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12일 지진이 강타해 건물이 무너진 중국 쓰촨성 두쟝지안 시 주유안 중학교에서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약 9백명의 학생들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2일 지진이 강타해 건물이 무너진 중국 쓰촨성 두쟝지안 시 주유안 중학교에서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약 9백명의 학생들이 매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연합뉴스/신화사

관련사진보기


지난 12일 중국 쓰촨성에 발생한 지진 피해는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지진으로 인한 공식 사망자는 5만5000명이 넘었고, 사망자와 실종자도 8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그 피해는 어마어마해 쉽게 복구되지 못하는 상황이고, 여진도 계속되고 발생하고 있어 피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쓰촨성에서 지진으로 인한 대참사 이후 구조된 사람들 사이에서 '가스 괴저병'이라는 치명적 전염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언론들은 앞다투어 전염병 때문에 지진 이후의 복구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전염병으로 둔갑한 '가스 괴저병'

가스 괴저병을 전염병이라고 최초 보도한 연합신문.
 가스 괴저병을 전염병이라고 최초 보도한 연합신문.
ⓒ 연합뉴스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이 중에 '가스 괴저병'의 경우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라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의 힘든 상황과 더불어 이를 지켜보는 국민에게도 언론보도 내용을 보면 공포감을 주기 충분합니다.

하지만 '가스 괴저병'이라는 '전염병'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국내 언론이 외신의 보도를 단순 번역한 기사를 접한 국민은 기사를 보고 오해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YTN>은 19일 보도에서 "전염병은 대지진이 휩쓸고 간 쓰촨성 성도 청두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가스 괴저병이라는 질환인데요"라고 보도하면서 '가스 괴저병'을 전염병으로 연결시켰습니다. 또 <SBS>도 중국 국영 CCTV의 보도를 그대로 인용해 "쓰촨성 청두에 있는 한 병원에 전염병인 가스 괴저병 환자 수십 명이 입원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체가스 전염병'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동아일보.
 '시체가스 전염병'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동아일보.
ⓒ 동아일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심지어 <동아일보>는 지난 19일자 기사에서 '가스 괴저병'과 전염병을 결합시킨듯한 '시체가스 전염병'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기까지 했습니다. 해당 <동아일보> 기사는 단순 외신 번역이 아니고 특파원의 취재였음에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가스 괴저병'은 전염병이 아닙니다.

이 병을 일으키는 균은 물이나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세균이 아니고, 우리 몸의 대장이나 주변 환경에 존재하고 있는 주변 상재균의 하나인 '가스 괴저균(Clostridium Perfrigens)'입니다. 즉 우리 몸이 건강할 때는 일반적으로 우리 인체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특정한 환경에서는 우리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는 균이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세균으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최영락 정형외과 전문의는 "당뇨 환자나 면역력이 감소된 환자가 불결한 환경에 노출되고 피부 등에 상처가 생겼을 때 적절한 치료를 제때에 받지 못한다면 '가스 괴저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 중국 쓰촨성의 지진 대참사의 경우 면역력이 약화된 환자들이 이 병에 많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냅니다.

가스 괴저병, 공포의 감염병

중국 쓰촨성 두장지안시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후 병원 바깥의 임시 수용소에서 사람들이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불결한 환경에서 피부에 상처를 입는다면 '가스 괴저병'에 걸릴 수 있다.
 중국 쓰촨성 두장지안시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후 병원 바깥의 임시 수용소에서 사람들이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불결한 환경에서 피부에 상처를 입는다면 '가스 괴저병'에 걸릴 수 있다.
ⓒ AP/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 세균은 피부에 난 상처를 따라 피부와 근육 사이에 침투해서 증식하면서 악취가 나는 가스를 형성하는 특징에 따라 '가스 괴저균'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특징적인 증상 때문에 비교적 가스 괴저병을 진단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의료진들은 '가스 괴저병'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크게 긴장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피부와 근육 사이에 존재하고 있던 균들이 빠르게 온몸으로 퍼져서 패혈증을 일으키고 사망에 이르게 만드는 치명적인 상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병의 사망률은 다른 어떤 질환들보다 높습니다. 가스 괴저병은 진단된 이후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에도 사망률이 50%가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최영락 전문의는 "현재 중국 쓰촨성의 상황과 같이 의료진과 의약품, 그리고 의료 환경까지 열악한 상황에서는 가스 괴저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 병을 막기 위해서는 빠른 구조와 적절한 의료진의 투입, 그리고 깨끗한 환경에서의 치료 등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현재 쓰촨성의 경우 의료진과 의료 시설이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위생 상태도 좋지 않아 앞으로도 추가 환자들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빨리 중국 쓰촨성의 지진 피해가 복구되길 바라며, '가스 괴저병'으로 신음하고 있을 환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예천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가스 괴저병, #전염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