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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출범을 한 달 남짓 남기고 삼성경제연구소(이하 삼성연)이 MB정부 인수위를 겨냥하여 내놓은 보고서는 크게 두 가지인데 이 두 보고서의 내용 중에서 조세 관련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마거릿 대처는) 근로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 등으로 근로의욕과 투자의욕을 고취시키는 등 성장위주 경제정책 견지”

 * (로널드 레이건은) 최고 소득세율과 최고 법인세율을 획기적으로 인하하여 내수기반을 확충”

- 삼성경제연구소(2008.1), <경제개혁을 주도한 국가지도자 6인>     

 

“*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감세하여) 가처분소득 1% 증가시 민간소비 1.1% 증가.

* 법인세 2조원 삭감시 설비투자증가율 3.1%p상승”

- 삼성경제연구소(2008.2),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은 가능한가?>

 

그런데 과연 레이건과 대처가 집권하여 주로 활동한 1980년대 이후, 감세를 주로 추진한 나라들의 경제성장 실적이 증세를 주로 추진한 나라들보다 더 높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 글은 이런 의문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각종 실증결과들을 토대로 삼성연의 이러한 주장들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아울러 삼성연이 최근 보고서에서 감세의 경제적 효과라고 하면서 주장한 내용, 즉 가처분소득 1% 증가할 때 민간소비 1.1% 증가한다는 주장과 법인세 2조원 삭감할 때 설비투자증가율이 3.1%p 상승한다는 주장 또한 전혀 근거 없다는 것을 실증 근거들을 토대로 보여드리려 합니다.

 

80년대 이후 OECD 회원국 조세부담률, 추세적으로 증가

 

주지하다시피 삼성연은 지속적으로 여러 보고서들을 통하여 감세정책의 경제성장 촉진효과가 크다고 주장해 왔는데요. 그런데 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80년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세를 해 온 것일까요?

 

[자료-1] OECD 회원국들의 조세부담률

(연도)(OECD평균)(EU15평균)-(미국)-(영국)

1980---31.2%---34.8%---26.4%---35.2%

1985---32.7%---37.4%---25.6%---37.6%

1990---33.9%---38.0%---27.3%---36.3%

1995---34.9%---38.8%---27.9%---34.7%

2000---36.2%---40.4%---29.9%---37.3%

2004---35.5%---39.1%---26.0%---35.6%

 

[자료-1]을 보면 2000년~2004년 사이를 제외하고 전기간에 걸쳐 OECD 회원국 평균 조세부담률이 추세적으로 증가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2000년~2004년 사이에는 OECD 회원국 평균 조세부담률이 0.7%p 정도 줄어들었습니다만 이 시기는 독특한 시기였습니다. 1995년과 2000년 사이 단기적으로 누진세율 과표 구간이 일정한 상태에서 선진국들의 IT 경기호황으로 1인당 소득이 급속히 상승하여 조세부담률이 일시적으로 급속히 높아졌다가, 2000년 이후에는 정부의 과표 구간 조정과 IT 거품붕괴가 동시에 겹치면서 조세부담률 조정이 급격히 이루어진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특수한 시기를 제외하고는 1980년 이후 OECD 회원국들의 평균 조세부담률이 장기적이고 추세적으로 상승해 온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왜 이들은 삼성연과 달리 레이건과 대처의 감세론을 숭배하지 않고 추세적으로 증세를 해 온 것일까요.

 

감세로 경제성장? 아무런 근거없는 주장일 뿐

 

저는 이런 의문점을 해소하고 삼성연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하여 IMF가 선정한 선진국의 일원이면서 동시에 OECD 회원국인 선진국 24개국을 대상으로 80년대 이후 이들 국가들의 조세부담률 변동상황과 경제성장률 변동상황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검증방식은 선진국 24개국 중에서 증세를 많이 한 나라와 적게 한 나라를 반반으로 나누고 이 두 그룹간의 1인당 실질GDP 성장률을 비교해 보는 것이었습니다(경제성적을 평가하는 지표로 1인당 실질GDP 성장률을 사용한 이유는 이 지표가 실질GDP성장률보다 훨씬 더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후자는 각국의 인구증가율의 차이에 따라 경제성장실적을 크게 왜곡하여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나서 그 두 그룹간의 비교 결과가 삼성연의 주장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그 여부를 체크해 보았습니다. [자료-2]는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최종결과물입니다.  

