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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끝장을 볼 태세이다. 6월 25일, 정부와 한나라당은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를 반영한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장관 고시를 의뢰하였으며 이를 6월 26일에 관보게재하기로 하였다.

 

연인원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그 여파로 청와대 수석보좌관을 줄줄이 사임시켜야 했던 이명박 정부는 또 다시 관보게재 강행이라는 미련한 걸음걸이를 시작하였다. 정부의 시책이 이렇듯 이해할 수 없으니 이명박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7.4%라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미국 농업독점자본 → 부시행정부 → 이명박 정부 → 한국 국민의 먹이사슬

 

이명박 정부가 이토록 쇠고기 수입재개를 하지 못해 안달이 난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부의 든든한 후원자인 부시행정부가 쇠고기 수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찾았을 때 미국측 협상대표 수잔 슈워브는 김종훈 본부장을 상대하는 둥 마는 둥 이리저리 피하였다. 한국측은 마라톤 협상 끝에 극적으로 타결하였다며 자화자찬하였지만 정작 미국은 추가논의만 있었을 뿐 협상은 애당초 없었다고 발뺌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김종훈 본부장이 협상문에 서명하나도 제대로 못 하였으면서도 귀국해서는 협상 타결이라고 사실을 왜곡하였다는 점이다.

 

부시행정부 역시 다급하기는 매 한가지이다. 한국정부에 쇠고기 수입을 들이밀기는 하였지만 촛불의 저항이 두려워 부시 대통령의 행보가 어긋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결국 7월 8일, 한국 방한을 결심하지 못하고 변두리 일본에서 한-미 정상선언을 하게 생겼다. 이는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인정하였던 7월 방한설을 스스로 뒤엎는 외교적 결례이다. 부시대통령의 처사에 한미간 합의 준수가 중요하다는 한승수 총리의 변명이 무색할 따름이다.

 

부시행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교역에 무리수를 두는 것은 미국 축산업계의 쇠고기 수출 요구가 하늘을 찌르기 때문이다.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병한 이후 미국의 쇠고기 소비량은 급감하였고 전세계를 향하던 미국 쇠고기 역시 수출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결국 지금의 쇠고기 정국은 카길, 타이슨푸드 등의 미국 농업독점자본이 부시행정부로 하여금 쇠고기 판로를 열어달라고 압박하는 형국이며 이러한 압박 속에 부시행정부는 외교적으로 가장 만만한 상대라고 본 이명박 정부를 쇠고기 강매의 첫 희생양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성사하기 위해 자신의 명운을 걸고 국민들과 투쟁하며 제 살을 다 깎아먹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야생자연의 먹이사슬 고리를 연상케 한다. 미국 농업독점자본 → 부시행정부 → 이명박 정부 → 한국 국민의 먹이사슬 고리가 현재 한-미 관계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낸다.

 

한국 농업은 철저히 외면하는 이명박 정부

 

현재 쇠고기 사태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 축산업계를 위해서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국민들과 사생결단의 승부를 벌이는 이명박 정부가 정작 한국의 농업을 위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철저한 농업 무시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미 FTA의 비준이 급하다고 서둘렀지만 정작 FTA로 인한 농업대책에 대한 입법노력은 전혀 없다. 이는 후보시절 FTA 선(先) 농업대책 후(後) 논의라는 이명박의 농업공약을 스스로 무시하는 행동이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는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후 1억원짜리 소를 운운하는 등 한국농업의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니 4월 평택 농민 음독자살, 5월초 함평과 무안 농민 자살 등 4-6월 사이에 7명의 농민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농업 정책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세웠던 “살 맛 나는 농촌”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FTA 추진으로 인한 농업인 소득보전 특별법을 추진한다, 농가부채를 동결한다, 수출농기업을 육성한다는 식의 주먹구구식 정책의 나열이 태반이다. 해외 농산물 수입업자였던 정운천이란 자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자리에 앉힐 때부터 예상된 바였지만 이명박 정부의 농업정책은 농업의 활로를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 FTA 추진으로 미국산 농산물을 대거 들여오고 이에 대한 농가피해를 적절한 선에서 얼버무리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비준을 서두르는 한-미 FTA 결과 미국의 농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을 보더라도 현 정부의 살농정책, 개방정책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미국농업이고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농업이란 점은 분명해진다.

 

한국농업을 외면한 허황된 해외식량기지론

 

이명박 정부가 최근 제시한 해외식량기지론을 보면 극단적인 신자유주의에 사로잡힌 이명박 정부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4월 16일,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공식 수행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해 우려하며 해외식량기지 확보 방안을 마련하도록 추진할 것을 주문하였다. 해외식량기지란 몽골, 연해주, 동남아 등지에 해외 식량기지를 확보하는 것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은 "가능하다면 이모작이나 삼모작이 가능한 동남아 지역을 장기 임대해서 쌀이나 곡물을 생산해 현지에서 사료 등을 만들어 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량주권의 중심은 대책을 외국에서 찾기에 앞서 자국농업이 튼튼한 기초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해외식량기지로 나라의 식량문제를 돌파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수이다. 해외식량기지가 대규모로 추진되면 반드시 해당국과의 통상마찰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일례로 해외식량기지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러시아 연해주에 대규모 식량기지를 건설한다면 향후 한국정부는 러시아와의 통상교역에서 수세적인 입장을 벗어날 수 없다.

 

결국 농업을 비롯한 경제일반의 법칙으로 귀결되는 지점은 자기나라 재원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해외의 자원을 수급해야 할 때에는 수급처를 최대한 다변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주변국의 경제적 입장에 휘둘릴 수밖에 없으며 특히나 식량자급률이 25.3%에 불과한 한국은 더욱 그렇다.

 

농업은 식량주권의 문제

 

농업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 산업이란 점에서 결코 소홀히 대할 수 없는 항목이다. 이명박 정부는 자동차와 반도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농업시장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고집하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 안목으로 보았을 때 국가의 식량주권을 정부 스스로 내팽개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의 물가상승도 쌀, 밀 등 국제식량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것이 원인이다.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곡물의 경우 25.3%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29개국 중 26위로 최하위권 수준이다. 그나마 쌀의 경우는 자급률이 95.5%를 유지하지만 쌀을 제외한 나머지 곡물의 자급률은 약 5%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나 면류, 빵류의 원료가 되는 밀의 지급률은 0.8%에 불과하여 한국의 식량주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한국은 지난 30여년간 수출중심의 산업에만 매달려 농업을 고사시킨 관계로 세계 곡물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곡물파동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현재 급등하는 곡물가격과 그로인한 물가상승은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을 심각하게 갉아먹고 있다. 정부가 수출중심 산업에만 매달린 채 나라농업 발전에 대한 책임있는 정책을 제시하지 않은 책임은 이렇듯 커다란 부메랑으로 이명박 정부를 타격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곽동기 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


태그:#이명박, #농업정책, #해외식량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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