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지만 정상권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선수…'

 

'얼음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2·러시아)의 친동생으로 유명한 에밀리아넨코 알렉산더(26·러시아)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많은 기대에 비해 성장속도가 느린 대표적인 선수로 꼽힌다.  물론 한때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성장 가능성에 대해 장밋빛 미래를 예고한 적도 있었지만 현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한계가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

 

사실 표도르와 형제라는 부분은 자랑스러운 타이틀로 그를 빛나게 해주기도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 상대적인 비교에 의해 저평가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더욱이 같은 '황제유전자'를 나눴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커, 웬만큼 잘해서는 표도르의 동생이라는 수식어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격투 팬들 사이에서는 종종 알렉산더의 '진정한 실력(?)'에 관한 주제가 종종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과연 알렉산더는 표도르의 동생에 걸맞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혹은 멀지 않은 장래에라도 그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을까?

 

에밀리아넨코 알렉산더 그는 아직까지는 표도르의 동생으로서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 에밀리아넨코 알렉산더 그는 아직까지는 표도르의 동생으로서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 프라이드

 

좋은 신체 조건에 뛰어난 운동능력까지... 여지없는 우성 '황제유전자'

 

198cm, 115kg의 거구에도 불구하고 날렵한 풋워크와 동급 최고의 핸드스피드까지 일단 기본적인 조건만 놓고 보면 알렉산더는 그야말로 타고난 육체적 능력의 소유자임이 분명하다.

 

2미터에 육박하는 체격을 가지고도 여느 헤비급선수 못지 않게 빠르게 링을 누빌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그는 격투가로서 축복 받은 조건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근육질하고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물렁한(?) 몸까지도 영락없이 형인 표도르를 빼닮았다.

 

알렉산더의 트레이드마크는 역시 엄청난 핸드스피드에서 나오는 무시무시한 펀치연타이다. 한 번 불붙기 시작하면 마치 발칸포가 쏟아져 나오듯 작렬하는 그의 주먹은 일단 첫타가 적중하면 숨돌릴 틈 없이 후속타가 연거푸 작렬한다. 그 속도가 워낙 굉장한지라 웬만한 선수들은 다운되는 그 순간까지도 고스란히 그의 공격을 얻어맞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제임스 톰슨, 히카르도 모라이스 등이 그의 소나기 주먹세례에 변변한 반격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넉 아웃 당했고, '러시아군 최강 병사' 세르게이 하리토노프마저 그의 펀치 앞에서 무릎을 꿇었을 정도이다.

 

그렇다고 알렉산더가 타격만 강한 선수라고 보기도 곤란하다. 그는 지금까지 13승 3패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4승을 서브미션으로 따냈다. 더욱이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에 치렀던 3경기 중 2경기를 서브미션으로 잡아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맞붙었던 댄 보비시와의 경기는 그 중에 백미로, 알렉산더는 자신을 능가하는 체구를 바탕으로 파워풀하게 밀어붙이는 보비시를 맞아 침착하게 자물쇠 같은 초크를 성공시키며 단 한번의 찬스에서 경기를 끝내버리는 놀라운 결정력을 보여주었다. 형인 표도르와 함께 삼보를 강도 높게 수련하는 선수답게 나날이 그래플링 결정력이 늘고 있다.

 

약자에게만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하다? 아쉬운 열성 ‘황제유전자’

 

이렇듯 타격과 서브미션에서 모두 재능을 보이며 꾸준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알렉산더지만 문제는 이 같은 위력이 강호들과의 경기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알렉산더는 딱 3번의 패배를 기록했다. 미르코 크로캅, 조쉬 바넷, 그리고 파브리시오 베우둠이 그들로 각각 정통파 스트라이커, 캐치 레슬링의 달인, 정상급 주짓떼로라는 확실한 특기를 보유하고 있는 강자들이다. 어찌 보면 질 만한 상대들에게 졌다고도 할 수 있지만, 또한 이렇듯 강자들에게는 여지없이 패배를 기록했기에 '정상급 파이터로 치고 나가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더욱 아쉬운 점은 중상위권 파이터들에게는 타격과 서브미션을 골고루 구사하며 승리를 거둔 알렉산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더 높은 수준의 선수들에게는 자신이 되려 타격과 서브미션에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타격가인 크로캅에게는 특기인 하이킥에 그야말로 하이라이트 명장면을 만들어주었고, 바넷에게는 타격으로 시종일관 압도하다가 역전 서브미션을 허용하였으며, 베우둠에게는 그라운드 상황으로 전환하자마자 변변한 힘도 쓰지 못하고 역시 서브미션에 당하고 말았다. 강자들의 특기에 제대로 희생양이 되고만 것이다.

 

때문에 상당수 팬들은 '약자에게만 강할 뿐 강자에게는 약하다'라는 냉정한 평가를 서슴지 않고 있는데 알렉산더가 좀 더 큰 무대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뭔가 확실한 대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좋지 않았던 시절의 세르게이에게 난타전 끝에 힘겨운 넉아웃 승리를 거둔 정도로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현재의 알렉산더는 타격이든 그래플링이든 어느 한쪽도 완성이 되어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단조로운 공격패턴과 허약한 디펜스, 그리고 이따금씩 발목을 잡는 체력문제는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과연 알렉산더는 천부적인 육체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형이 이뤄놓은 업적을 따라갈 수 있을지, 2% 부족한 '황족전사'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08.06.29 11:57 ⓒ 2008 OhmyNews
황제유전자 열성 우성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친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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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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