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수영황제'는 강했다. '여름소년'이 끈질기게 뒤쫓아 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올 8관왕을 노리는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는 12일 오전 중국 베이징 국가 아쿠아틱센터(워터큐브)에서 열린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전에서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기록은 1분42초96. 지난해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1분43초86)보다 0.9초 앞당겼다. 이로서 펠프스는 3관왕이 됐다.

 

 한국 수영의 희망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는 1분44초85로 아시아신기록을 갈아치우 며 터치패드를 찍으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은 자유형 400m 금메달에 이어, 200m에서도 아시아신기록을 내면서 아시아 수영의 역사를 다시 썼다.

 

 박태환은 이날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고 입장했다. 헤드폰을 끼고 담담한 표정으로 음악을 듣던 모습과 달리, 자리에서 일어나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환한 미소를 보냈다.

 

 박태환은 전날 열린 준결승전에서 1분45초99(종전 아시아기록 0.27초 단축)로 터치패드를 찍어 전체 2위의 기록으로 결승전에서 5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펠프스는 6번레인, 우승후보인 피터 반더카이(미국)는 4번 레인에 섰다.

 

 출발소리와 함께 펠프스가 선두로 뛰쳐나왔다. 펠프스는 50m를 독주(獨走)했다. '수영황제'답게 사람 하나 차이 이상을 벌리며 역영을 펼쳤다. 박태환과 반더카이가 2,3위를 다투며 뒤를 이었다.

 

 50m 터치패드를 찍은 뒤 박태환은 조금씩 두 번째로 뛰쳐나왔다. 박태환은 150m 이후 반더카이에게 밀리는 듯했지만, 특유의 막판 스퍼트로 2위를 놓치지 않았다.

 

 김봉조 전 수영국가대표 감독은 "수영 능력에선 펠프스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다"면서 "다만 터치패드를 찍고 턴하면서 잠영하는 길이가 펠스프가 3~4m 더 길다"고 평했다.

 

 김 감독은 이어 "앞으로 잠영 부분만 더 신경을 써 대비한다면 다음 올림픽 때는 충분히 펠프스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마친 뒤 인터뷰에서 "메달을 떠나서 좋은 기록이 나와서 만족스럽다"면서 기뻐했다. 경기의 흥분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듯 호흡은 다소 거칠었다.

 

 펠프스 옆에서 경기를 치른 소감에 대해서는 "바로 옆에서 함께 뛴 게 좋은 경험이 됐다. 배운다는 차원에서 경기를 치렀다"면서 "세계적인 기록을 낸 펠프스가 너무나 존경스럽다"고 했다.

 

 그랜트 해켓과의 대결이 기대되는 1500m 경기에 대해 박태환은 "이틀 동안 여유가 있는데, 푹 쉬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태환은 지난 10일 자유형 400m에서 3분41초86으로 아시아신기록으로 세우며 한국 수영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종목 세계신기록은 '인간 어뢰' 이안 소프(호주. 은퇴)가 지난 2002년 세운 400m 3분40초08이다.

2008.08.12 14:45 ⓒ 2008 OhmyNews
박태환 200M 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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