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출입이 통제되는 지점에는 '안전올림픽'을 위해 협조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공공기관의 출입이 통제되는 지점에는 '안전올림픽'을 위해 협조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김대오

 베이징의 모든 지하철역에 설치된 짐 검색대.

베이징의 모든 지하철역에 설치된 짐 검색대. ⓒ 김대오

 

거리엔 경(京, 베이징 차량임을 나타냄)으로 시작되는 홀수 혹은 짝수 차량만 지나다니고, 도처에 군 병력과 경찰, 경비원들이 제복을 입고 서성인다. 공공기관 출입 시에는 신분증 검사가 실시되고, 전철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선 짐 검사까지 실시하고 있다.

 

군 병력 10만 명, 자원봉사자 140만 명, 그 밖에도 주민위원회와 당 조직 및 경비 예비인력들까지 모두 총동원령이 내려진 것 같다. 중국이 사회주의국가라는 것이 새삼 실감 나게 한다.

 

베이징에서 따통(大同)으로 여행을 갔던 한국 선생님들은 도로공사를 이유로 2시간 정도를 차에서 기다리며 4번의 신분증 검사를 마치고서야 베이징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안전올림픽(平安奧運)'을 위해 베이징은 그야말로 요새화된 계엄도시가 된 느낌이다.

 

"중국인들, 통제나 독재보다 혼란과 분열을 더 두려워한다"

 

 대다수의 베이징 시민들은 올림픽 마키아벨리즘에 대해 문제의식보다는 순응적 태도를 보인다.

대다수의 베이징 시민들은 올림픽 마키아벨리즘에 대해 문제의식보다는 순응적 태도를 보인다. ⓒ 김대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실용주의 이론은 이념적 구속을 벗어 던진 매우 합리적인 이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대단히 위험한 중국식 마키아벨리즘의 대명사가 되기도 한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즘은 베이징올림픽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안전올림픽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일상적인 불편쯤은 철저히 무시되어도 좋다는 식의 접근은 참으로 위험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많은 베이징시민들이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원만한 올림픽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는 데 있다. 올림픽을 통해 민주시민의식이 성숙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통제에 순순히 응해야 한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재교육되고 있으니 말이다.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우한(武漢)대학 출신의 한 대학생은 "많은 중국인들은 통제나 독재보다 혼란과 분열을 더 두려워한다"고 전제하고, "자신의 직접적인 손익문제가 아닌 한 철저하게 냉소적이고 무감각한 중국인들은 넘어갈 수 있는 것은 그냥 넘어간다(過得去, 過去吧!)"고 말한다.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한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기원란에 글을 적어 넣고 있는 베이징시민의 모습이다.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한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기원란에 글을 적어 넣고 있는 베이징시민의 모습이다. ⓒ 김대오

칭화(淸華)대학에 지도교수를 보러 갔더니, 그 교수는 "논문을 쓰기 위해 베이징대학도서관에 좀 가려고 했더니 칭화대학 교수신분증을 보여줘도 출입이 안 되었다"며 연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유럽대륙만큼이나 크고 다양한 문화를 가진 중국사회의 특수성 때문에 급격한 변화는 오히려 혼란을 가져오고, 완만한 조정 시기를 통해 점진적으로 중국사회의 성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하는 일에 불만을 갖고 반론을 재기했다가 어떤 후과(後果, 뒤에 나타나는 좋지 못한 결과)가 돌아올지 두려운 대다수 중국인들은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불편과 불이익을 그냥 감내하며 올림픽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올림픽이라는 화려한 행사를 위해 많은 시민들의 권리와 경제적 이익쯤은 희생되어도 좋다는 사회적 묵약이 지속되는 한 중국사회의 성숙은 뒤로 미루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안전올림픽을 아무리 강조하고 또 철저히 관리한다고 해도 미성숙한 사회적 기반 위에서, 강압적인 통제에 가까스로 발 딛고 선 베이징올림픽은 그래서 왠지 불안해 보인다.

 

과도한 통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 중국사회 도처에 잠재

 

 테러 관련 제보자에게 70만 위엔(약 1억원)의 포상금을 준다고 한다.

테러 관련 제보자에게 70만 위엔(약 1억원)의 포상금을 준다고 한다. ⓒ 김대오

올 3월,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그렇고 궤이저우(貴州)성 웡안(甕安)현 여중생 살해 사건 이후의 주민폭동이 그렇고,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민심이반 사건들이 그렇듯이 과도한 통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이미 중국사회 도처에 잠재되어 마그마처럼 중국사회를 흐르고 있다.

 

어느 취약한 지점이나 적절한 시기를 만나면 그 마그마는 언제든 거대한 힘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1일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시에서 발생한 연쇄 버스폭발 사고도 중국 정부는 올림픽을 겨냥한 테러와는 무관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은 사회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고, 이런 불만표출은 세계적 이목이 집중된 올림픽기간에 일어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슬람 테러조직과 티베트, 신장 위구르 분리독립 조직까지 테러 위협을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로서는 '안전올림픽'이 최우선의 지상과제가 되고, 이를 위해 더 과도한 통제를 해야하고, 악순환의 흐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중국 공안당국은 테러 관련 제보자에게 70만 위엔(약 1억원)의 포상금을 주겠다고 하고 있으며, 아테네올림픽보다 50% 증가된 15억 달러의 막대한 보안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라도 안전하고 원만하게 올림픽을 치러내겠다는 중국 정부의 올림픽 마키아벨리즘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불안해 보이는 베이징올림픽이 과연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될 지 지켜볼 일이다.

불안해 보이는 베이징올림픽이 과연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될 지 지켜볼 일이다. ⓒ 김대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2008.07.25 11:57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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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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