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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를 하다 보니 다른 기업들은 수사·사법기관과 과세 및 재정당국 등으로부터 '룰'(제재)를 당하고 있지만 삼성은 오히려 거꾸로 '룰'을 하고 있다는 측면이 보인다. 소환하면 안 오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사를 무력화시키지 않느냐. 삼성이 법 밖에 있다는 식이다."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의 고위 관계자가 20일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그런 힘이 돈이나 권력에서 나오는지, 인맥을 잘 관리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좀처럼 수사를 해나가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 가지 타개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전략기획실 실장)을 지난 14일 소환한 것도 삼성의 수사 방해를 막기 위한 타개책 중 하나였다. 

 

"특검팀, 삼성 수사 방해 행위 타개책 강구 중... 이학수 소환도 그 중 하나"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3대 의혹(▲비자금 조성 및 관리 ▲불법 로비 의혹 ▲경영권 불법 승계) 모두에 관여한 핵심 인사로 알려졌다.

 

특히 이 부회장은 세풍 수사, 불법 대선자금 수사, 삼성 X파일,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수사 당시 검찰로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을 지켜낸 삼성그룹의 2인자다.

 

그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이 회장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직접 저지른 일이라고 진술하는 등 자신이 모든 것을 뒤집어 쓰거나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수사에 대비해 진술조작 등의 '예행연습'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삼성그룹의 2인자이자 '철벽수비수'인 이 부회장의 때 이른 소환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파란'이었다. 그러나 이 '파란'에는 구설수가 잇따랐다.

 

이 부회장은 저녁 7시 기습 출석해 밤 11시 특검 사무실에서 벗어났다. 단 4시간이었다.

 

윤정석 특검보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이 부회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의혹 전반에 대한 예비 조사를 받았지만 조서는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실제 이 부회장은 조준웅 특검과 독대 뒤 윤정석·조대환·제갈복성 특검보와 담화를 나눈 뒤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특검 관계자는 "불렀다면 조서를 받는 게 원칙"이라며 "삼성에 경고하는 차원이라면 이건희 회장을 불러 담판을 짓는 게 낫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택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도 지난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답답해했다.

 

이날 특검 고위 관계자는 이를 의식한 듯 "수사를 받는 쪽에 협조를 구한다는 것은 말이 좀 이상한 것"이라며 "협조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조준웅 특검이 수사 받는 태도가 그게 뭐냐고 나무라기도 했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수사 대상자가 소극적으로 조사받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증거를 숨기는 등 특검을 속수무책으로 만들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특검팀도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앞으로 특검팀이 삼성그룹의 수사 방해 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 수단이 사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태그:#삼성 특검, #이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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