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루트의 정석, 런던 in - 파리 out

영국과 유럽 대륙을 나누는 도버해협이라는 장벽은 런던의 운명을 여행의 시작 혹은 끝으로 한정시켰다. 도버해협을 한 번만 건너서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의 시작, 혹은 마무리는 런던에서 하는 것이 유리하다.

여행을 마무리 지으며 쇼핑을 즐기기에는 물가가 부담스럽고, 출국할 때의 공항세마저 상대적으로 비싸고 짐 검사도 까다로워 여행의 종착지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또한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초심자가 적응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이유로, 많은 배낭족이 영국의 수도 런던을 여행의 시발점으로 삼는다.

런던과는 정반대의 처지에서, 마음 편하게 볼거리와 쇼핑할 거리가 많고, 지리적으로 런던에서 출발하여 유럽 대륙을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빙 돌면 나타나는 파리는 마지막 여행지로 적격이다.

그리하여 대다수 배낭족의 루트에는 런던 in - 파리 out 이라는 이른바 '루트의 정석'이 존재한다. 런던에서 여행을 시작한 배낭족들에게는 유로스타나 유로라인을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 브뤼셀이나 암스테르담, 파리 같은 대륙의 관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코스이다. 잘해봐야 북쪽의 에든버러를 다녀오는 정도랄까. 열에 아홉은 틀림이 없다.

에든버러. 런던의 북쪽, 루트의 파괴

"저…이 병장님께서 정말로 원하시면 가시는 거고…"라고 얼버무리면 "군인인데 딱 부러지게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라며 이렇게 얼차려를 줘버리곤 했다.
 "저…이 병장님께서 정말로 원하시면 가시는 거고…"라고 얼버무리면 "군인인데 딱 부러지게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라며 이렇게 얼차려를 줘버리곤 했다.
ⓒ 이중현

관련사진보기


내 루트에서는 런던의 북쪽,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가 문제였다. 런던에서의 일정을 마치고는 남쪽 대륙으로 넘어가야 할텐데 정반대로 북쪽으로 올라가야 하다니. 그곳에서 런던으로 다시 내려와도 상관은 없지만 같은 도시를 왔다갔다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서 싫다. 에든버러에서 곧장 저가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 대륙으로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테지만, 어쨌든 에딘버러는 다가가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곳이었다.

군 제대를 2개월 가량 남긴 시점, 나는 제대와 동시에 유럽행 비행기에 올라탈 계획을 갖고 열심히 여행 정보를 수집하는 중이었다. 유럽 배낭여행을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다녀왔다는 후임병을 불러다 앉혀놓고 대관절 런던에서 에든버러를 가야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대답 한번 시원하게 해보라며 '갈굼'을 하곤 했다.

나는 악질 선임이었다.

어려운 일을 겪을 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이나니, 내게는 '네이버'라는 만물박사 친구가 있었다. '에든버러'라는 검색어에 네이버가 간추려 주는 정보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과연 유레일 패스도 통용되지 않는 야간기차를 탈 만한 가치가 있는 여행지인가.

네이버의 도움으로 내린 결론은, '에든버러를 가기 위해서는 굳이 비용과 시간을 소요할 필요가 없다' 였다. 그래서 나는….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잠깐만 딴 길로 빠져 요즘 뜨고 있는 우리나라 헌법 제1조를 끄집어 내본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공화국.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이 함축하는 의미는 무궁무진하여
이런 싸구려 인터넷 여행기에 줄줄이 나열할 수 없지만, 각양각색 개개인의 고유한 인격과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본정신이다 정도는 밝혀야겠다.

하지만 대단히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구성원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는 풍토가 아직까지 조성되어 있지 못한 상태다.

런던에서 머문 4박 5일동안, 나는 남들 다가는 버킹엄궁을 가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트래펄가 광장에, 내셔널 갤러리에도 가지 않았다. 한국으로 치자면, 서울 처음 온 외국인 관광객이 경복궁, 광화문 네거리,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가지 않은 셈이다.

대관절 그동안 무얼 했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많다. 축구용품 할인매장인 스포츠월드를 세번이나 갔고 자랑스러운 대한 건아 박지성을 위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도 한 벌 샀다. 뮤지컬도 두 번 봤고, 펍에서는 어이없게도 내 고향 구미의 영어학원에서 원어민 강사하던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케임브리지니 옥스퍼드니 그리니치니, 남들 다 간다는 근교 소도시 마다하고 '라이'라는 이름 없는 마을에서 종탑지기 할아버지랑 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미국인은 양아치라느니, 영국인은 젠틀해서 좋다느니 노가리를 까며 박쥐처럼 놀기도 했다.

