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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목소리가 하나 둘 모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목소리부터 이명박 퇴진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반대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란 명분 아래, 한미FTA 비준을 촉구하고 촛불시위를 불법과격시위라 규정한다.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을 '좌파방송'이라 부르는 이들은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너희들을 결단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 말했다. 이들은 또 "불법폭력 시위자들을 동정하지 말라"며 "물대포와 최루탄을 사용하라"고 결의를 외쳤다.

 

 

10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대형태극기가 휘날렸다. 사람들 손에는 소형 태극기가 들려있었다. 노인들이 대부분이었고, 젊은이들은 찾기 힘들었다.  "아름다운 강산을 지키는 우리…멸공의 횃불 아래 목숨을 건다"는 <멸공의 횃불>이나 "남아의 끓는 피 조국에 바쳐…이제는 승리만이 우리의 사명이요 갈길이다" <용사의 다짐> 등 군가가 울려 퍼졌다. 집회에 참여한 한국전쟁 참전 군인들과 해병대 전우회 등은 울려 퍼지는 군가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었다.

 

집회 옆 부스에서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쓴 <거짓의 촛불을 끄자> 등 책을 팔고 있었고,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발행한 <촛불을 잘못 사용하면 나라를 불태웁니다>는 내용의 호외를 나눠주고 있었다.

 

"쇠파이프 든 촛불시위대 보고 김정일이 웃고 있다", "불법시위 배후 척결하여 대한민국 지켜내자" 등 플래카드가 걸려있는가 하면, "대통령 탄핵이 소꿉장난이냐", "촛불 뒤에 숨어 있는 김정일 추종 세력 박살내자"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도 있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국민행동본부, 선진화국민회의 등 보수우익단체들이 10일 오후 2시 반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연 '법질서 수호 및 FTA비준촉구 국민대회' 모습이다.

 

공권력의 준엄한 심판을 외쳐라

 

집회 시작 전 연단에 선 연설자는 "평화집회이니 구경하는 것은 허용하겠지만, 폭력행위를 보인다면 체포할 것"이라며 "경찰이 못 한다면 우리가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폴리스 라인 밖 사람들은 "군복 불법이라며 넌 왜 입냐" "국민기만, 서민말살, 이명박을 탄핵하자"고 야유했다. 애국가를 제창하고 국가에 대한 경례 그리고 묵념을 한 후 국민대회는 시작됐다.

 

"대한민국을 혼란케 하는 일부 세력이 있는데, 오늘부터 대한민국 반격의 촛불을 듭시다"며 개회사를 연 최인식 국민행동본부 사무총장은 '누구에게 촛불을 들어야 하는지' 강변했다.

 

"핵 만들어 동포 위협하는 김정일에게 분노의 촛불을 들어야 한다는 걸 확인코자 합니다. 온 북한 땅을 감옥으로 만든 김정일에게 분노하는 횃불을 들어야 합니다. 살기 위해 북한을 탈출한 동포를 잡아 북송하는 중국 정부에게 촛불을 들어야 합니다."

 

그는 또 "촛불 때문에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됐는데 뒤에 숨에 이익을 챙기려 하느냐"며 "국회의원들은 각성하고 국회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국민대회 참가자들은 환호하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빨갱이가 없어야 대한민국이 산다", "국회의원 돌아가라" 등 구호가 잇달았다.

 

 

발언이 진행될수록 발언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봉태웅 나이트 코리아 대표는 "그 지겨운 촛불을 꺼야 한다. 광우 홍위병들아 촛불을 꺼라, 누구를 위한 촛불인가"라 외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에 광우병은 없다.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햄과 소시지로 만든 부대찌개를 수십 년 간 먹어온 의정부 시민들은 다 죽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과잉진압에 대한 비판을 두려워 말고 가차 없이 진압해야 한다."

 

봉 대표는 "좌파 당신들이 즐겨보는 <한겨레> 2002년 2월 5일자를 보면 광우병 쇠고기를 북한 정부가 주민에게 먹였다고 했는데, 그 땐 당신들은 지금과 달리 단 한마디 비판조차 없었다"고 진보세력을 비판하는가 하면,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을 두고 "당신들 길바닥에서 촛불집회 선동이나 하라고 뽑아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 전복 세력들에게 공권력의 준엄한 심판을 외쳐라"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당부했다.

 

'법질서수호-FTA비준촉구 국민대회' 결의안

1. 우리는 이명박 정부에 요구한다! 법질서를 회복하여 국민들을 보호하고 허위선동센터 KBS와 MBC를 해체하라!

2. 우리는 경찰에 요구한다! 불법폭력시위자들을 동정하지 말라! 물대포와 최루탄을 사용하라!

3. 우리는 검찰에 요구한다! 선동방송과 난동주동세력을 수하사요 의법처리하라!

