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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일, 서울의 한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생 30명을 대상으로 국어 어휘실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테스트 방식은 받아쓰기였다. 문제는 평소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단어들 위주로 출제하였고 모두 열 개의 문제를 냈다. 문제는 아래와 같았다.

 1. 자기 이름을 쓰세요.
2. 잔치를 위해서 살진 돼지를 잡았다.
3. 영희가 북엇국을 끓였다.
4. 영희가 영미를 닦달합니다.
5. 신혼살림이 단출하다.
6. 민수가 구레나룻을 밀었다.
7. 오늘이 몇월 며칠이야?
8.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힘이 들었다.
9. 안개 속에서 차량 수십 대가 연쇄 추돌했다.
10. 민수는 일반 사람들에 비해 말이 세 곱절이나 많다.


위의 문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살진', '닦달하다', '연쇄 추돌' 등과 같은 단어는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하지만 받아쓰기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30명 국문학도들의 받아쓰기의 평균은 '40점'이었다. 이 시험결과는 시험을 출제한 우리들과, 테스트에 참가한 학생들에게도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틀린 예시를 들어보면 '닥달하다', '구렛나루', '뒤치닥거리', '갑절', '살찐' 등으로 표기한 경우가 많았으며, 1번 문제에 대해 진짜 자신의 이름을 쓴 경우도 많아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 

이렇게 시험의 평균점수가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표준어 규정에도 어려움이 있긴 하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여러 어휘적 표현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출제된 문제들은 '북엇국', '며칠' 등 몇 개의 문제들 빼고는 어휘력의 문제였다.

물론, 이런 어휘실력의 부족을 현재 대학생들의 국어실력이 부족하다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국어국문학과생들이 이 시험의 대상이었다. 이들이 나아가 국어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런 자주 사용되는 단어들에 대한 정확한 표준어 규정에 대해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험 결과를 보듯이 한국어 어휘는 '살진'과 '살찐'의 차이에서 보듯 미묘하고 세밀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살진 영희가 먹고있다'라는 말을 영희의 친구가 했다고 해보자. 이 의미는 무엇일까? '살진'은 동물이나 과일 등의 앞에 붙는 관형사이지만 '살찐'은 사람앞에 쓰이는 관형사이다. 즉 '살진 영희가 먹고있다'라는 말은 영희를 사람이 아닌 동물로 생각한다는 비꼬는 의미, 또는 영희가 살이 쪘다라고 놀리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이처럼 약간의 차이가 큰 의미 차이를 불러오게 된다.

이런 어휘력 부족현상의 해결을 위해 현재 대학생들은 심각성을 스스로 느끼고 어휘에 대한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살진'과 '살찐'처럼 미묘하고 세밀한 의미차이를 보이는 단어들을 확실히 구별하고 사용하게 된다면 명료하고 세심한 표현이 가능하게 되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미전달을 확실하게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생들만이 아닌 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연령층들도 올바른 표준어규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어휘를 선택하고 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태그:#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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