉 코브라 데인과 코브라 주디 이외에 소련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포착·추적할 수 있는 정찰기를 개발하는데 그것이 바로 RC-135 '코브라 볼'(Cobra Ball)이다.

여객기인 보잉 707을 개조한 코브라 볼은 쿠라 시험장에 가능한 한 가장 가깝게 접근하여, 대기권 밖으로 나가 궤도를 따라 비행하다 다시 대기권에 진입하는 소련 미사일의 특성을 광학 기기를 통해 정밀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코브라 볼은 동체 앞부분의 오른쪽에 커다란 관측창에 설치된 적외선 센서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낙하하는 미사일 탄두를 추적할 수 있다. 이 비행기의 주익이 새까맣게 도색된 것도 태양광이 반사되어 광학 기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코브라 볼은 냉전 시절부터 한국과 여러 차례 인연을 맺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83년 9월 1일 발생했던 '대한항공 007'기 격추 사건이다.

당시 뉴욕을 출발, 앵커리지를 경유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기가 사할린 부근 모네론섬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에 피격, 탑승자 269명 전원이 사망한 이 사건에서, 소련 당국은 미군의 코브라 볼이 대항항공기의 항적과 여러 차례 겹치도록 비행했고 전투기 조종사도 대한항공 여객기를 미군의 정찰기로 오인했다고 해명했다.

아직도 사건의 전모가 다 밝혀지지 않은 대한항공기 격추사건은 냉전기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의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구소련이 붕괴한 후 코브라 볼의 임무는 줄어드는 듯했지만, 1990년대 들어 북한의 미사일 개발 시도와 함께 다시 바빠지고 있다.

1993년 5월 29일, 북한이 사정거리 1300Km급의 '노동 1호' 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한 후 한반도 부근 상공에서 코브라 볼은 활발한 정찰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3년 3월 2일에는 동해 공해상에서 감시비행 중이던 코브라 볼에 북한 공군의 미그 29·23기 4대가 150m까지 접근하는 아슬아슬한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북한의 전투기 중 한 대는 코브라 볼에 미사일 조준(Lock On)까지 마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요격하겠다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발언과 코브라 볼의 긴급 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미사일 발사를 포기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미 지난 2006년 7월 5일, 지금처럼 코브라 볼이 배치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포동 2호' 미사일이 발사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태그:#북 미사일, #코브라 볼 , #RC-13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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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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