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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가 종영을 며칠 앞두고 있다. 며칠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길게(?) 중독될 일 없기에 요즘 계속 보고 있다. 무엇보다 열심히 챙겨보는 이유는 다름 아닌 수아 할머니 최 여사(김영옥 분)가 언제 며느리(김해숙 분)에게 사과하나 궁금해서다.

 

내가 며느리라서, 가재는 게 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 드라마에 나오는 시어머니는 정말 보는 내 가슴마저 답답하게 한다. 시어머니를 대하는 오동지(김해숙 분)를 보면 항상 참고 쩔쩔 매는 것이 눈에 보인다. 시어머니 앞에서는 할 말도 못하고 그저 '예예'하다가 정도가 심하면 한마디 대거리를 해보지만 본전 찾기는 언감생심이다.

 

어제는 보니, 온가족이 소파에 모여 앉아 얘기를 하는 장면인데 동지는 그냥 서있었다. 동지가 그렇게 서 있는데도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불편하지 않은지 유쾌하게 담소를 나누었다. 바퀴의자(휠체어)에 앉은 남편을 보좌한다는 명분 때문이라면 아들 백호가 해도 충분 할 것이다. 그렇거늘, 그냥 서있는 동지를 보니 딱했고 그 집에서 그녀의 위치가 그러함을 각인시켜 주는 것 같았다.

 

아무튼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이 드라마 작가가 참 궁금했다. 작가는 왜 저런 시어머니상을 그려주는 것일까.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아직도 며느리를 저런 식으로 대하는 시어머니들이 많기에 그냥 현실을 반영해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수아 할머니가 보여주는 며느리에 대한 인식이 타당하다 생각하기에 그렇게 그리는 것일까.

 

다른 사람에게는 다 잘하면서 유독 며느리만 마주치면 그 ‘파리한’ 표정이라니. 당신 아들이 좋아서 난리인데 시어머니인 자신이 왜 그리 미워하는지. 아들에게 못한다면 모를까. 보아하니 아들에게도 지극정성인데 매순간 꼬투리 못 잡아 안달인 표정이었다.

 

만약 현실에서도 아직 그런 시어머니가 있다면 정말 그런 시어머니를 둔 부부의 앞날이 걱정된다. 드라마는 드라마이니 결국은 갈등이 해소되고 행복한 결말을 맺겠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할머니 최여사가 동지에게 하는 행동은 며느리를 대하는 게 아니라 옛날 종을 부리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가만 보면 며느리 동지에겐 인격권이라는 게 전혀 없다. 그럼에도 식구들 누구도 항의하지 않는다. 할머니가 좀 유난하지만 다들 할머니니까 이해하는 분위기다.

 

동지의 아들 백호마저도 남자라서 그런지 엄마가 당하는 심정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것 같다. 아마 며느리 동지의 마음은 ‘며느리’ 시청자들만 이해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이야 말로 드라마는 끝나도 문제는 남는다.

 

드라마가 현실을 선도해야 될 의무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바람직한 관계를 보여주는 것도 드라마가 가진 존재의미가 아닐까. 드라마 다 끝나서 고부간 갈등 해소하지 말고 진작에 바람직한 고부관계를 좀 보여주고 끝나게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인다.

 

드라마야 끝나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쟁쟁한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이니 만큼 이 드라마가 준 정서적 느낌은 시청자들의 무의식 속에 오래 각인돼 있을 것이다. 좋은 의미들이야 문제가 없지만 이드라마의 고부관계는 시대에 맞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기에 뒤끝이 개운하지 않다.

 

하여간, 이제 와서 뭐라 한들 어쩔 수 없지만, 그저 한편의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래도 씁쓸하다.

 

덧붙이는 글 | 알라딘 서재에도 싣습니다.


태그:#고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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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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