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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철현 주일대사의 망언을 규탄하며,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당당히 외교적 사안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4월 23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팔백 열 번째의 수요시위가 열렸다. 16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거리로 나와 인권과 명예회복을 외쳐온 피해자들의 절규는 오늘도 변함없이 계속됐다. 특히 바로 며칠 전 일본 방문 과정에서 또다시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며 망언을 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피해자들은 뜨거운 분노와 피맺힌 울음을 토해냈다. "무슨 자격으로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내 인생을 대신 살아 주냐"고 외치는 그 순간, 함께한 사람들 모두는 피해자였고 아직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부끄러운 국민이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810차 수요시위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810차 수요시위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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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810차 수요시위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810차 수요시위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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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같은 날, 이 아픔을 가장 먼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권철현 주일대사는 한일간 역사문제에 대해 "드러내기보다는 가슴에 묻고 국익에 맞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의 가슴에 또다시 못을 박는 망언을 내뱉고 말았다.

이미 당선인 시절부터 위험한 역사 인식을 드러냈던 이명박 정권은 이제 '국익'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천박한 경제 제일주의의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권철현 대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무역 적자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 중요한 시간인데, 과거를 잘 풀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한편으로는 실질적 국익에 맞는 태도를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를 무역 적자와 연계시키는 어이없는 발상에 차마 실소를 금할 수 없으며 나아가 '한일협정'이라는 미명 아래 일본의 식민통치 책임을 굴욕적으로 무마시켜주었던 44년 전의 수치스러운 역사가 2008년 오늘에 되풀이 되는 듯한 충격을 떨칠 수도 없다. "미래가 좋아지면 과거의 잘못된 것도 어느 정도 용서할 수가 있다"는 발언은 문제의 본질을 망각한 채 자국민의 한과 상처를 일단 덮어두겠다는 정부 관료로서는 직무 유기적 표현이요,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스스로 용서할 권리를 가졌다고 착각하는 오만한 인식에 다름 아니다.

또한 권철현 대사는 "대한민국이 더 사랑하고, 더 안고, 더 이해해줘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우리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그걸 왜 일본 정부에만 요구하는가가 의문이었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은 그 자신의 알량한 동정심으로 바라보아야 할 대상도 아닐뿐더러 이미 한국민들은 도움을 줄 상대로서가 아니라 같은 피해자로서 동시대적인 아픔을 느끼며 할머니들과 함께 이 문제의 해결을 외치고 있다. 그리고 범죄의 주체가 일본 정부이기에 너무도 당연하게 일본 정부를 향해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것이다. 언제 한국정부가 일본 정부에 제대로 요구조차 해보고 그런 의문을 갖는 것인지 도리어 국민들이 권 대사를 향해 의문을 갖는다.

"인내심을 넘어서는 일이 발생한다면, 이 직을 유지하기 위해 가만있지만은 않을 거다"라는 발언 대목에서는 권 대사의 크나큰 인내심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지경이다. 60여년이 넘는 세월의 책임을 회피하고 역사적 사실마저 부정해 온 일본정부를 보면서 아직도 인내심이 남아있다니, 얼마나 더 끔찍한 반인륜적 범죄를 경험하고, 얼마나 더 피해자들의 가슴에 못이 박혀야 그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대일 실용외교 장단에 맞춰 때를 놓치지 않고 추임새를 넣어주는 센스는 오히려 그 '직을 유지하겠다'는 집착에서 나온 게 아닌지도 의문스럽다. 

이명박 대통령과 권철현 대사, 그리고 현 정권은 고령의 피해자들이 발로 뛰며 얻어온 그간의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당당히 외교적 사안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즉각 그들의 망언을 철회하고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

2008년 4월 23일

일본군'위안부' 피해 생존자 104명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KNCC양성평등위원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기독교대한감리회여선교회전국연합회, 기독여민회,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이화민주동우회, 전국여대생대표자협의회, 기독교대한감리회전국여교역자회, 대한예수교장로회전국여교역자연합회, 여성교회,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 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한국기독교장로회여신도회전국연합회, 한국기독교장로회여교역자협의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정신대연구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덧붙이는 글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성명서입니다



태그:#위안부, #수요시위, #망언, #주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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