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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그냥, 조용히 지내야죠. 그룹도 어렵고 그런데…."

 

16일 삼성그룹 한 계열사 김아무개 상무의 말이다. 그는 이날 발표된 삼성 임원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에 몸담은 지 21년 만이다. 삼성의 '별'이라는 상무를 달았지만, 그는 어느 때보다 몸을 낮췄다.

 

김 상무는 "예년 같았으면 임원 승진했다고 시끌벅적할 법도 하지만, 올해는 그럴 분위기가 아니지 않냐"면서 "가까운 동료 선후배와 인사 정도만 주고 받고 그렇다"고 전했다.

 

올해 첫 삼성의 '별'을 단 이아무개 상무도 마찬가지. 이 상무는 지난 6개월여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작년 임원 승진에서 이미 한차례 미끄러진데다가, 올해 승진하지 못하면 삼성을 떠나야할 처지였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작년 말부터 그룹을 비롯해서 회사 여건이 안 좋아지다가, 올초 특검 시작되고, 인사도 늦어지면서 솔직히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면서 "(승진해서) 개인적으론 기쁘기도 하지만, 요즘 회사 분위기를 볼 때 앞으로 있을 책임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삼성 임원인사, 축하 화분도 없이 썰렁

 

실제로 이날 부사장 등 임원 인사가 있었던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에선 축하 화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지난 14일 사장단 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 인사가 발표되는 날이면, 본관 주변에는 수많은 축하 화분과 란(蘭) 등을 실은 오토바이의 행렬이 이어졌던 것과는 대조적인 셈이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임원은 이날 삼성 인사를 두고 "특징이 없는 것이 (이번 인사의)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인사는 "지난번 쇄신안에서 메가폭탄급(이 회장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등)이 나왔고, 사장단 인사에서도 폭탄(윤종용 부회장 퇴진)이 터졌는데, 또 무엇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회사 의사결정의 중요한 축인 임원급 인사에선 최대한 조직의 안정을 중시했다는 것이다.

 

대신 관심을 모았던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부사장 승진은 없었다. 또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와 이들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보, 김재열 제일모직 상무 등도 모두 승진에서 빠졌다.

 

하지만 이번 삼성 인사부터는 그동안 있었던 '상무보' 직급을 없애기로 해, 이들 모두는 '상무'로 일하게 된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이재용 전무를 비롯해 이부진 상무 등은 이미 승진 연차로 따지면 (승진) 케이스가 되지만, 여러가지 내외부적인 여건을 고려해 현재의 직급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전무의 해외사업장에서의 경영수업에 대해선 "직급은 현재대로 유지하되, 삼성전자에서 어떤 보직을 갖고 활동하게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각 계열사별로 조직개편에 따른 보직도 새롭게 주어질 것이고, 늦어도 5월 말까지는 정리될 것"이라고 삼성 관계자는 밝혔다.

 

이건희 회장 일가 승진도 없어

 

이들 이씨 오너 일가의 승진 제외를 빼고 삼성전자 등 임원 인사의 규모는 예년 수준이었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그룹 전체의 승진 임원 숫자는 모두 223명이다. 삼성전자가 117명으로 가장 많았다.

 

숫자로만 따지면 2005년에 455명, 2006년 452명, 작년에 472명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올해부턴 '상무보' 직급을 없애면서,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한 임원 숫자를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들 숫자가 대략 200여명에 달한다는 것이 삼성쪽 설명이다.

 

이밖에 삼성전자의 경우 그동안 성과가 좋았던 휴대전화와 LCD 사업분야의 인력을 대거 발탁하고, 해외쪽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 임원을 확충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심수옥 삼성전자 상무가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전무로 발탁된 것이 특이사항이 될 정도로, 삼성의 여성 임원 등용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려웠다.


태그:#삼성,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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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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