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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린 제40회 한국만화가협회(만협) 정기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김동화 화백을 만났다. 이현세 회장에 이어 차기 만협의 수장을 맡은 김 신임 회장은 “작가들 스스로가 자존심과 자긍심을 갖고 작업에 임해야 할 때”라면서 “작가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다음은 김동화 신임 회장과의 일문 일답.

 

- 어려운 때, 어려운 자리를 맡았다. 소감이 어떠한가?

“이전 이현세 회장까지 걸어 오면서 많은 길이 만들어졌고, 집도 만들어졌다. 지금은 또 다른 집을 짓기보다는 이제껏 만들어놓은 길에 아스팔트를 깔고 건물에 인테리어를 할 때다. 다시 말해 외부를 키우기보다 내부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밖으로부터 어느 정도 외형은 만들어졌고, 만화나 만화가의 위상도 올랐다. 하지만 정작 내부는 그것에 못 미치는 느낌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고 작가인데, 아무리 길이 좋으면 뭐 하나. 우리가 실어 나를 상품이 없는데. 문제도, 희망도 모두 다 작가에게 있는 게 아닐까.”

 

- 그것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 스스로 자신감과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이다. 가령 히트 치는 만화는 돈을 번 것으로 일단은 보상 받은 셈이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작가들은 어떠한가. 그들을 격려하는 일이 지금 필요하다. 이를 테면 작은 상 하나라도 마련해 작가들이 신이 나서 작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 만화계는 그 만화가 돈을 버느냐 아니냐로 대단히 산업적으로 기울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협회는 아주 작은 부분에서부터 작가들이 신이 나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돈을 버는 작가든 벌지 못하는 작가든 그들을 심사하는 데 있어 최선을 다할 참이다. 심사위원 하나라도 신중히 선택하고 심사에 임할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급하게 달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내부로부터 충실히 다질 때다.”

 

- 만화계에 산적한 문제들 중에 가장 심각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무엇인가?

“작가들이나 출판사들이나 모두 트렌드에 지나치게 민감해 있는 것이다.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의 천편일률적인 산만한 그림체들을 보라. 정조가 뜨면 ‘정조’가 뜨면 ‘정조’를 , ‘대장금’이 뜨면 ‘대장금’을 그린다. 너무 따라가기 식이다. 이건 정말 엄청난 낭비라고 할 수 있다. 그림 하나, 스토리 하나를 쓰더라도 이래서는 안 된다.

 

종국에는 오늘 당장은 먹을 수 있더라도 내일은 못 먹게 될 것이다. 그런 만화를 밖으로는 내보낼 수 있겠는가. 이런 문제들은 절대로 법으로 바꿀 수 없다. 오로지 분위기 쇄신으로 바뀔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작가들의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개성있는 자기 작품,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명품만화’를 그려야 한다. 만화가 하나하나가, ‘나 자신’부터가 브랜드가 돼 누구라도 보고 싶어 하는 만화를 그려야 한다. 모두 미국의 ‘미키마우스’와 일본의 ‘아톰’, 프랑스의 ‘땡땡’을 얘기하지만 정작 우리 얘긴 없잖은가. 남의 얘기만 부러워할 뿐이다. 우리 자존심을 갖고 나를 귀하게 여기자. 내가 나를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절대 내 속에서 귀한 게 안 만들어진다. 내 임기 동안에는 명품만화가 나오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 만화가협회 새 수장으로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특히 요즘은 만화계가 과도기다 보니 많이 힘들다. 사실 이럴 때 조금만 도와주면 확 불이 붙을 텐데. 일례로 영화만 해도 같은 문화, 같은 창작인데도 너무나 차별적으로 대하고 있지 않나. 영화 <디워>가 700억 원이 들었다는데 <디워> 하나 만들 돈이면 우리는 7천 개의 만화 콘텐츠를 만들 수가 있다. 이건 정말 굉장한 거다.

 

막연히 도와달라는 구차한 소리는 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확실히 되는 건에 대해서는 지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철저히 검증해 성공확률이 가장 큰 작가부터 시작해 나가야 한다. 지금 정부 지원작 중에 이렇다 할 성공한 작품이 있나? 그런 면에서 서로 간의 양보와 절충이 필요하다. 그 다리 역할은 물론 협회가 해나가야 할 몫일 것이다.”

 

- 우리 만화(Manhwa)가 브랜드로서 세계에서 점차 인정받고 있다. 세계 속에서 한국 만화의 위치는 어떠하다고 보는가?

“세계, 그 중에서도 유럽이 우리 한국 만화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처음 일본만화와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꽉 짜여진 설계도와 같은 일본만화에서 벗어난 한국만화의 자유로움을 발견하고 있는 듯하다. 실은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도 우리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라도 우리 자존심, 자신감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 스스로의 화법에 주목해보자. 같은 것을 이야기할 때도 우리가 어떻게 다르게 말하고 있는지를 스스로가 알고, 찾고, 보여줄 때다.”

 

- 한국만화,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국만화의 고급화’, ‘독자의 다변화’, ‘한국만화의 세계화’.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 내가 10년 전부터 조용히 해오던 일이기도 하다. 대본소와 대여점의 느낌에서 벗어난 고급스런 것과, 그에 걸맞은 예술성과 작품성을 갖춘 알맹이를 만드는 일이 그 첫 번째다.

 

그 이후엔 어린이와 청소년에만 치우쳐 있는 우리 만화 독자들을 다변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30대, 40대, 50대 모두 만화를 읽은 세대들이지만 지금 그들은 읽을 책이 없어 못 읽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후엔 60억 세계 인구를 만나야 할 것이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자신이다. 작가 자신이 자각하고, 정말 내가 명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해나간다면 오래지 않아 이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겠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동화, #한국만화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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