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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가 넘자 굉음을 내며 중국행 비행기가 서해바다를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중국 합비 공항을 향해 황산 여행을 위한 전세기가 이륙을 한 것이다. 합비 공항은 원래 국내공항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비행기가 들어가려면 전세기로 들어가야만 한다. 이 비행기 안에는 황산을 여행하기 위해 탄 여행객들이 대부분이다. 황산은 보통 항주를 통해서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전세기를 띄워 합비 공항으로 들어간 것이다.

 

첫날, 합비에 도착한 시간은 중국시간으로 새벽 한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 공항의 수속절차는 매우 더디고 복잡한 듯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여행사 직원 설명으로는 국내공항이다 보니 국제업무가 서툴러 업무처리가 느리다고 귀띔을 해준다. 어느새 새벽이슬은 창문을 짙게 가리우고 새 아침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 호텔식당으로 갔다. 따뜻한 우유에 빵과 계란으로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호텔로비로 나왔다. 키가 자그마한 여직원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런데 그 직원이 내뱉은 말은 무척 당황스럽고 불쾌하게 들렸다. 언뜻 듣기에 "시팔로마"….

 

인사를 한 것 같은데 뭐라 물을 수도 없고. 한참을 서서 물끄러미 직원을 바라보다가 석연치 않은 기분으로 호텔 밖으로 나왔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그 말은 "식사하셨습니까?"라는 중국말 인사였다.

 

합비에서 황산까지는 고속도로가 최근에 개통이 되어 보통 4시간 정도 걸린다. 합비에서 황산으로 가는 길에는 포청천이 머물던 포공사와 명나라 청나라 때의 옛 주택이 있는 삼하고택이라는 곳이 있다.

 

오전 9시, 버스를 타고 포청천이 업무를 수행하던 포공사로 이동을 하였다. 제법 커다란 호수 위에 다리로 연결된 조그마한 섬에 옛 건물이 있다. 포청천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형을 집행하여 명판관으로 명성을 떨치던 곳이다. 다리를 건너 중앙 건물로 들어서면 ㅁ자로 된 오랜 된 건물이 있고. 그 옆에는 매우 깊으면서 조그만 우물이 있는데 언뜻 보면 거울처럼 보이는 신비한 샘물이 있다. 이곳에서는 중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유명한 관광지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달려서 옛 명나라 청나라의 고택이 있는 삼하고택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세 하천이 만나는 곳이라 하여 삼하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이곳에 들어오면서 재래시장을 도중에 지나치게 되었는데, 여기서 옛날의 우리나라 시골 장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돼지고기를 냉장고 없이 좌판에 올려놓고 그냥 팔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돼지고기 뒷다리를 즐겨 먹는데, 냉장고가 없다 보니 예로부터 소금으로 진하게 절여 벽에 걸어 놓고 필요할 때 마다 먹는 기호 식품이라 한다. 그래서 시장은 아침 일찍 시작되어 오후 5시에는 장이 닫힌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싱싱한 고기를 사기 위해 주로 아침 일찍 장을 본다고 한다.

 

삼하고택은 아치형의 조그만 다리를 넘자 나무로 지어진 주택들이 하천을 따라 길게 지어져 있다. 문을 열면 거실 겸 부엌이 있고 안으로는 방들이 보이는데, 남쪽지방이어서 인지 온돌의 난방형태는 볼 수가 없다. 이곳은 관광지임에도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시장도 형성되어 있어 현지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었으며, 점차 관광지로 변모해 가는 듯 보였다. 삼하고택의 중심을 흐르는 하천에는 관람객을 태운 나룻배들을 볼 수 있는데 사공은 주로 젊은 처자들로 익숙하게 노를 젓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밥을 집 밖에 앉아 쭈그리고 먹는 광경을 자주 볼 수가 있다. 사발에 밥과 반찬을 함께 담아 먹는데 예전에 바가지에 밥을 비벼먹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곳 사람들의 표정은 밝지는 않지만 순수하고 매우 착해 보인다. 시장 주변엔 인력거도 있고 신발을 수선하는 아주머니도 있다. 그리고 집 주변에는 우리나라의 토종닭과 똑같은 닭들이 모이를 열심히 찾아 돌아다니고 있다. 마치 70년대에 어머니를 따라 읍내장터에 온 기분이다.

 

3시간을 달려 황산시내에 도착하였다. 황산시 중심으로는 우리나라 금강 정도 크기의 단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하지만 물빛이 매우 탁하다. 그런데 이곳에서 빨래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아마 상수도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아 물 사정이 좋지는 않은가 보다.

 

명나라 청나라 때의 옛 시장거리를 볼 수가 있었는데 비교적 통로가 넓고 상점규모가 크다. 그림 벼루 그릇 등을 주로 팔고 있었는데 좌판에서 팔고 있는 과일장수를 제외하고는 적극적인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다. 상가 주인들은 배가 부른 건지 매우 여유가 있어 보인다. 시장거리에서는 남녀가 모여 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으며 비교적 활기 있어 보인다. 이 곳 집들은 대부분 이층집으로 일층은 거실이고 2층은 침실로 만들어져 있다. 이유는 습기가 매우 많기 때문이란다.

 

아침 5시에 기상 하여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7시에 황산으로 출발하였다. 황산입구에 도착을 하자 셔틀버스로 갈아타야만 했다. 케이블카 승차장까지는 길이 좁기 때문에 일반버스로는 못 올라가고 작은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황산에는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 세 군데 있다. 옥병, 운곡, 태평 세 곳으로 사람들은 주로 옥병과 운곡케이블카를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옥병케이블 승차장으로 가는 길은 우리나라 설악산의 미시령으로 올라가는 길처럼 구불하고 위험스러운데 이색적인 것은 주변에 대나무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옥병케이블카 승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케이카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케이블카는 6인용이었는데 다행히 자주 운행되고 있어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드디어 케이블카를 타고 황산을 오르게 되었다. 주변 풍경을 보아하니 우리나라의 여느 산과 다를 바 없다. 10여분 오르니 황산의 1600고지에 도착을 하였다. 주변에 우뚝 솟은 천도봉과 연화봉(1864)이 거대한 바위산으로 다가왔다. 오로지 바위로만 이루어진 봉우리에 주인인양 소나무가 기품 있게 서 있다. 그 소나무들은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모두 멋진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환인송, 영객송 등등.


태그:#황산, #트레킹, #포청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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