하다 못해 양치질을 할 때도 남들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오른손잡이면서 왼손으로 칫솔질을 하는 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AB형이다. 소심한 B형이라느니 하는 혈액형별 성격은 믿지 않지만, 하여튼 내가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전형적인 AB형의 성격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런던을 떠나기 위해 가게 된 곳은 유로라인이 있는 빅토리아 코치스테이션도, 유로스타가 있는 워털루역도 아닌, 루튼(Luton)이라는 저가 항공사들을 위한 작은 공항이었다. 그동안 거쳐온 인천, 푸동, 비엔나, 히드로 국제공항에 비해 어딘가 모르게 엉성해 보이는 루튼 공항은 탑승 게이트조차 없어 활주로로 직접 걸어나가서 비행기에 오르게 되어 있다.

런던을 기점으로 유럽 곳곳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저가항공 Easy Jet
 런던을 기점으로 유럽 곳곳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저가항공 Easy Jet
ⓒ 이중현

관련사진보기



저가항공 이지 제트(Easy Jet)에는 좌석 배정이 없이 그냥 먼저 타서 앉는 자리가 내 자리다. 동네 양아치들보다 아주 조금 더 친절해 보이는 승무원들은 무릎까지 오는 투피스 스커트 대신 기지 바지에 무슨 등산 조끼 같은 걸 입고서 껌을 '쫙쫙' 씹고 있다. 식사나 음료 같은 기내 서비스는 기대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렴한 가격에 유럽 내 수십개 도시를 취항하는 이 기특한 '종이 비행기'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그냥 비행기가 좀 작고, 서비스가 부실할 뿐이다. 어디서 중간에 불시착하는 것도 아니고, 원하는 곳에 제때 제때 잘 데려다 준다.

이지젯을 타고 30분쯤 날다보니 이랬던 풍경이...
 이지젯을 타고 30분쯤 날다보니 이랬던 풍경이...
ⓒ 이중현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변한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변한다.
ⓒ 이중현

관련사진보기



그래서 결국 어디로 간 건데?

내가 향한 곳은, 에든버러도 아니고 유럽대륙도 아니었다. 에든버러에서도 훨씬 위쪽에 있는 영국 최북단, 스코틀랜드의 '인버네스'라는 도시였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그 때, 후임에게 이상한 모자를 뒤집어 씌워놓고 에든버러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 한참 고민하던 그 때. 네이버가 보여준 어느 이름도 기억 못하는 이상한 게시판의 성의 없는 글을 보고 '자극'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에든버러요? ㅋㅋㅋㅋ 한국사람들 기껏 에든버러만 가 놓구선 '나 스코틀랜드 다녀왔소~' 하면서 자랑하던데염. ㅎㅎㅎ 사실 스코틀랜드에서 젤루 별 볼일 없는데가 에든버러예염. ㅋㅋㅋㅋ 진짜배기는 그보다 저~ 위에 있는 하일랜드져. ㅋㅋㅋ"

호오. 그렇다. 지 버릇 개 못준다. 내가 가는 곳은, 그야말로 태초의 대자연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 한국 배낭족은 도통 가지 않는 곳.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다.

하일랜드를 보지 않고 에든버러만 가서는 스코틀랜드를 갔다고 말 할 수 없단다
 하일랜드를 보지 않고 에든버러만 가서는 스코틀랜드를 갔다고 말 할 수 없단다
ⓒ 이중현

관련사진보기



스코틀랜드는 영국이 아니다

영국은 사실 하나의 나라로 볼 수 없다. 영국은 남쪽의 잉글랜드가 웨일스,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라는 세계의 다른 나라를 정복하여 유나이티드 킹덤(United Kingdom)이라는 이름으로 묶은 연합체로, 이들은 각각의 문화나 언어, 종교가 엄연히 다른 민족이다.

1000년이 넘도록 다른 나라로 지내오던 사람들 앞에서 '어쨌든 다 같은 영국이잖아'라는 말을 했다간 결코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 특히 앵글로색슨족이 원래 브리튼 섬의 토착민이던 켈트족을 북쪽으로 몰아내고 알짜배기 땅인 지금의 잉글랜드를 차지한 역사를 이해하고 있다면, 스코틀랜드 사람 앞에서는 잉글랜드, 런던 같은 단어로는 긍정형 문장도 만들어선 안 된다.

