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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도박꾼, 이른바 '타짜'에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자기 생각을 표정에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자기 패를 읽힐 경우, 그 싸움은 '백전백패'이기 때문이다.

 

글도 마찬가지. 결말을 아는 이야기는 흥미가 떨어지는 법이다. 잘 짜인 시나리오는 그래서 항상 반전이 있다. 영화 <식스센스>의 마지막 장면이 영화인 사이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장편소설 '로스트 콘택트(Lost contact)'의 작가(박치형)는 너무나 솔직하다. 그런 면에서, 2% 아쉽다.

 

너무나 솔직한 작가

 

안타깝게도, 작가는 속내를 너무 쉽게 드러냈다. 시작부터 자신이 가진 카드를 독자에게 전부 내보인 듯하다. 소설은 '일본이 왜 독도에 집착하는가'하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리앙쿠르트 암(Liancourt Rocks)'이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돌무더기로 이뤄진 작은 섬. 겉으론 참 볼품없는 그런 곳에 일본이 목을 매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독도 인근 바다에 6억 톤 가량 묻혀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불타는 얼음'이라고 불리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석유나 천연가스를 대신 할 미래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정에너지 자원으로 세계 각국에서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일본이 이를 위해 독도를 탐내고 있다는 설정은 현실적으로도 무리한 상상만은 아니다.

 

문제는 그 방식. 일본이 독도를 넘보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처음부터 시작돼, 전투장면 때까지 이어진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하긴 하지만, 반복되다보니 집중력이 떨어진다. 또, 이를 제외하면 전부 전투 장면이 전부다. 물론 일본 잠수함 네 척과 한국 잠수함 두 척이 벌이는 추격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잠수정과 관련한 전문용어가 등장해 긴박감을 더한다. 하지만 작가의 전략이 초반부터 전부 노출된 탓에, 그만큼 독자에겐 구성이 단순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원인 자체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도 이를 부추긴다.

 

아마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군사용어 때문인 것 같다. 잠수함, 어뢰이름, 해양수중음향이란 분야가 일반인에게 친숙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조금 친절하게 설명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독도를 둘러싼 논란은 이미 언론에서도 많이 다뤘기에 그리 낯설지만도 않은 상황. 직설적인 설명을 되풀이하기보다, 양파 껍질을 한 꺼풀씩 벗기듯, 은근히 이야기를 엮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강요하는 작가

 

"일본이 독도를 노리는 진짜 이유는 독도 해저의 지하자원,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이 독도와 해군에 대한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작가는 소설을 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작가는 이야기를 푸는 과정에서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우리나라 국방비는 전체 예산의 3%가 채 안 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공군과 육군에게 돌아간다. 반면 해군의 관심은 떨어진다", 작가가 의도한 생각 그대로다.

 

하지만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해군은) 잘 해내고 있다"는 대목에선 우선 거부감이 먼저 든다. 직설적이라 이해하긴 쉽지만, "너무나 뻔하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를 "'클리셰(cliche, 틀에 박힌 진부한 표현)'가 넘쳐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하게끔 독자의 마음을 움직였더라면 어땠을까.

덧붙이는 글 | 출판사 : (주)로크미디어
값 : 10,000원

이기사는 블로그(goster.egloo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로스트 콘택트

박치형 지음, 로크미디어(2008)


태그:#로스트콘택트, #박치형, #로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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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내가 밉습니다. 화가 나도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내가 너무나 바보 같습니다. 돈이, 백이, 직장이 뭔데, 사람을 이리 비참하게 만드는 지 정말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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