 

[자료-2] 1980~1990년 증세율 순위와 1인당GDP 성장률 순위 비교

------(증세율순위)------(성장율순위)--(삼성연주장과일치여부)

1위---스페인(43.8%)-----5위(29.3%)---불일치 

2위---이탈리아(27.3%)---9위(26.1%)---불일치

3위---핀란드(22.3%)-----6위(29.1%)---불일치

4위---뉴질랜드(22.2%)---23위(8.1%)-----일치

5위---그리스(21.6%)-----24위(1.6%)-----일치

6위---포르투갈(21.0%)----3위(43.2%)---불일치

       (이하 생략)

(자료 출처) : OECD, IMF

 

* 1980~1990년 비교결과--->삼성연 주장과 일치한 나라 12개국, 불일치한 나라 12개국

* 1985~1995년 비교결과--->삼성연 주장과 일치한 나라 16개국, 불일치한 나라 8개국 

* 1990~2000년 비교결과--->삼성연 주장과 일치한 나라 12개국, 불일치한 나라 12개국

* 1995~2004년 비교결과--->삼성연 주장과 일치한 나라 8개국, 불일치한 나라 16개국

 

비교과정을 거쳐 나온 최종결과물인 [자료-2]를 보면 “감세가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삼성연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연 주장과 일치한 나라가 50%, 일치하지 않는 나라가 50%라면 삼성연의 주장은 유의미한 주장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부분적으로 1985년과 1995년 사이에는 삼성연 주장과 일치한 나라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는 하지만 당시 상황은 북유럽 등 일부 국가들이 심각한 거품붕괴를 경험한 시기였기 때문에 이 시기의 비교결과를 일반화하여 전체적인 현상인 양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세금 때문에 경제성장 어렵다? 전혀 근거없는 주장일 뿐

 

저는 또 비교항목을 달리하여 선진국 24개국의 조세부담률 절대치 순위와 1인당 (실질)GDP 성장률 순위도 비교해 보았는데, 그 결과 또한 위의 [자료-2]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자료-3] 1995~2004년 조세부담률 순위와 1인당GDP 성장률 순위 비교

----(조세부담률순위)-----(성장율순위)--(삼성연주장과일치여부)

1위---스웨덴(53.4%)-----10위(25.5%)---불일치 

2위---덴마크(49.4%)-----20위(15.4%)----일치

3위---핀란드(47.7%)------4위(35.8%)---불일치

4위---벨기에(44.9%)-----18위(17.8%)----일치

5위---프랑스(44.4%)-----19위(16.8%)----일치

6위---노르웨이(43.0%)---11위(23.5%)---불일치

       (이하 생략)

(주)조세부담률 : 2000년 기준. 

(자료 출처) : OECD, IMF 

 

* 1980~1990년 비교결과--->삼성연 주장과 일치한 나라 12개국, 불일치한 나라 12개국

* 1985~1995년 비교결과--->삼성연 주장과 일치한 나라 14개국, 불일치한 나라 10개국 

* 1990~2000년 비교결과--->삼성연 주장과 일치한 나라 12개국, 불일치한 나라 12개국

* 1995~2004년 비교결과--->삼성연 주장과 일치한 나라 12개국, 불일치한 나라 12개국

 

[자료-3]에서 보시다시피 24개국의 조세부담률 절대치 순위와 1인당 (실질)GDP 성장률 순위를 비교해 보아도 삼성연의 주장은 유의미한 주장이 되지 못합니다. 삼성연 주장과 일치한 나라가 절반 정도, 일치하지 않는 나라가 절반 정도라면 삼성연의 주장은 유의미한 주장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1980년대 이후 네 가지 시기 구분을 통해 선진국 24개국의 증세율과 1인당 (실질)GDP 성장률과의 상관관계, 그리고 동기간 이들 국가들의 조세부담률과 1인당 (실질)GDP 성장률과의 상관관계를 살펴 본 결과, 저는 삼성연의 주장과 달리 감세나 낮은 조세부담률이 우월한 경제성장을 보장한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습니다.

