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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에 백만송이 국화가 피었다. 울긋불긋 연등도 꽃처럼 만개했다. 일주문부터 경내에 이르기까지 오르막길과 계단이 반복되는 길, 꿈꾸듯 걷는다. 그 끝에 아무 장식없는, 빛바랜 나무건축물 ‘대웅전(국보 제49호)’이 마주 선다.


그런데 대웅전이 결코 초라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인가. 절로 감탄사가 터지는 가을꽃과 연등들, 바람, 높은 하늘까지 이 모든 것들이 대웅전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덕사 대웅전이 올해로 딱 700살이 됐다.  

700년. 가만히 눈 감고 그 긴 세월을 가늠해 보자. 고려 충렬왕 때 세워져 지금까지, 수많은 전란과 모진 풍파를 겪으며 빛은 바래고, 나뭇결의 틈은 벌어졌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은 기품을 더해만 간다.

 

이 휘황찬란한 문명의 세상에 ‘대웅전 700년’이 설파하고픈 이야기는 무엇일까.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수덕사 경내에서 열리는 갖가지 기념행사에 참가해 그 답을 생각해 보자.

 

대웅전의 건축적 가치와 불교역사적 의미를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기회다. ‘국보 제49호’라는 한마디 수식어로는 부족한, 우리문화유산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이 가슴 깊숙이 자리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행사를 주관한 수덕사 주지 옹산 스님은 초대글을 통해 “고려인들이 세워 700년간 원형 보존된 대웅전이 자랑스럽다. 수덕사에서는 이를 기념함과 동시에 수덕사 창건 1409주년 개산대제를 개최한다. 국가와 민족의 안녕, 나와 가정의 평화, 조상의 영가천도를 위한 만등불사 및 1000승려 법화경 독경대법회를 봉행하니 많은 동참 바란다”고 당부한다.
 

요란하지 않은 전야제... 1000승려 독경, 대법회

 

17일 오후 6시 30분부터 수덕사 경내에서 대웅전 700주년 전야제가 시작된다. 충남 도립 국악예술단, 홍성군립무용단, 예산초등학교 국악단이 초청공연을 통해 기념행사를 알린다. 전통건축 미니어쳐 전시와 만등 점등식도 열릴 예정이다.

 

본 행사는 18일 오전 10시에 시작된다. 1부 행사에서는 삼귀의례, 반야심경, 육법공양, 수덕사 연혁과 대웅전 소개, 봉행사, 대회사, 축사, 법어, 독경법회, 축하 떡 절단식, 사홍서원의 순서로 진행된다.

행사는 승려 1000명이 참여하는 법화경 독경에서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수덕사는 백제 무왕때 혜현법사가 오로지 법화경 지송을 과업으로 삼고 기도했던 곳이다. 불교 신도가 아니라도 승려 1000명이 한 마음으로 독경하는 장관은 새로운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낮 12시 30분께 점심공양을 마친 뒤, 오후 1시부터는 2부 행사가 시작된다. 2부는 국악신동 송소희(12) 어린이의 민요창과 정지송(8) 어린이의 각설이 타령이 700주년을 축하한다.

 

산사체험, 세계 다도시연

 

수덕사에서는 산사체험(템플스테이)을 할 수 있다. 1박 2일 동안 산사에 머물며 법도를 체험하고, 나를 돌아보며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수덕사는 선(禪)의 으뜸 사찰로 불리운다. 마음을 한 곳에 모아 고요한 경지에 들어 자기의 본래 모습을 찾는다는 선(禪)의 세계, 대웅전 700주년 행사가 열리는 주말에 산사체험까지 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듯.

 

한편 행사기간 사흘내내 다도시음회도 열린다. 가을 바람 소슬한 날, 풍경 소리 들으며 차를 음미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웅전 700년 신비 벗는다... 성보관서 다음달 30일까지 특별전

 

대웅전 700년의 신비가 수덕사 근역성보관에서 공개된다.


한국 전통 건축 가운데 남한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랜 목조 건축물은 모두 고려시대에 건립한 봉정사 극락전과 부석사 무량수전, 부석사 조사당, 강릉 객사문, 그리고 수덕사 대웅전이다.

 

이 가운데 건립 연대와 보수시기가 명확해 당대 건축양식과 기법을 추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건물이 바로 대웅전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 대웅전만을 주제로 한 논문은 한편도 나오지 않았다. 관련자료를 찾아보는데 어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성보관은 대웅전 건립 700년을 맞아 국내외에 있는 관련자료를 한자리에 모아 19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전시회를 연다.

 

특히 일본 후쿠오카 사가현립 나고야성박물관에 보관중인 자료들이 이번 전시에서 공개될 예정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일제는 1937년부터 3년 동안 대웅전 해체 수리를 하면서 벽화모사도, 수리계획도, 공문서, 현장기록 등 매우 상세한 자료를 남겼다. 이 가운데 일부 모사도와 수리계획도 등은 기존에 성보관측이 기증을 받아 보관해왔고, 대부분 나고야성박물관이 소장해 일반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웅전 유리원판 사진과 대웅전 도면, 공포, 기와 등도 전시된다.

 

또 이번 전시에서는 1964년에 해운대에서 출토,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돼 오던 고려시대 석탑 이형도 최초로 선보인다. 이 석탑에는 목조건축물이 표현돼 있어 고려시대 건축 연구에 귀한 자료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동경(銅鏡) 같은 공예유물들에 나타난 건축적 요소들도 모두 한자리에 모아 한국 고건축 속에서 수덕사 대웅전이 갖는 역사성과 그 의미를 되짚어 본다는 계획이다.

 

보물 4점과 200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들이 전시되는 기획전시는 19일 오후 2시 개막하며, 개막식 뒤에는 김동현 문화재위원의 특강도 예정돼 있다.

덧붙이는 글 | * 수덕사 산사체험 참가비는 1인당 3만원이며, 신청문의는 ☎. 337-0173, 누리집(www.sudeoksa.com)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이기사는 무한정보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덕사 , #700주년, #대웅전, #고려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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