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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마리 갈매기가 고깃배를 둘러싼다. 인심 좋은 어부, 곳간을 연 모양이다. 갈매기는 떠날 줄 모르고 계속 몰려든다. 그 사이로 아가리를 크게 벌린 그물 너머 일곱 개 섬이 우뚝 서 있다. 갈매기들이 짝을 짓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섬이다.

 
칠산바다, 그곳은 바다생명들이 알을 낳기 위해 머나먼 여정을 마무리 짓는 종착역이다. 아니 생명여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사람들은 그 바다 끝자락, 작고 옴팍 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뭍으로부터 두 시간을 넘게 달렸다.
 

말과 인연을 맺다

 

 

안마도는 낙월면에서 가장 큰 섬(4.35㎢)이다. 인근에는 대석만도, 소석만도, 오도, 횡도, 죽도 등 6개의 딸린 섬이 있다. 이를 안마군도라 한다. 안마도는 섬의 생김새가 말안장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역사에 처음 이름을 올린 것도 말과 관련된 것이다.

 

<세종실록지리지>는 이 섬에서 33필의 말을 방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선시대에는 '목마(牧馬)의 수효가 나라의 부를 결정'할 만큼 말사육이 중요한 국가정책이었다. 말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당시 선진문물의 집산지였던 중국과 무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에 국마를 길렀던 대표목장은 제주도였다. 이외에 진도를 비롯해 서남해역 섬 곳곳에도 목장을 설치했다. 조선 전기에 목장이 설치된 섬이 130여개로 추정된다.

 

 

말과 인연은 당제에도 나타난다. 당제에 모시는 신제도 철마였다. 곰몰에 살던 신씨 할머니 꿈속에 한 장군이 나타나 '나는 중국의 장수였으나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고 죽어, 그 유품이 바닷가로 밀려와 궤 속에 있으니 이를 건져다 산에 모시고 제사를 지내달라' 현몽을 했다.

 

할머니가 마을 앞 갯가에 나갔더니 정말로 중국 돈과 철마가 든 궤짝이 밀려와 있었다. 신씨는 동네 주민들과 함께 뒷산에 철마를 모시고 섣달 그믐날 밤에 제사를 지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40여 년 전에 중단되었다.

 

황금조기를 그리다

 

 

영광굴비의 명성은 안마군도 일대 칠산어장이 있어 가능했다. 새로운 생명을 위해 봄철 조기들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수만 리 길을 찾아 와 칠산바다에서 몸을 푼다. 살구꽃 필 무렵이면 잊지 않고 칠산바다를 찾는 누렇게 알이 밴 황금조기가 그 주인공이다.

 

지금도 어종이 풍부해 낚시객 등이 많이 찾고 있다. 4월부터 11월까지 서대, 민어, 병어, 꽃게, 새우 등 어장이 형성되어 유자망이나 개량안강망을 이용해 잡고 있다. 월촌리에는 불등마을이라 부르는 자연마을이 있다. 고깃배들이 모여들어 밤이면 등불이 불야성을 이뤄 붙여진 이름이다.

 

안마도 주민들은 한동안 마을 앞 어장을 외지 배들에 내주고, 고구마를 비롯해 밭농사에 매달렸다. 논이라고 해야 사구를 막고 석호를 개답한 월촌리와 신기리 일대 작은 농지가 유일하다. 그래서 안마도를 '산중해변'이라 불렀다. 안마도 사람들은 최근 전복양식을 비롯해 수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서해에도 해금강이 있다

 

 

월촌에서 죽도로 가는 작은 모래밭, 30여 마리의 한우가 한가로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그 위 초소에는 군인은 없고 한우 몇 마리가 초소를 지키고 있다. 이곳 한우고기는 풀냄새가 나며 향긋하다. 일 년 내내 방목하며 풀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안마도에서 방목 하는 소만해도 300여 마리에 이른다. 모두 마을주민들이 한두 마리씩 기르는 소다. 뭍에서 대량으로 사육하는 소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인기가 높다. 낙월면에만 안마도, 횡도, 송이도, 낙월도 등 방목하는 소가 많다. 가구마다 한두 마리씩 기르기 때문에 지역브랜드를 가지고 통합관리 한다면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출만 하다.

 

안마도는 서쪽만 바다로 열려 있고 나머지는 해안침식 지형으로 해식애가 발달해 있다. 서해안 해식애가 그렇듯 겨울철 북서계절풍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섬 북서쪽에 파도가 집중되는 오도 서쪽 토끼이빨바위, 안마도 방조제입구 말코바위, 폭포바위 등이 이 있다.
 
안마도에 딸린 섬 오도와 목섬도 본래 연결된 섬이었다. 이들 섬을 나누고 사이에 기암절벽을 세운 것은 파도였다. 이외에도 백악기로 추정되는 화산활동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남해 해금강에 버금가는 기암괴석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이렇듯 해양 관광자원으로 충분하지만 문제는 교통이다. 황금조기의 귀환을 꿈꾸듯 칠산바다와 안마군도를 즐기는 해양관광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안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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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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