 

4대 보험료 감세로 민간소비 증가? 턱도 없는 이야기

 

삼성연은 또 최근 보고서.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은 가능한가?>(2008.2)에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감세하여) 가처분소득 1% 증가시키면 민간소비가 1.1% 증가한다.”고 강변했는데 이 주장 또한 전혀 근거없는 것입니다.

 

[자료-4] 가계소비와 가계가처분소득의 변화

(연도)-(가계소비)(가처분소득)(사회부담금)(사회수혜금)

2000--312.3조원--350.6조원--46.4조원--34.3조원

2002--381.1조원--404.0조원--64.4조원--41.1조원

2004--401.5조원--427.8조원--70.2조원--45.5조원

2006--453.9조원--471.5조원--61.7조원--36.0조원

(자료 출처) : 한국은행

(주) 표에서 가처분소득은 순가처분소득을 의미함.

(주) 국민계정상 순가처분소득 = 순본원소득-소득과 부에 대한 경상세-사회부담금+사회수혜금+기타 순경상이전소득(기타 경상이전수입-기타경상이전지출) 

(주) 순본원소득 = 피용자보수 +개인기업소득 + 순재산소득(재산소득수입- 재산소득지출)

 

[자료-4]의 (주)에서 보여지다시피 순가처분소득이란 순본원소득에서 소득세, 4대 보험료 등을 빼고, 그 대신 4대 보험이 제공하는 각종 사회수혜금 등을 더하여 계산한 값을 말합니다. 

 

삼성연의 주장은 2006년 기준으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4.7조원 감세하여 가처분소득의 1%(4.7조원)를 증가시키면 민간소비가 1.1% 증가한다는 것인데요.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가 삼성식의 정책을 추진하려면 4대 보험 수혜금을 4.7조원 줄이든지, 아니면 이들 사회보장기금의 재정건전성을 4.7조원 희생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일정 비율로 양자에게 희생을 분담하도록 하든지,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 세 가지 대안 중에서 어떤 대안을 선택하더라도 민간소비는 거의 늘지 않습니다(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정부가 4대 보험 수혜금을 4.7조원 줄이게 되면 가계의 가처분소득 또한 4.7조원 줄어들게 되므로 평균적으로 가계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없을 것이고, 정부가 다른 방식을 택하여 사회보장기금의 재정건정성을 4.7조원 희생하게 되면 가계는 그 조치를 “정부가 자신들의 노후를 충실히 보장할 의지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현재소비보다는 저축에 더욱더 몰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가계의 ‘합리적 기대’)

 

그리고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상황은 정부의 과도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국민들의 현재소비성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컨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감세하여) 가처분소득 1% 증가시키면 민간소비가 1.1% 증가한다”는 삼성연의 주장은 전혀 터무니없는 것일 뿐입니다. (“법인세 2조원 삭감시 설비투자증가율 3.1%p상승”한다는 삼성연 주장의 허구성에 대하여는 <오마이뉴스> 2월 18일자에 구체적으로 글을 썼으므로 이 글에서는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MB정부 자신을 위해서라도 감세정책에 신중해야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은 오래전부터 감세정책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그리고 삼성연은 지속적으로 “감세정책의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강변해 왔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이들의 주장들은 대부분 충분한 실증근거를 갖고 있지 못한 것들입니다.

 

따라서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의 말대로 “인기영합적인 감세는 쉽고 증세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감세정책을 검토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정부는 나중에 중요한 정책도구들을 잃고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난관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이명박 정부의 장래’에 대하여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글도 ‘대한민국 서민들의 장래’를 위해서 썼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자신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감세정책에는 매우 신중해져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삼성경제연구소, #감세정책, #조세부담률, #경제성장률 , #민간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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