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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정에서 철저히 소외

 

대선과정에서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이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그 중에서도 자치경찰 분야는 더더욱 다뤄지지 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며칠 사이에 서울시장이 이명박 대통령 후보에게 자치경찰은 도입하지 않더라도 좋으니 시위 대처를 위한 '질서유지권'만이라도 서울시에 달라고 했다든가, 인천시의 경우 경찰을 경유하지 않고 인천지검과 직거래하여 특별사법경찰관리 운영을 도모하기로 했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참고로 역대 서울시장은 자치경찰제 전면도입을 앞장서서 주장해온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의장으로 되어있다.

 

그간 자치경찰제에 대한 논의와 도입 경위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 이래로, 지방자치 부활이 논의되면서 교육자치와 자치경찰 도입도 함께 거론된 적이 있다. 그 후 1990년대 초반, 지방자치가 지방의원 직선 및 이후 단체장 직선 등이 실시되면서, 자치경찰제 실시 논의도 함께 공론화된 바도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 경찰청 승격 당시 여소야대에서 이른바 3당 야합으로 여대야소로 정치권이 재편되면서 경찰청으로 승격은 하면서도 자치경찰 도입은 거부하였으며, 이를 무마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시도 치안행정협의회에 관한 조항이 신설은 되었으나 말 그대로 사문화된 껍데기 법조항에 불과하였다. 그 후 한나라당 및 그 전신 정당을 제외한 정치권은 역대 선거 때마다 자치경찰 실시를 공약하곤 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이를 묵살해오고 있다.

 

문국현 후보, '무늬만 자치경찰' 공약

 

이는 노무현정부도 마찬가지다. 역대 어느 정권도 경찰을 자치경찰화 하는 데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그 극복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 시민들의 민주역량의 강화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수밖에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노무현정부조차도 말로는 지방분권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집권 당시 극히 일부 단체장을 제외하곤 모두 한나라당 소속인 탓에 자치경찰 도입을 애써 거부하였던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물론 집권당이 다수당일 때에도 중앙정치권은 경찰 지휘부와 합세하여 자치경찰제 실시를 애써 반대해온 것 역시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노무현 정부는 현재의 국가경찰의 상당 부분을 자치경찰로 전환토록 하는 형태의 자치경찰제 도입 대신, 궁여지책이라며 기존 국가경찰의 모든 인력, 권한, 예산, 조직 등을 모두 그대로 놔둔 채, 범죄수사 권한도 없는 소수 ‘경찰보조원’을 그나마도 광역자치단체는 배제한 채 고작 기초자치단체 소속의 과 단위 규모로 창설하겠다는 방안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

 

현재 제주도만 특별법으로 실시 중이다. 대선 후보들 중 문국현 후보는 이를 전국에 확대하는 것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제주도 자치경찰의 문제점을 도외시한 채 말 그대로 '무늬만 (자치)경찰'을 공약함으로써 노무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의 계승에 머문 한계를 보여주었다. 잘 알다시피 제주도 현지 언론과 여론은 물론 중앙의 관련 학계에서조차 이미 제주도 자치경찰이 실시된 지 1년여에 불과하지만 벌써 그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 지 오래다.

 

물론 정치권은 이런 '무늬만 자치경찰' 방안에 대해서조차 마치 자신들의 권한이 축소될까봐 반대하고 있다. 참여정부 지방분권정부혁신위원회 등은 이런 ‘무늬만 자치경찰’인 정부안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등지를 방문하고 애써 이를 홍보한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바와 같다.

 

자치경찰과 경찰민주화

 

지역주민이 경찰의 정책 및 예결산이나 자치경찰 고위직 인사 문제를 포함한 경찰 운영과 결정에 참여토록 하면서도, 경찰조직이나 경찰운영이 기존 정치질서로부터 일정 정도 독립성을 갖게 하는 구조, 즉 자치경찰위원회라는 민주적 거버넌스 구조의 제도화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권도 경찰 측도 전혀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무늬만 자치경찰 도입방안을 추구하다 보니 지역주민이 경찰거버넌스 구조에 참여하는 방안이나, 경찰인사권이나 경찰재정의 지방이양은 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경찰학자들 역시 대체로 자치경찰 연구에 있어서 극히 일부 연구자를 제외하고는 이런 경찰 인사권이나 재정의 지방이양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경찰 및 자치경찰의 민주적 거버넌스 제도화 문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이나 미국 방식의 자치경찰 모형 도입 실시를 추진해온 바 있다. 그러나 2007년 12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안은 종전까지의 입장을 번복하여 영국형 아닌 유럽대륙 모델(스페인, 이탈리아 등)로 되어 있는 반면, 역시 국회에 계류 중인 한나라당 자치경찰제 법안은 거꾸로, 이전의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초창기에 도입을 추진하던 광역자치단체 단위에서 자치경찰로 전환하는 방안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로 일본형을 따르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라도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의 모델이나 미국 모델의 자치경찰제 도입을 진지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안은 FBI가 있다고는 해도 각 주 단위에서는 실질적으로 국가경찰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자치경찰이 거의 모든 법집행을 담당하는 미국 모델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미국 모델과 유사한 것처럼 홍보한 바 있다.

 

그럼 자치경찰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자치경찰에 대해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경찰거버넌스 구조를 갖춘 말 그대로 ‘자치경찰’ 구조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은 현재와 같은 ‘무늬만 자치경찰’ 정부안이라면 그것은 모두 경찰민주화와는 거리가 멀다.

 

의당 자치경찰에 대해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민주적 통제를 할 수 있는 자치경찰위원회 구조를 갖춘 자치경찰이라야 하며 이 자치경찰위원회에는 주민이 직접 선출한 기초와 광역의 각급 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교육감과 교육위원, 지역의 시민 여성 인권 청소년 단체, 그리고 지역의 검찰 검사와 법원 판사 등 사법기관 등이 함께 참여하도록 하여 진정한 ‘자치’ 경찰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문성호 필자는 한국자치경찰연구소장입니다.
cafe.daum.net/policereform


태그:#자치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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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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