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내 몸은 잊었다고 생각했던

마음의 상처를 기억한다.

움직임 하나하나는

감정과 기억의 상태를 말해주는 거울이다.

몸은 살아 있음을 나타내는 구체적인 표현이며,

인생을 표현하는 작은 우주다.

단순한 이 사실만 기억하자.

그리고 가장 원초적인 감정의 물결

즉 몸짓에 몰입하는 순간

삶을 짓누르는 집착은 땀과 함께 사라진다.

- 책 ‘가브리엘 로스의 춤테라피’ 중

 

 

 

사회, 문화, 정치, 연예, 교육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한해 그 속에 속한 개개인들은 또 얼마나 다사다난한 한해였던가. 모든 병은 마음에서부터 온다고 지난해 유독 주위엔 아픈 사람들이 많았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연말이 되면서 여기저기 아픈 곳이 드러나고 그동안 쌓인 먼지, 때들이 차곡차곡 쌓여 커다란 짐 덩어리가 가슴 한켠에 턱 놓여있었다.

 

한해를 마무리 하며 찾은 곳은 하비람-충남 금산에 위치한 삶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기술을 서로 배우고 가꾸는 모임-의 춤세라피 과정이었다. 춤세라피 과정은 지난 해 12월 29일에서 올해 1월 1일 2년에 걸쳐 춤 동작 치료사 흰바람님(본명 박선영)에 의해 진행 되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연령대는 20세부터 60세까지 다양했다.

먼저 서로 스스로 정한 별칭을 짓고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고 왜 이곳에 왔는지에 대해 공유했다. 그리고는 3박 4일 동안 일어나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춤을 춘 기억밖에 없다.

처음엔 어색하고 이곳에 내가 왜 왔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밥을 먹을 때도 춤을 추어야 하고 아침에 눈도 덜 떠졌는데 춤을 쳐야 하고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쳐야 했으니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는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몸은 내 의식과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고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에게 올라온 감정들을 토해내며 울기도 하고 미안하다며 허공에 소리치기도 하였다. 흰바람 선생님은 그렇게 아파하는 사람들 한명 한명에게 다가가 그 아픔을 감당할 수 있도록 그래서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세심히 도와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리도 많은 아픔을 가지고 숨기려 애쓰며 살아가는 구나, 그것을 꺼내기에 무엇이 그리도 두려웠을까, 겉으로는 저리도 평범한 사람들인데 그 속에는 상상도 못할 아픔들이 들어차 있으니 삶을 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리 속이 복잡했다.

 

마지막 3일째 되는 날과 4일째 되는 날은 춤 명상이 이어졌다. 다섯 개의 리듬-flowing, chaos, staccato, lyrical, stillness-으로 우주와 호흡하며 내 몸을 각각 다른 리듬을 통해 움직였다. 그 과정에 내 삶의 모든 감정들이 다 녹아 나는 듯 했다. 사랑, 평화, 미움, 두려움, 화, 믿음 내 안에 모든 감정, 에너지들이 내 몸을 타고 이리저리 분출해 가는 것 같았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내 안에 가지고 있던 수없는 고정관념, 내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쓸데없는 자존심이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흰바람님이 책에 쓴 글귀가 나의 감정들을 잘 정리해 주는 듯하다. 

 

 ‘춤치료는 다섯 가지의 리듬을 바탕으로 여성성과 남성성을 움직임과 춤으로 통합하고, 본래의 자기인 자아를 만나는 과정이다. 한국에 돌아와 다섯 가지의 리듬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과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각각의 리듬이 개인의 자기치유를 넘어 명상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또한 자기만의 춤이 어떻게 우리 영혼을 맑게 하는지, 삶을 행복하게 가꾸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책 가브리엘 로즈의 춤테라피에서

 

그리고 코로, 가슴으로, 손끝으로, 등으로, 엉덩이로, 귀로 춤을 추며 그동안 내가 소홀히 여겼던 내 몸에 속한 작은 하나하나의 세포들을 살아나게 했다. 정말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마지막에는 헤어지며 고대 하와이언들이 사용했다던 호오포노포노 방식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용서해 주세요’를 소리내어 말하면서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는 생전 처음 만났던 이들과 함께 부둥켜 안으며 얼마나 울었는지도 모르겠다. 

 

2년에 걸친 3박 4일의 여행은 나를 깨고 깨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내 몸은 내 말보다 내 생각보다 참 정직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태초에 하나여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 내가 행복하면 어느 누군가는 행복하다. 오늘도 나는 행복한 상상들로 어떤 누군가를 위해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이 경이로움이 얼마나 오래 가려는지는 모르겠지만 또, 힘든 삶이 찾아오면 이 기억이 나를 충만하게 하리라는 믿음은 있다. 추운 겨울 춤을 통해 내면의 빛을 활활 불태워 봄은 어떨지.


태그:#춤테라피, #하비람, #흰바람, #춤, #자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주 동백작은학교에서 생태, 인권,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며 아이들과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