스코틀랜드의 역사는 대영제국의 억압과 핍박을 받으며 정복당했다가, 독립했다가, 다시 정복당하기를 반복한 굴욕의 역사기 때문이다.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인을 멸절시키려 했던 일이야말로, 영국사 전체에서 가장 어둡고 잔인했던 역사였다.

스코틀랜드 독립운동의 영웅, 브레이브하트의 윌리암 왈라스.
 스코틀랜드 독립운동의 영웅, 브레이브하트의 윌리암 왈라스.
ⓒ 이중현

관련사진보기


잠시 잠깐이나마 일제에게 주권을 빼앗긴 적이 있는 우리나라와 통하는 코드가 있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는, 그런 켈트 민족의 아픔을 대변하는 듯한 백파이프 소리가 도시 곳곳에 조용히 울려 퍼지는 신비로운 매력을 가진 동네다. 우리나라 배낭족은 뭐, 잘 안 가는 곳이긴 하다.

그리고 그 스코틀랜드는 지형별로 크게 두 군데로 나뉜다. 에든버러, 글라스고 같은 대도시가 있는, 그래도 덜 춥고 농사라도 조금씩 지을 수 있어서 '그나마 살 만한' 남부의 로우랜드와, 대관절 이런 데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 왔을까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북쪽의 하일랜드. 우리나라로 치자면 개마고원 정도로 볼 수 있는 곳이 하일랜드고, 인구 20만이 채 되지 않는 '인버네스'는 하일랜드의 중심도시다.

기왕 북쪽으로 올라가는 거, 에든버러만 갈 수는 없다. 광활하고 황량하고 척박한 대지가 끝없이 펼쳐진, 그야말로 거친 남자의 환상적인 풍경을 보기 위해, 나는 이렇게 유럽의 끝으로 올라왔다.

활주로에는 프로펠러 달린 경 비행기 한 대뿐이고, 출입 게이트도 단 하나. 구미 시외버스터미널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인버네스 공항에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사진을 찍다가 시내로 들어가는 단 한 대뿐인 리무진 버스를 놓쳐 13파운드짜리 택시를 탄 것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마침 인버네스 근처에서 재즈 음악제가 열리고 있다고, 그 때문에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 않았다면, 잠잘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택시 기사의 말은 한쪽 귀로 흘리고 "어 교회네? 교회가 켈트어로 Kirk 맞죠?" 라며 아는 척이나 하다 심한 낭패를 겪는다.

초호화판 숙소에 묵다

인포메이션 센터는 굳게 닫혀 있고, 전화하는 숙소마다 '아임 쏘리 위 아 풀리 북트'(다 예약됐다)라는 대답들 뿐이다. 눈앞이 캄캄하다. 6월이긴 하지만 스코틀랜드 날씨는 절대로 여름이 아니다. 노숙은 생각할 수도 없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한번 숙박요금을 물어본 인버네스 성 맞은 편의 3성급 호텔 89파운드짜리 방에서 자는 건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화카드에 충전된 잔액은 쭉쭉 떨어져 내려가고, 발을 동동 구르는 와중에도 석양을 받아 빛나는 네스강은 아름답기 그지 없으니 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다.
 전화카드에 충전된 잔액은 쭉쭉 떨어져 내려가고, 발을 동동 구르는 와중에도 석양을 받아 빛나는 네스강은 아름답기 그지 없으니 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다.
ⓒ 이중현

관련사진보기



공항에서 가져온 안내서에 있는 여러 호스텔과 수십개의 B&B(Bed and Breakfast의 약자로 여행객들을 상대로 가정집에서 잠자리와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일종의 현지인 민박이다)에 전화를 다 돌렸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풀리 북트"(Fully Booked)라는 말만 들려온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공중전화 부스를 나서다가,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돌아가는 할머니 한 분과 눈이 마주친다. "숙소를 구하고 있어? 저기 안쪽으로 B&B가 많아. 따라와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따라간 골목 반대쪽 편에는 B&B들이 쭉 늘어서 있었고, 그 중에 '비어있다'(Vacancy)라는 표지판이 걸린 B&B를 딱 하나 찾는다.

강물 빛깔부터가 범상치 않은 동네다. 강 바닥의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시커먼 것은, 석탄성분이 많이 포함 된 까닭이라 한다.
 강물 빛깔부터가 범상치 않은 동네다. 강 바닥의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시커먼 것은, 석탄성분이 많이 포함 된 까닭이라 한다.
ⓒ 이중현

관련사진보기



할머니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허리를 몇 번이고 숙이며 인사하는 나를 뒤로 하고 표표히 사라져간다.

