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단위의 주택 입구에도 올림픽 휘장이 도안되어 있는데, 올림픽을 이용해 사회 전반을 변혁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베이징 시내는 홀짝제가 시행되면서 약 200만대의 차량이 줄어 차량 흐름이 몰라보게 빨라졌다. 사진은 지난 15일 홀짝제가 시행되기 전의 베이징 거리 모습. ⓒ 김대오

7월 20일, 베이징의 변화는 참으로 무섭고 놀랍다. '서우두'는 '수도(首都)' 베이징을 이르는 말이면서도 성조를 바꾸면 '차가 가장 막힌다(首堵)'는 의미가 되는데, 홀짝제가 시행되면서 약 200만대의 차량이 줄어 차량 흐름이 몰라보게 빨라졌다.

 

자금성을 둘러보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정말 도로 위에 모두 짝수차량뿐이다. 23개 구간, 265km에 달하는 올림픽 전용차로제도 아주 잘 지켜지고 있다. 100%에 가까운 베이징 시민들의 놀라운 홀짝제 준수율은 물론 자발적이라기보다는 100위안의 벌금과 내년도 등록비, 도로유지비 등 세금 감면의 혜택을 보기 위함이라고 보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

 

톈안먼은 계엄령 발동 중!

 

 톈안먼광장 도처에 있는 경찰과 경비병들이 조금이라도 거동이 수상한 사람에 대해서는 검문을 실시하는데 그 분위기가 사뭇 엄중하다.

톈안먼광장 도처에 있는 경찰과 경비병들이 조금이라도 거동이 수상한 사람에 대해서는 검문을 실시하는데 그 분위기가 사뭇 엄중하다. ⓒ 김대오

 국경절을 맞이한 것처럼 톈안먼광장에 꽃단장과 각종 올림픽 구호들이 설치 중이다.

국경절을 맞이한 것처럼 톈안먼광장에 꽃단장과 각종 올림픽 구호들이 설치 중이다. ⓒ 김대오

톈안먼(天安門)광장에 도착하니 마치 10월 1일 국경일을 맞이하는 것처럼 화분단장과 '하나의 꿈, 하나의 세계' 등의 올림픽 구호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고, 많은 인파로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광장 입구마다 경비병들이 지켜 서서 관광객들의 가방과 짐을 일일이 검색한다.

 

카메라와 캠코더를 목에, 어깨에 메고 다니니까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는 중국 공안, 경비원들에게 완전 시선 집중이다. 찍은 것을 보여 달라고 하고,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고 촬영하면서 주변의 공안이나 경비병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톈안먼 부근의 경계는 더욱 삼엄하고 엄중하다. 약 5m 간격으로 경비병과 경찰들이 서서 관광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최근 각종 시위가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톈안먼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한 대비라고는 하지만 정말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톈안먼에 올라가기 위해 입장권을 끊었더니 모든 짐을 맡기라고 한다. 짐을 맡기고 가려니까 이번엔 카메라가 너무 전문적인 것이어서 안 된다고 한다. 결국 톈안먼 망루에 올라가는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공공기관 입장 시 신분증 제시가 요구되고 있다. 사스 때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모든 공공기관 입장 시 신분증 제시가 요구되고 있다. 사스 때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 김대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베이징위엔(北京語言)대학으로 들어가려니까 이번엔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다. 어제(19일)까지만 해도 누구든 자유롭게 드나들던 곳이다. 이렇게 교문을 통제하고 학생증을 요구하는 것은 사스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수업을 하러 교실에 들어갈 때에도 자원봉사자들에게 학생증을 제시해야만 한다. 참으로 놀랍고 총체적인 통제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일가게에 과일을 사러 갔더니 외지에서 들어오는 망고, 리쯔 등의 열대과일류는 아예 동이 나고 없거나 값이 엄청 올랐다. 복잡한 절차의 운송증이 필요하고, 그나마 운송차량이 배기가스 검역기준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에 외지 농산물이 베이징에 제대로 운송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사회 전반을 억누르는 과도한 올림픽 통제

 

 베이징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인 냐오샤오엔 여전히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인 냐오샤오엔 여전히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다. ⓒ 김대오

이 밖에도 공항은 물론이고, 전철이나 기차를 타도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외지에서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차량에 대해서는 모두 신분증과 짐 검사가 실시된다. 경기관람을 위한 표를 구매하려고 해도 신분증 제시가 요구된다.

 

공공기관의 시차 출근제가 도입되고, 소수민족의 베이징 진입도 통제된다. 베이징 상공에는 소형 항공기, 열기구 등의 비행이 금지되며, 개막식 때에는 4시간 동안 모든 항공기의 이착륙이 금지된다고 한다.

 

 톈안먼광장 옆 국가박물관 앞 대형 카운트다운시계는 올림픽이 19일 남았음을 알리고 있고, 7월 20일은 단계적 통제의 최고 수준이 발효된 날인 셈이다.

톈안먼광장 옆 국가박물관 앞 대형 카운트다운시계는 올림픽이 19일 남았음을 알리고 있고, 7월 20일은 단계적 통제의 최고 수준이 발효된 날인 셈이다. ⓒ 김대오

많은 인구가 올림픽기간에 한꺼번에 베이징으로 몰릴 경우에 생겨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라든지, 55개의 소수민족을 거느린 복잡한 민족문제라든지, 성숙되지 못한 시민의식이나 사회적 제반 인프라의 구축 미비 등 중국 내부의 다양한 콤플렉스들을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강력한 통제와 규제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도를 넘어서는 통제가 시민들의 정당한 권리와 요구들마저 일방적으로 억누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삼엄하고 주도면밀한 경계와 통제가 실시되는 베이징은 그래서 올림픽을 앞둔 축제 분위기라기보다는 전쟁을 앞둔 것 같은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두 달 동안 서민들은 그 엄중한 통제 하에서 줄어든 소득으로, 비싼 물가에 시달리며, 자유로운 통행마저 제한 받은 체 그야말로 '찍' 소리 못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통제하는 언론보도에서는 베이징올림픽의 긍정적인 면과 화려한 준비상황만이 비칠 뿐 올림픽 통제로 인한 서민들의 어려움이나 불편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베이징 시내 곳곳에 "베이징은 당신을 환영합니다", "우리는 준비가 다 됐습니다"라는 현수막들이 붙어 있는데 그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지 자꾸 생각이 많아진다.

 

 베이징올림픽은 시민들에게 많은 통제와 규제를 강요하고 있고 그 안에서 물가는 오르고 자유로운 생계활동마저 제한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은 시민들에게 많은 통제와 규제를 강요하고 있고 그 안에서 물가는 오르고 자유로운 생계활동마저 제한되고 있다. ⓒ 김대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2008.07.21 19:23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베이징올림픽 톈안먼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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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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