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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할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이 10일 오전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조 특검과 윤정석·조대환·제갈복성 특검보.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수사팀. 사진 오른쪽부터 조준웅 특검과 윤정석·조대환·제갈복성 특검보.
ⓒ 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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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계획에 따라서 1층부터 5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갈 수도 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2008. 2. 15
"칼을 갈고 있다. 태풍이 오려면 휴지기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 - 2008. 2. 17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날짜를 정해서 소환통보 하지는 않았다." -2008. 2. 18

지난 14일 이후 윤정석 특검보의 발언 내용이다. 대다수 언론들은 지난 14일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의 소환 이후 비자금 관리 핵심라인으로 지목된 김인주·최광해·전용배 등 전략기획실 핵심 임원들의 줄소환을 예상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소환도 곧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18일) 오전 윤 특검보는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소환날짜를 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학수 부회장을 전격 소환하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되돌려보냈다는 뒷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도대체 삼성 특검은 어떤 '속내'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분주한 특검 ... 이건희 회장 기소까지 순항하나

 21일 오전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이 삼성그룹 비자금과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조준웅 삼성특별검사팀의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 출두하고 있다.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삼성그룹 비자금과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조준웅 삼성특별검사팀의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 출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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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출범 38일을 맞는 특검팀은 여전히 분주하다.

특검팀은 이 날도 삼성증권 수서 전산센터에서 삼성 전현직 임원 2453명 명의로 개설된 계좌들을 일주일째 추적 중이다. 또 이와 별도로 법원으로부터 삼성증권에 개설된 계좌 중 잔금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출금했거나, 삼성 계열사 주식만 사고 판 계좌를 중심으로 포괄영장을 발부 받아 계좌추적에 나선 상황이다.

비자금 및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임원 소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했다. e삼성 주식매입 사건과 관련해 신응환 삼성카드 전무도 피고발인으로 재소환됐다.

또 세무사 5명과 회계사 3명을 새로 보강하는 등, 삼성 계열사의 분식 회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그동안 보도된 바대로 특검팀이 거둔 성과도 상당부분 있다. 특검팀은 2002년 대선자금수사 당시 사라졌던 500억 원의 채권 가운데 30억 원이 정치권에 뿌려졌다는 사실도 밝혀냈고 방대한 계좌 추적을 통해서 증권계좌 3000여개, 명의인은 1300여명, 규모는 약 1조 원가량이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도 제시하게 됐다.

이처럼 특검 수사는 검찰의 초동수사 실패, 삼성그룹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등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상당부분 성과를 얻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성과만으로 삼성그룹 3대 의혹의 '몸통'을 기소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철벽 수비수' 이학수 전격 소환 그러나 4시간 밖에 조사 안해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 겸 전략기획실 실장이 14일 밤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에서 소환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 겸 전략기획실 실장이 지난 14일 밤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에서 소환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윤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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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몸통' 이건희 회장을 기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학수 부회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선결과제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95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징역 2년, 집행유예 2년을 판결 받은 뒤 세풍 수사, 불법 대선자금 수사, 삼성X파일,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의 당사자였음에도 사법처리 받은 사례가 없다. 이는 모두 이 부회장의 최대 공로다.

이 부회장은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이 회장과는 무관하게 본인이 직접 저지른 일이라고 진술하고 자신이 모든 것을 뒤집어썼다. 또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에 따르면 에버랜드 사건을 대비해 진술조작 등의 '예행연습'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근 10년 간 자신을 던져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를 지켜온 그였기에 지난 14일 4시간 동안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부회장에게 기자들이 던진 첫 질문은 "이전 검찰 조사처럼 본인이 다 주도했다고 했나"였다.

수많은 질문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다음에 또 소환되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만 밝힌 채 민감한 문제들은 침묵으로 피해나갔다.

특검도 이날 소환에 대해 애매한 답변만 내놓았다. 윤 특검보는 지난 15일 "조서 작성은 안 했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의혹 전반에 대한 예비 조사를 받았다"고 표현했다.

오해만 불러일으킨 이학수와의 만남

지금 특검팀과 이 부회장의 첫 만남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가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조준웅 특별검사가 독단적으로 이 부회장을 소환 결정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한택근 사무총장은 "피의자를 불러서 조서를 받은 것도 아니고 '환담'을 나눴다고 들었는데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답답해했다. 익명을 요청한 중견 법조인도 "지금 이 국면에서 이 부회장을 소환한 것은 수사기법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 부회장을 불러서 차 한 잔 마시고 귀빈 대접 했다는데 특검 분위기가 수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논란에 대해 윤 특검보는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 중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며 불쾌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른 특검팀 관계자도 "아직 수사가 마무리 단계가 아닌데 핵심 중의 핵심인 이 부회장에게 조서를 받는다는 것은 수사 방향을 노출시키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 부회장에게 수사 방해 등에 대해 경고하려고 한 것이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직 특검 수사 기간 중 1/3밖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특검이 갈아온 칼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이학수 부회장 조기 소환의 진실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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