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아이가 들어와서 하는 인사에 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무의시적으로 시계를 바라보았다. 새벽 2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아이의 얼굴을 보니, 수척하다. 리포트 작성을 하느라 늦었다는 아이를 힐난할 수는 없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아이에게 격려는 하지 못하고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은 고통스럽다. 귀가하지 않았으니,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세상이 하도 험하니,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그럴 일이 일어나서도 안 되고 일어나지도 않겠지만, 아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고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노심초사 속에서 보낼 수밖에 없다.

아이는 참으로 성실하게 공부하고 있다. 학습량이 그렇게 많으니,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는 것을 보면서 두 가지 마음이 교차한다. 하나는 저렇게 힘들어서 결국 포기하지 않는가 하는 두려움이고, 다른 하나는 대견스러운 생각이다.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아이는 오히려 걱정하지 말하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재산.

밤늦게까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생각해본다. 세상에서 가장 큰 재산은 재물도 아니요, 시간도 아니다. 그것을 바로 세상을 살아가는 성실한 태도가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재물은 바람처럼 사라지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 시간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버리고. 그러나 성실은 영원한 것이다.

죽을 때까지 그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바로 성실성인 것이다. 훔쳐갈 수도 없고 빌려줄 수도 없다. 몸에 배인 성실한 태도는 오직 나만의 것인 것이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과 같은 존재가 바로 성실한 태도인 것이다. 더러운 연못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모든 것을 정화하여 깨끗한 꽃을 피워내는 연꽃처럼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처한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성실한 태도만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다. 무서워할 것이 없다. 아무리 가야 할 길이 가시밭길이고 넘어야 할 고개가 높다 하더라도 성실한 태도만 있다면 얼마든지 꽃을 피워낼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고 순수하면 화려한 연꽃을 피워낼 수 있는 것이다.

성실성은 마법을 발휘한다. 해내지 못할 것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  없이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속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더디다고 하여 달라질 것은 없다. 조급해 할 이유도 없다. 성실성만을 유지하고 있다면 산이 아무리 높아도 결국은 정상에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성실성의 기본은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태도를 말한다. 꾀부리지 않고 묵묵히 해내는 태도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성실에는 이런 우직함을 바탕으로 거짓을 행하지 않는다. 삿되고 속이게 되면 참되고 알찬 삶을 만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성실은 조금 늦어진다고 하여 편법을 쓰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당당해질 수 있다.

성실성은 또 끈기 있게 추진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중도에서 포기하는 법이 없다.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힘을 모두 다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최선을 다하는 삶의 태도가 바로 성실인 것이다. 시종일관 성실하게 땀 흘렸다면 설사 일이 성취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후회하지 않게 된다.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성실성에는 머리로 생각하는 이성보다도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비중을 둔다. 이해타산을 따져가면서 살아가는 태도는 성실성에서 거리가 멀어지는 행동이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가슴으로 따뜻하게 수용하면 베풀면서 살아가는 삶을 말한다.

늦게 귀가한 아이를 바라보면서 성실성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노심초사하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아이가 무사히 돌아오니 그런 생각이 바꿔진다. 기다리는 시간이 고통의 순간이 아니라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가 그렇게 대견스러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