4.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요구한다! 거리의 난동꾼들과 어울려 다니지 말고, 국회로 돌아가라!

5. 우리는 언론에 경고한다!  난동세력에 겁먹지 말고 진실을 보도하라!

6. 우리는 전교조에 경고한다! 어린이들의 영혼에 거짓과 증오심을 심지 말라!

7. 우리는 학부모에게 부탁한다! 자녀들을 보호 선도하고, 어린이 영혼 추행범들을 색출하여 고발하라!

8. 우리는 생활인들에게 호소한다! 촛불난동으로 무너지는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하여 선동, 건달, 깡패세력을 처단하자!

9. 우리는 정부와 기업인에게 요구한다! 촛불난동 단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일체 중단하라!

10. 우리는 국군에게 부탁한다! 국토방위와 국가의 안전보장은 국군의 헌법상 의무이다. 이 의무를 다하라!

11. 우리는 KBS와 MBC, 정연주와 엄기영에게 경고한다!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너희들을 결단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12. 우리는 김정일에게 경고한다! 남한의 졸개들에게 폭동지령 그만하고 자숙하라! 너의 최후도 얼마 남지 않았다.

13. 우리는 선동세력과 결탁한 자유선진당에게 충고한다! 대한민국 품에 돌아오라!

14. 우리는 전체 국민들에게 호소한다! 성실한 사람들이 궐기하여 이 땅에서 거짓, 선동, 폭력, 건달세력을 몰아내자! 그리하여 자유통일하고 일류국가를 건설하자! 침묵하는 다수는 필요없다. 행동하는 다수가 되자!

 

"정신 나간 촛불집회, 누가 주동하나"

 

이상훈 전 재향군인회 회장은 "지난 10년 간 급속 확대된 좌파세력들이 그대로 있는 한 새정부 정책 수하에 발목잡힐 것이라 걱정했는데 현실이 됐다"며 "허위사실로 선동해 나라 질서를 무너뜨리고 민주적 절차로 당선된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 말했다.

 

박세직 재향군인회 회장은 "미국 시민 18%가 먹는데도 이를 먹지 않는다는 거짓말로 국민을 선동한 MBC와 KBS를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시위의 배후세력으로 통일실천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민주노총 등을 거론하며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아 고려연방제를 통해 김정일을 통일 수령으로 앉히려는 이 단체들을 탄압한다"고 강변했다.

 

젊은 애국 기자라 소개받은 김성옥 기자는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추모, 2004년 노무현 탄핵 반대, 2005년 평택 범국민 대책위, 2006년 FTA 반대 폭력시위 등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며 "KBS, MBC는 이를 마치 일반시민들의 순수 궐기인 양 보도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정신나간 촛불집회, 이를 추동하고 있는 게 누구인지 명확히 말씀해 주세요"라 말하자, 국민대회 참여자들은 환호와 손에 들린 태극기로 그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나라경제 위해 이제 그만!"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울화통 발언'에서도 좌파세력과 불법폭력집회 그리고 왜곡보도 일삼는 MBC·KBS에 대한 규탄이 이어졌다.

 

자신을 작가라 소개한 이수영씨는 "지금은 불법폭력 시위로 국가발전을 저해할 때가 아니다"며 "시민이라면 대통령이 좀 부족해도 잘 하도록 미뤄주는 게 맞는 일"이라 말했다.

 

50대 아주머니 윤민주씨는 "이제 취임한 지 100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며 "나라경제를 위해 이제는 불법 과격한 촛불집회는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1인 시위를 하던 전만일씨는 "촛불시위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계속되는 시위는 국가적 손실이 너무 크다"며 "이제는 그만하고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행동본부 모금함에 1만원을 기부한 70세 한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나도 처음에는 촛불시위를 지지했지만, 과격변질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정도 했으면 어느 정도 됐다"고 말한 그는 "이제 경제를 챙기고 국익을 우선해야 할 때"라며 참가 이유를 말했다.

 

좌파·우파 구분은 무의미해

 

그러나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달랐다. '이명박 OUT'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든 이들은 목숨이 걸린 문제 앞에 좌파·우파 구분은 무의미한 듯 했다.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촛불집회의 일부라는 것이다.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의 박은주씨는 "단순 미국 쇠고기 수입에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첫째로 이명박 대통령의 부도덕성, 둘째로 인사 선정, 셋째로 그가 내놓은 서민 말살 정책 때문에 거리로 나왔다"고 참가이유를 밝혔다.

 

중학생 최무현(14)씨는 "예전과 달리 평화를 위해 촛불을 들었는데, 그걸 또 폭력시위라 하는 게 웃기다"며 "광우병 쇠고기도 문제지만, 학생들 간 경쟁만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 정책이 싫다"고 말했다.


태그:#촛불시위반대, #한미FTA, #뉴라이트, #국민행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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