"방 있어요? 저 혼자예요."
"미안하지만 우리는 지금 더블룸 하나 밖에 남아 있지 않은…"
"두 사람치 돈 다 낼 게요! 얼만데요?"

주인 아주머니는 '역시 일본인은 돈을 잘 쓰는구나'하는 표정으로 45파운드짜리 더블룸 열쇠를 내준다. B&B는 호스텔보다는 가격이 조금 비싸기는 한데, 어찌됐건 영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숙소라고 보면 된다.

역시 일본인은 돈을 잘 쓰는구나 하는 저 눈빛..
 역시 일본인은 돈을 잘 쓰는구나 하는 저 눈빛..
ⓒ 이중현

관련사진보기


45파운드 (9만원)짜리 B&B. 내게는 초호화 침실.
 45파운드 (9만원)짜리 B&B. 내게는 초호화 침실.
ⓒ 이중현

관련사진보기


더블베드와 전망 좋은 창문에 TV, 커피 포트에다가 화장실에는 욕조까지 딸린 방을 보자 기분이 울적하다. 1박에 45파운드. 9만원. 매번 이런 식이면, 남은 45일 동안 숙박비만 400만 원 나가겠다.

위도가 높은 곳이다보니 여름에는 백야현상이 나타난다. 오후 열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해가 지평선 끝자락에 걸려서 넘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지평선이라는게 있다!!
▲ 스코틀랜드의 백야 위도가 높은 곳이다보니 여름에는 백야현상이 나타난다. 오후 열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해가 지평선 끝자락에 걸려서 넘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지평선이라는게 있다!!
ⓒ 이중현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B&B를 이용하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전화위복이다. 그 유명한 영국식 아침식사를 먹을 기회를 갖게 되었으니까. 전세계적으로 먹을 것 없기로 소문난 영국이지만, 호텔이나 B&B에서 맛 볼 수 있는 '영국식 아침식사' 하나만은 예외다. 딱딱한 빵 한 두 조각에 커피 한 잔으로 먹는둥 마는둥 하는 '대륙식 아침식사'에 비할 바가 안된다.

사실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베이컨, 달걀, 토마토, 소시지, 토스트, 시리얼.
영국식 아침식사의 포인트는 재료 보다는 정성이다.
 사실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베이컨, 달걀, 토마토, 소시지, 토스트, 시리얼. 영국식 아침식사의 포인트는 재료 보다는 정성이다.
ⓒ 이중현

관련사진보기


토스트와 쨈이 담긴 접시만 봐도 정성이 가득하다.
 토스트와 쨈이 담긴 접시만 봐도 정성이 가득하다.
ⓒ 이중현

관련사진보기


식재료나 요리 기술보다는 만든 이의 정성이 듬뿍 담긴 만찬에 가까운 식사를 남김 없이 다 먹어치우며, 이만한 지출이 부디 이번 여행 동안 누리는 마지막 호사가 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기도빨'은 꼭 이런 쪽으로만 먹힌다. 그 이후로 다시는 이런 아침을 먹을 수 없었다.

일단 사진은 찍어 줬다만 지독한 악센트인지 아니면 게일어인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일단 사진은 찍어 줬다만 지독한 악센트인지 아니면 게일어인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다.
ⓒ 이중현

관련사진보기



야!! 니네 엄마 어디 갔냐?
 야!! 니네 엄마 어디 갔냐?
ⓒ 이중현

관련사진보기


백인들만 가득한 카페에 들어가기가 머쓱하여 창 밖에서 사진만 깨작깨작 찍고 있는데, 내 또래로 보이는 백인 한 녀석이 뭐라고 말을 걸어온다.

"뚝딱뚝딱 카르르 샤르르 뚝딱뚝딱."

지독한 스카치 악센트의 영어인지 아니면 이 지방 토속언어인 게일어인지 한마디도 못 알아 듣겠다.

런던에서 며칠간 나름대로 주워들어 익힌 영국식 영어랍시고 "쏘리. 아이 칸트 스피크 겔릭"이라고 응수해 보지만, 서로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없다.

인버네스를 가로지르는 네스강은, 네스호로 흘러간다. 네스호라면, 괴물 네시가 산다는 바로 그 네스호다.

어릴 적 아동용 공상 과학만화에서 네시를 처음 보고 무서워서 한동안 혼자서는 잠을 자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기념품 가게에 들르니 웬 둘리 같은 녀석이 지가 네시라며 반겨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lrclub, 쁘리띠님의 떠나볼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여행은 지난 2006년 6월~8월에 다녀왔습니다.



태그:#가짜시인, #유럽여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